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꽃.

자작 시나리오.

by 아니아즈


용어 설명.


pov(point of view) – 개인의 시점으로 촬영.

C.U.(close up) - 클로즈업. 화면에 꽉 차게 대상을 촬영.

E. - 화면 밖에서의 음향 혹은 대사.

Focus out – 피사체를 제외한 배경을 흐려지게 촬영.

Focus in – 흐린 상태의 화면을, 초점을 맞추어 선명한 화면으로 되는 것.

Zoom in – 촬영물에 접근하여 가는 것처럼 보이게 촬영.









눈, 꽃.






S#1 / 한글 파일 / 시간x



한글 파일에 쓰여 있던 글자들이 빠르게 지워져 간다. 텅 빈 한글 파일에서 텍스트 커서가 깜빡거린다.

잠시 후 한 글자씩 글자가 쓰여 간다.


‘창 안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얼어붙은 눈물이 내게로 왔다.’







S#2 / 버스 / 밤


POV.(선화)


검은 정장을 입은 무릎 위로 선화의 손등이 나온다. 그 손등 위로 창밖에서 눈이 들어와 닿는다.

오른쪽의 열린 창문을 한 번 바라보고, 손등을 바라본다.


눈이 녹아 사라진 손등 부분 (C.U.)


선화: (조용하게) 눈....눈꽃....


버스에 “다음 정거장은....” 소리가 조용하게 흐른다.







S#3 / 학교 과방 / 낮



POV.(선화)

창문 밖으로 유영의 하늘색 소매에 손이 나오며, 손바닥으로 눈이 떨어진다.

그런 유영의 뒷모습을 방금 과방 문을 열고 들어온 선화가 바라본다.


선화: (의아한 말투) 선배 뭐하세요?


유영: (쑥스러워하며) 어? 아. 그냥 눈꽃... 보고 있어.


선화: (의아한 말투) 뭐라..고요..?


유영: (작은 목소리로) 눈..꽃... 보고 있었어.


선화: (궁금한 심정으로) 눈꽃이요? 왜 눈꽃이라고 해요?


유영: (머뭇거리며) 비웃으면 안돼. 알았지?


선화: 그렇게 말하니깐. 더 궁금하네요.


유영: 사실. 내 꿈이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거야. (코웃음을 치며) 경영학과인데 안 어울리지?

근데 경영학과에 오고 나서야 확실해진 것 같아. 아. 사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구나.

그 사실을 깨닫고 처음 쓴 시의 제목이 눈꽃이고. 눈을 눈꽃이라고 하는 건.

글을 쓴다는 꿈을 나한테 잊지 말라고 말하는 거야.


선화: (감탄하며) 오. 그럼 혹시 선배가 쓴 시 볼 수 있어요?


유영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품에서 낡은 수첩을 꺼낸다. 그 수첩의 한 페이지를 머뭇거리며 보여준다.

그곳에는 시가 적혀있다.





눈, 꽃.



겨울 하늘에 피어난 눈꽃이 땅에 소복이 쌓인다.

한기가 온기가 되어 갈 즈음, 눈꽃에서 ’눈‘이 땅으로 녹아 스며든다.

’눈‘이 녹아내린 자리에는, ’꽃‘만이 홀로 남는다.

’눈꽃‘에서 ’눈‘은 사라졌지만, ’꽃‘만은 남아있으니까.

꽃은 땅에 스며든 눈을 머금고,

눈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눈을 그리며 피어난다.





선화: (놀리는 듯한 느낌으로 시를 낭독한다) ’눈‘이 녹아내린 자리에는, ’꽃‘만이 남는다.

꽃은 땅에 스며든 눈을 머금고, 눈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눈을 그리며 피어난다......


유영: (수첩을 빼앗아 가려고 하면서, 퉁명스럽게) 야. 수첩 이리 줘.


선화: (유영의 손을 피하면서) 눈꽃? 멋있는데요?

(능글맞은 목소리로) 저도 이제 눈꽃이라 할래요.

(과장된 말투로) 눈이 아니라 눈꽃이다. (말끝을 흐린다.)


유영이 선화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선화가 주먹으로 유영을 툭 친다.


선화: (남자를 바라보며) 알았어요. 이제 안 할게요. 마침 오늘이 첫 눈꽃이 오는 날이죠?

