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커피

by 아니아즈


추억은 커피의 마지막 한모금과 같다.


커피의 가장 강렬한 맛을 내는 건,

커피의 마지막 한모금이다.


커피의 가장 진한 부분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커피에 미처 다 섞이지 못하고,

바닥에 가라앉아있는 존재.


어쩌면, 커피에 소화되지 못한 존재.


그 마지막 한모금의 형태는, 매번 달라진다.


때론 설탕의 달달함이란 형태로,

능글맞게 다가오고.


때론 원두의 씁쓸함이란 형태로,

아릿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아무리 커피의 마지막 한모금이 달거나 혹은 쓰더라도.


입 안에 머금고 있지 말고, 목구멍 뒤로 털어 넘겨야만 한다.


커피는 입 안에 머금는 존재가 아닌,

마셔야 하는 존재다.


미처 다 섞이지 못했던 그 마지막 한모금까지가,

하나의 커피이다.


그런 커피처럼, 추억도 머금는 존재가 아닌,

털어 넘겨야 하는 존재다.


커피는, 커피로 마실 수 있기에, 커피로 남고.


추억은, 추억으로 마실 수 있기에, 추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