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8편 태백(泰伯) 9.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백성은 도리를 따르게 할 수는 있지만, 도리를 이해하게 할 수는 없다.”
-《논어》, 공자_제8편 태백(泰伯) 9.
“윤우! 여기 7명 안에 너 있는 거 아니야?”
“으히히. 맞아. 아아, 딱 하나만 안 틀렸으면 되는데!”
나는 3학년 때 처음 구구단을 외우고 곱셈을 배웠다.
아이들은 1년 빨라져서 2학년 때 곱셈과 구구단을 배운다.
선우는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 “오늘 구구단 시험 쳤는데 통과했어~” 하는 말만 듣고 지나왔다.
그런데 윤우는 2학년 때 마무리 지었어야 할 구구단을 3학년 1학기까지 끌고 오고 있었다.
이걸로 남편에게 눈물 쏙 빠지게 혼난 적도 있어서 외우겠지, 조금만 하면 완벽하게 외우겠네, 너무 압박 주면 더 안 될 거야… 여기며 시간이 흘렀다.
안이한 생각이었다.
지난 목요일, 학교 알림장 앱으로 ‘구구단 통과 못한 사람(7명)’을 보는데 윤우가 있을 것만 같았다.
아빠가 알면 더 혼난다, 오늘 엄마랑 바로 외우자는 협박을 하며 외우기에 돌입했다.
다음 날, 알림 앱에 ‘구구단 통과 못한 사람(4명)’이라고 떴다.
이 4명 안에 윤우도 있었다.
주말 동안 완벽하게 외우기로 했는데 이런저런 일로 쏜살같이 흘러갔다.
놀러 왔던 외삼촌까지 축구 선수, 축구팀 적기로 8단 외우기를 같이 했다.
월요일, 아이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알림 앱이 먼저 떴다.
‘구구단 통과 못한 사람(3명)’
한 명은 통과했다는 거네? 그게 윤우일까? 아닐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들어오질 않는다.
은서 데리러 가는 길에 놀이터 벤치에 있는 윤우를 불렀다.
통과했냐고 물으니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 선생님이 나한테만 문제를 많이 냈어~”
“그런 게 어딨어~ 몇 문제를 내시든 맞혀야 다 외운 거지!”
최후의 1인까지 갈 셈인가….
나도 동생도 어릴 때 구구단을 다 못 외워서 학교에 남았던 적이 있다.
아이들이 돌아간 허전한 교실, 2단부터 9단까지 중얼거리며 외우는데 서럽기도 하고 나는 왜 이렇게 외우는 게 느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잘 안 외워지는 기분을 알기에 압박 주지 않으려 한 건데 더는 안 되겠다.
“생각하지 마! 그냥 외워!”
어느 날은 머릿속으로 셈을 하고 있는 윤우에게 구구단은 그냥 외우는 거라고 했다.
바로 답이 튀어나오지 않으면 못 외운 거라고 다시, 다시! 를 외쳤다.
그날 밤, 며칠간 계속되는 반복에 이제는 자신감 있게 답이 나왔다.
화요일, 비가 와서 아이들이 곧장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 나 오늘 통과했어! 친구들 다 통과했어!”
뿌듯하게 웃는 윤우를 보면서 잘했다고 칭찬해 줬다.
살면서 이해하기보다 그냥 외워야 할 것들이 있다.
내겐 구구단이 그중 하나였다.
3학년 때 외웠던 구구단은 평생 기억에 남겠지만 동시에 텅 빈 교실, 혼자, 외로움이란 단어도 함께 떠오른다.
윤우에게 구구단 외우기는 어떻게 기억될까.
적어도 혼자가 아닌 은서까지 문제 낼 정도로 온 가족이 다 붙어서 도운 시끌벅적한 추억이 될 것이다.
오늘 아침, 밥 먹는데 은서가 갑자기 묻는다.
“7x8?”
“56!”
너의 기억 속에선 구구단 외우기가 외롭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