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9편 자한(子罕) 3.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삼베로 만든 관을 쓰는 것이 예법에 맞지만, 지금은 실로 짠 것을 쓴다. 이것이 검소하므로, 나는 여러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르겠다. 마루 아래에서 절하는 것이 예법에 맞지만, 지금은 마루 위에서 절을 한다. 이것은 교만한 것이므로, 비록 여러 사람들과 다르더라도 나는 마루 아래서 절하겠다."
-《논어》, 공자_제9편 자한(子罕) 3.
로봇 청소기가 집을 빠져나와 위치 인식을 한 다음, 거침없이 밀고 다닌다.
속도도 제법 빠르다.
낮은 문턱쯤은 쉽다는 듯 직선으로 쭈욱 밀고 다닌다.
그러다 장애물을 만나면 피해 가겠다 말도 하고, 문턱에 걸리면 “바퀴가 닿지 않아요. 내려주세요.” 말도 한다.
나 대신 바닥을 깨끗이 밀고 다니는 청소기가 사람 같다.
로봇 청소기가 방을 돌아다니는 동안 선풍기 앞에 앉았다.
책상 밑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의자를 빼두었다.
구석에 앉아서 멍하게 청소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의자 밑으로 들어가더니 나오지 못하고 제자리를 뱅글뱅글 돈다.
들어갈 때는 잘 가놓고 각도를 못 맞춰서 못 빠져나올 때가 자주 있다.
의자를 치워주어도 그 자리를 벗어나는데 약간 시간이 필요하다.
갇혔던 기억 때문일까.
조심스럽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어떤 때는 장애물을 치워주어도 그 자리만 돌기도 한다.
그럴 땐 정지 버튼을 눌렀다가 다시 동작을 누른다.
이전 기억은 잊고 새 출발 하는 것 같다.
로봇청소기가 생기면서 집이 한결 깨끗해졌다.
청소기가 돌아다니려면 바닥에 물건이 없어야 한다.
치우고 정리할 수밖에 없다.
정돈된 채 유지되는 모습이 좋아 수시로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린다.
없을 땐 몰랐는 데 있으니 편하고 고마운 존재다.
친구네 부부가 선물해 준 거라 쓸 때마다 친구 생각을 한다.
남편과 나는 서로 좋은 사람을 소개해 준 것뿐인데 결혼으로 이어진 고마움을 너무 크게 받는듯하다.
공자는 예법에 맞지 않지만 검소하기에 그것을 따르고, 예법에 맞지 않는 데다가 교만한 것은 여러 사람과 달라도 예법을 따르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하느냐, 예법에 맞느냐 보다 그 안에 든 마음을 우선시했다.
청소기는 마음이 없지만 나 대신 우리 집을 쾌적하게 유지해 주니까 늘 고맙다.
물론 물을 채워주고, 비워주고, 물건을 치워주고, 어디 걸리면 내려줘야 하는 손이 가는 아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좋은 마음으로 선물해 준 친구 부부에게도 고맙다.
로봇 청소기 안에 담긴 마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건에도 마음과 의미를 담으면 애정이 가는데 사람은 말해 무엇할까.
사람이든 물건이든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마음이다.
무엇을 담을지는 내가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