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5.
이미 네 안에는 네가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온갖 미덕들이 있고 그런 미덕들을 얼마든지 밖으로 내보일 수 있기 때문에, 너에게는 타고난 재능이나 잘하는 것이 없다고 변명하거나 핑계를 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너는 알지 못하느냐.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5 중에서
남편이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전, 오늘이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연휴였다.
서점, 도서관, 카페, 놀이터에 가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 있을 때, 아이들이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넣어 사주를 봤다.
성격과 비슷하게 나오는 게 신기했다.
팥빙수를 전투적으로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전생에 우리 가족은 어떤 인연이었을까?
“선우는 좋은 엄마였을 것 같아. 윤우는 잘 놀아주는 아빠.”
“은서는 첫째였는데 이번 생엔 막내로 태어난 거죠. 우린 그 자식들이고.”
남편은 사주에 화의 기운이 많고, 나는 토의 기운이 많아 서로 잘 맞다고 했었다.
선우, 윤우는 토가 은서는 화가 많았다.
사람은 하얀 도화지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옅은 밑그림을 지닌 채 태어난다고 했다.
어떤 미덕과 자질이 있는지 자식들은 잘 보이는데 정작 자신은 잘 모르겠다.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mbti도 본인이 아닌 나를 잘 아는 누군가가 내 것을 해보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집에 돌아와 완전히 방전된 채 누워 있었다.
볼펜을 들기도 힘들 만큼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몸이 힘드니 기분까지 한없이 가라앉았다.
재능이 없다는 것을 핑계 삼지 말고 이미 내 안에 있는 미덕들을 잘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눕기 전에 읽은 필사 글을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책상 앞에 앉아 내가 가진 자질, 재능, 미덕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딸은 옆에 앉아 끊임없이 말 걸고 웃고 장난감 아이스크림을 권한다.
생각하던 것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지만 전생에 나와 어떤 인연이었을지 모르는 우리 가족만큼은 명확한 존재다.
나의 능력 안에 있는 자질들은 가족 안에서 이미 발현되고 있음을, 가족이란 서로의 자질을 발현시켜 주는 존재임을 떠올린다.
매일 《명상록》을 필사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
제1권~ 제4권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져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ahjahj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