멈추었던 곳에서 다시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33.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성인(聖人)과 인인(仁人)이야 내가 어찌 감히 되겠다고 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성인과 인인의 도리를 배우고 본받는데 싫증 내지 않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데 게을리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있다.”

공서화가 말하였다. “바로 이것이 저희 제자들이 배울 수 없는 것입니다.”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33.



컴퓨터 앞에 앉는 게 어색하다.

17일 전 오늘, 늘 그렇듯 일어나 《논어》를 펼치고 필사하고 빈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당장에 쓸 수 없음을 알고 덮었다.

방황 중이던 마음에 필사를 잠시 쉬어볼까… 가 되었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이젠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쉬어가는 김에 더 푹 쉬어서 한 달은 채워보라는 조언과 이 정도면 됐어 하는 마음이 갈등했다.


6월은 1일부터 바쁘게 하루가 지나갔다.

남편의 해외 출장 준비, 시댁 친척 결혼식, 대통령 선거, 둘째의 축구 대회, 연휴의 마지막 날.

어수선하고 바쁨을 핑계로 일주일이 더 흘러갔다.

그 사이 나는 여전히 방황 중이었고, 이 마음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혼란스러웠다.

가운데로 모아져야 할 마음은 여기저기 분산되어 날아갔고, 자주 멍하게 있었다.

낯설었다.


조용한 아침, 오늘도 아이들보다 먼저 눈을 떴다.

새소리만 크게 들린다.

내려진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을 조금 열었다.

끝나지 않은 방황이라 하더라도, 시작하고 싶었다.

내가 멈추었던 그 자리에서 다시.

조금씩 가다 보면 낯설고 혼란한 마음도, 분산되었던 마음도 점점 가운데로 모아질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오늘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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