기념으로 커피나 마시러 갈래요?


“다음 정거장은.....” 소리가 흐른다.




S#4 / 카페 / 낮


POV.(선화)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유영. 탁자 앞에는 반쯤 남아있는 커피가 놓여있다.

유영은 커피를 놔두고 전면 유리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선화의 시선이 유영이 바라보고 있는 창밖으로 움직인다. 창밖에서 눈이 내리고 있다.



선화: (유영을 바라보며) 오빠.


유영은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선화: (목소리를 높여서) 오빠.


유영은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선화가 유영의 손을 꽉 잡는다.


유영: (깜짝 놀라며) 아 미안. 그냥. 글감이 좀 생각나서.

선화: (서운해 하며) 오빠는 지금 여자 친구 앞에다가 두고 다른 게 눈에 들어와?

유영; (눈동자를 굴리다가) 미안.

선화: (서운함과 짜증이 뒤섞인 말투로) 정말 미안하긴 해? 뭐가 미안한데?

유영: (당황해 하며) 어.. 널 앞에 두고 한눈 팔아서?

선화: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게 왜 미안한데?


음. 소리를 내며, 유영은 잠시 고민한다.


유영: 너와의 시간에 너만을 보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해서?

선화: 그게 맞아?


유영은 당황해 눈동자를 굴린다. 선화는 한숨을 내쉬며 빨대로 커피를 휘젓는다.


선화: 다음부턴 그러지 마. (뜸을 들이다가) 근데.


선화는 빨대를 젓다가 멈추고 유영을 바라본다. 유영은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 잠시 쉬었다가 말한다.


선화: 오빠는 내가 어디가 좋아?

유영: (자신 있게) 너의 어디가 좋은 게 아니라 어디가 너라서 좋은 거야.

선화: (어이 없다는 듯이) 말은 또 잘해요.


선화가 말을 한번 멈췄다가 다시 말한다.


선화: 내가 왜 오빠를 좋아하는지 얘기한 적 있나?


유영은 고민하다가 고개를 흔든다.


선화: 눈꽃.


선화는 말을 멈추고 커피잔을 본다. 선화는 빨대로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커피를 휘젓는다.


선화: 그 말이 정말 맘에 들었거든. 그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았어. 내게도 눈꽃이 있었을까, 하고 말이야.

난 그냥 수능 보고, 그냥 대학 가고, 그러다가 그냥 공무원 할까 생각 중이었거든.

근데 오빠가 눈꽃을 말하는데 그게 뭐라고 해야 하나. 음. 갑자기 확 꽂히더라.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선화가 유영의 손을 꽉 잡는다.


선화: 내 손 놓으면 안돼.


유영이 말을 하려고 하자, 선화가 먼저 말한다.


선화: (유영의 손을 꽉 잡으면서) 그냥 이유는 묻지 말고 그냥... 그냥.... 응?


선화를 바라보는 유영의 얼굴이 보인다.

유영의 눈동자가 선화와 마주치고, 다른 곳으로 가고,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버스의 “다음 정거장은......” 소리가 흐른다.





S#5 / 눈이 쌓인 길거리 / 밤


선화의 집으로 가는 길, 둘의 뒷모습이 보인다. 둘은 눈이 쌓여 있는, 눈이 내리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둘의 손 C.U.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다.


POV.(선화)


선화의 집이 보인다.

왼쪽에 서 있는 유영이 선화의 집 방향이 아닌, 왼쪽에 나 있는 다른 길로 가려고 한다.

선화가 유영의 손을 자기 쪽으로 당긴다.


선화: 갑자기 어디 가려고? 거기 왼쪽으로 꺾어도 아무것도 없는 골목길인데?

유영: 굳이 매번 같은 길로만 갈 필요는 없잖아. 인생도 그런 거야.

매번 같은 길로만 가는 것보단, 괜히 한번 돌아가 보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유영은 선화의 손을 잡고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간다. 선화는 참나, 하면서 따라간다.

왼쪽으로 꺾자, 누구의 발자국도 없는 눈이 쌓인 막다른 길이 나온다.

유영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서 선화를 향해 손짓한다. 선화는 유영이 걸어간 발자국을 본다.

선화는 유영의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걸어간다. 발자국이 끝난 곳에서 고개를 들자, 유영이 있다.

