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를 떠받쳐준 그 대지 위에 쓰러져서…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4.

by 안현진

나는 자연(본성)의 길을 따라 내내 걸어가다가, 내가 날마다 숨쉬어 왔던 저 대기 속으로 나의 마지막 숨을 내쉰 후에, 내 아버지에게 그의 씨앗을, 내 어머니에게 그녀의 피를, 내 유모에게 그녀의 젖을 대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날마다 내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공급해 주었고, 내가 내 발로 무수히 밟고 다니고 온갖 용도로 써먹었는데도, 여전히 나를 떠받쳐준 그 대지 위에 쓰러져서, 나의 수고에서 벗어나 안식하리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4




여수에 다녀왔다.

늦은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남편이 ‘좌수영 바게트’라는 맛집을 찾았다.

아쿠아리움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시내 중심가에 있었다.

전라 좌수영이 있는 곳이라 거북선도 있고, 이순신 장군 동상도 있었다.

차 댈 곳을 찾아 올라가다 보니 우연히 윗동네 구경을 하게 되었다.

통영의 동피랑 같았다.

높은 곳에 위치한 동네에 벽화도 있고 카페도 있어 또 다른 관광 명소였다.

조금 멀리 주차해 놓고 걸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를 푹 빠져서 봤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경사가 심한 길, 오밀조밀 모여 있는 가정집과 상점, 고등학교, 좌수영 다리… 역사가 있는 낯선 동네를 걷는 기분. 아쿠아리움 못지않게 좋았다.

이곳 좌수영에서 난중일기를 쓰고 전술을 생각하고 지휘했을 장군과 그를 따랐을 수많은 병사.

갑자기 난중일기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여수에 다녀와서 명상록을 필사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도 전장에서 쓴 일기다.

오늘은 현재에 머무르면서도 과거에 머무르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드는 하루다.





매일 《명상록》을 필사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

제1권~ 제4권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져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ahjahj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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