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유

《논어》, 공자_제8편 태백(泰伯) 2.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공손하되 예(禮)가 없으면 수고롭기만 하고, 신중하되 예가 없으면 두려움을 갖게 되며, 용감하되 예가 없으면 질서를 어지럽히게 되고, 정직하되 예가 없으면 박절하게 된다. 군자가 친족들을 잘 돌봐 주면 백성들 사이에서는 인(仁)한 기풍이 일어나며, 옛 친구를 버리지 않으면 백성들이 각박해지지 않는다."


-《논어》, 공자_제8편 태백(泰伯) 2.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이 오랜만에 늦잠을 잔다.

막내만 깨어서 숫자 공부를 하는 아침이다.

하늘은 맑게 개고, 나뭇잎은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앞뒤로 열어놓은 창문으로 새소리가 요란스레 들려온다.

짹짹, 째째째째짹, 째잭째짹.

소리도 저마다 다르다.

새소리가 멈추니 아이들이 문을 열고 나온다.

조용했던 아침은 이제 사람들 말소리로 채워진다.

아이들 얘기 소리, 트럭에서 물건 소개하는 소리, 밖에서 얘기 나누는 소리 등 새소리처럼 다 다르다.


막 일어난 선우, 윤우가 멍하게 앉아있었다.

그때 남편이 퇴근하고 왔다.

오늘 하루는 가족을 위해 쓰고 싶다며 뭘 하고 싶냐고 묻는다.

자전거도 타고 영화도 보러 가기로 했다.

윤우는 친구와 축구하기로 했다며 미련 없이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한다.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이 의리 있다.

한편으론 이럴 때 가족과 다 같이 시간 보내면 좋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의 약속과 선택을 존중한다.

윤우를 위해 영화는 저녁에 보러 가기로 했다.


윤우가 영어 cd 듣기를 하고 있었다.

선우와 은서가 작은 게임기를 들고 삑삑삑, 뽁뽁뽁 누르며 정신없는 게임을 한다.

둘 다 방에서 하거나 그만하라고 했다.

누군가 영어 듣기하고 있을 때는 무조건 조용히 해주라고 일렀다.

막내는 아빠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고, 첫째는 책을 읽는다.

집이 다시 조용해졌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사람과의 관계에 배려라는 덕목이 바탕되기 때문이다.

내 시간을 기꺼이 가족을 위해 쓰고 싶은 마음,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 형제를 위해 하고 싶은 게임을 잠깐 멈추는 마음.

다른 목소리를 가졌지만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간다.

집은 이것을 배우는 작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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