유영은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우물쭈물 망설인다.


선화: (피식 웃으며) 이런 부분은 쑥맥이라니깐.


선화가 유영의 얼굴 앞으로 자기의 얼굴을 가져간다.


POV.(선화) 끝.


골목길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선화와 유영이 보인다. 둘 위로 눈이 내린다.


“다음 정거장은....” 소리가 흐른다.






S#6 / 버스 안 / 밤


서리가 낀 버스 창문에 검지로 ’글‘ 이라는 문자를 쓴다.


E.


선화: 오빠는 왜 글을 써?

유영: 말이라는 게 항상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말이라는 게 항상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그 순간을 놓치면 입 안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말이 있다고 생각해.

내 글들은 어쩌면 그 아쉬움에 그때는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아놓은 거지.

그리고 말은 고칠 기회가 없지만, 글은 고칠 기회가 있잖아?

내가 했던. 내가 하고 싶었던. 그리고 해서는 안됐던.

그런 말들을 모두 글이라는 형태로 보관하고 싶었던 거야.



손이 나온다. 손을 펴고, 손바닥으로 서리와 함께 ’글‘이라는 글자를 지운다.

창문에는 더 이상 서리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선화의 입술 C.U.


선화: (조용하게) 해서는 안됐던 말...



버스 안에 ’다음 정류장은....‘ 소리가 퍼진다.


버스의 문 상단 C.U.


버스의 문이 열린다. 삐익 소리가 나며, 버스의 문이 닫힌다.

E. 버스 문이 닫혔을 때, 쇠문이 닫히는 소리가 쾅 난다.





S#7 / 유영의 집 / 밤




유영의 뒤통수가 보인다. 닫힌 쇠문의 상단 부분이 보인다.


POV.(선화)


신발을 벗는다. 신발을 벗고, 유영의 방을 둘러본다. 유영의 방은 어질러져 있다.

그 방 가운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유영이 보인다. 유영이 앉아있는 자리 옆에는 창문이 열려있다.


선화: 으, 추워. 오빤 추운데 또 창문은 왜 열어두고 있데.

유영: (선화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건성으로) 어. 왔어? 잠만 기다려 봐. 이 부분만 마무리 지을게.


유영은 컴퓨터를 바라보며, 자판을 누른다.

선화는 유영의 뒤통수를 바라보다가, 자신이 산 빵을 들고 냉장고를 연다. 냉장고는 비어 있다.

선화는 냉장고에서 눈을 돌려, 유영의 뒷모습을 본다.


선화: (걱정스런 목소리로) 오빠. 요즘 밥은 제대로 먹고 있어?


유영은 대답이 없다. 선화는 한숨을 뱉고, 냉장고에 빵을 넣은 뒤, 냉장고의 문을 닫는다.

선화는 컴퓨터 앞 유영의 의자 왼쪽 벽에 쪼그려 앉아서. 유영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유영은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자판을 누르고 있다. 선화는 계속 입을 오물거리다가 입을 뗀다.


선화: (조근조근하게) 오빠.


유영은 컴퓨터 화면만 바라본다. 선화는 다시 말을 한다.


선화: 오빠는 계속 글만 쓸 거야?


유영은 선화 쪽을 바라보지 않는다.


선화: 내가 다른 사람한테 들었는데. 요즘 회사 다니면서 겸업으로 글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


유영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화의 시선은 유영의 얼굴을 따라 움직인다.

유영은 싱크대의 주전자에서 뜨거운 물을 컵에 따르고 커피를 타기 시작한다.

선화의 눈에는 유영의 뒷모습이 보인다. 유영이 말을 한다.


유영: (앙탈 섞인 말투) 왜 그래. 그냥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거야.

그리고 겨울이라고 꽃이 없는 게 아니고, 꽃은 단지 눈 속에 움츠린 채로 숨죽이고 있어.

눈이 녹고 겨울이 끝나면, 꽃이 사람들 눈에 보이고,

눈에 보인 그 순간에 와서야 사람들은 꽃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거야.


그 말을 하고선, 유영은 선화 쪽으로 몸을 돌린다. 유영은 커피를 마신다.


선화: (조곤하게) 내가 글 쓰는 걸로 뭐라 하려는 게 아니고, 다른 일도 같이하면서 할 수 있잖아.


유영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선화의 눈 C.U.


