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끌어당긴 책

《논어》, 공자_제8편 태백(泰伯) 19.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위대하도다, 요의 임금됨이여! 높고 높도다! 오직 하늘만이 이토록 위대하거늘 오직 요임금만이 이를 본받았도다. 넓고 아득함이여! 백성들이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도 없도다. 높고 높도다, 그가 이룬 공적이여! 빛나도다, 그 찬란한 문화여!"


-《논어》, 공자_제8편 태백(泰伯) 19.



우우웅 선풍기가 돌아간다.

5시가 갓 넘은 집은 환하지만 아직 잠에 빠져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 방에 들러 에어컨을 끄고 암막 커튼을 쳐주었다.

자기 전에 들른다는 게 바로 자버렸다.

새벽녘에 한 번 깨어서 안방 에어컨을 껐다.

눈을 뜨니 다시 에어컨이 켜져 있고 남편 베개 옆에 리모컨이 놓여 있었다.

나는 낮의 더위를, 남편은 밤의 더위를 잘 못 견뎌한다.


낮밤이 바뀐 동생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2년 전 읽기 시작했던 《수레바퀴 아래서》를 드디어 다 읽었다고 했다.

나는 자러 들어가는 침대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들고 갔었다.

오래전에 사두고 다 읽지 못한 그 책을 이제는 읽어야겠다고, 내게 너무 필요한 책이라고 느꼈다.

책이 나를 끌어당긴 순간이었다.

책에서 얻을 위안이 분명 있을 거라는 확신, 이때의 촉은 대부분 맞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녹초가 된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말해 무엇할까 싶어 혼자 꽁하게 안고 있었다.

차라리 말했으면 나았을까.

연유도 모른 채 가족들은 나의 예민함 공격을 받아야 했다.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방문을 닫고 있었다.

차라리 엉망인 기분을 솔직하게 말해서 조언을 구하던가, 안 좋은 상태인 나를 격리시켜서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부정적인 마음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한 끗 차이다.

모두가 잠든 아침, 평온함이 내려앉은 집을 혼자 돌아다니니 어젯밤 일이 더욱 미안해졌다.


공자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살았다.

천재가 아닌 노력형으로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논어》를 필사하며 공자가 칭송한 요임금을 떠올려본다.

백성들이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하늘처럼 넓고 아득한 마음을 지닌 요임금.

가정의 평화도 유지하기 어려운데 태평성대를 이룬 임금의 업적은 말해 무엇할까.


다섯 식구가 사는 우리 집.

이 작은 나라가 고요한 아침만큼 계속 평화로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때마다 나를 끌어당긴 책을 손에 쥐고 놓지 않아야겠다.

책을 덮는 순간 왜 이 책에 이끌렸는지, 무엇을 느끼고 싶어 했는지를 알고 싶다.

혼란을 초래하는 사람이 아닌 품을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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