동그래진 동공. 선화의 눈꼬리가 떨린다. 선화가 자리에서 단번에 일어난다.


선화: (격양 섞인 목소리로) 또. 또. 왜 매번 다른 곳을 보는 거야? 난 여기 있잖아!


유영은 컵을 들어 올리던 상태로 굳는다.


선화: (울먹거리면서) 눈꽃은 무슨 눈꽃이야.

눈꽃이 아니라 그냥 차갑고 또 차가운, 몸에 닿으면 녹아서 사라져버릴 눈일 뿐이잖아.

근데 왜 눈꽃으로만 보려고 하는 거야? 눈은 안 보여? 다른 사람들은 다 보는 눈은 왜 안 보려고 해?


유영: (차분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지금 너무 흥분했어. 진정하고 차분해진 상태로 우리 얘기하자. 응?

선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높인다) 진정? 지금 나한테 진정하라고 한 거야?

난 지금 누구보다 이성적이야. 머리도. 가슴도. 차갑고 또 차갑다고.


선화의 시선이 방바닥을 향한다.


선화: 그냥. 이젠 모르겠어. 이제는 다 모르겠어.


방바닥을 바라본다. 선화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간다. 선화는 유영을 본다.

유영은 선화가 아닌 컵 속의 커피를 바라보고 있다.


선화의 입 C.U. 입이 반쯤 열려있다. 선화는 입술을 떨며 말한다.


선화: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입술 C.U. 선화의 입술이 떨린다. 입술을 한 번 꽉 깨물고, 다시 입을 연다.


선화: (힙겹게 한 글자씩 내뱉는다) 헤어지자.


POV.(선화) 끝.


선화의 얼굴이 정면으로 나온다.

선화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 선화의 두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두 볼을 따라 흘러내린다.

선화의 뒤에 열린 창문으로, 눈이 거세게 내리고 있다.


FOCUS OUT. 선화의 모습.

FOCUS IN. 선화의 뒤에 열린 창문으로 내리는 눈.

ZOOM IN. 창문 밖의 밤하늘.







S#8 / 선화의 집 / 밤



선화는 깜깜한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핸드폰이 울리고, 핸드폰의 불빛이 번쩍인다.

선화는 자신의 옆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그 핸드폰을 내려본다.

핸드폰엔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있고,

그 밑에는 유영이 보낸 ’집 앞 골목길에서 기다릴게‘ 라는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다.


선화는 메시지를 보고 몸을 일으켜 방의 불을 켜고, 비틀거리면서 창가로 간다.

창문을 열고 창밖을 바라본다. 밖에는 눈이 내린다. 눈이 선화의 방으로 들어온다.

눈은 선화에게 닿지 않고, 창가 앞에서 녹아 없어진다. 선화는 골목길 쪽을 바라본다.

한동안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바라본다. 여전히 유영의 메시지는 읽지 않은 상태이다.


선화는 핸드폰을 든 손을 내린다. 선화의 손이 천천히 창문으로 간다.






S#9 / 버스, 길거리 / 밤



선화는 손으로 버스의 창문을 닫는다.


선화: (소리를 내지 않으며) 미안해.. 그리고...


선화는 말하다가 입술을 깨문다. 버스에서 ’이번 정류장은...‘ 소리가 들려온다.


창밖을 보던 선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서 내린다. 거리에는 눈이 내리며. 선화의 옷 위로 떨어진다.

선화는 주위를 둘러본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모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땅바닥을 보며 걸어간다.

선화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밤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다.

선화가 숨을 내뱉자, 입김이 나온다.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선화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한다.

선화의 핸드폰 화면에 읽지 않은 유영의 메시지가 보인다. 선화는 친구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친구: (메신저) 오늘 눈 진짜 많이 온다.


선화는 메시지를 보고, 자판을 누른다.


선화: (메신저) 그러게 눈꽃 많이 오네. 지금 집 가는데 길 미끄러워서 조심히 가는 중.


까지 썼다가 선화는 손가락을 멈춘다, 이후 눈꽃을 눈으로 수정하여 보낸다. 선화는 길을 걸어간다.

핸드폰 알림음이 울린다. 선화는 걸어가면서 핸드폰을 확인한다.


친구: (메신저) 너 아직도 그 집에 살아? 이사 갈 생각은 없어?


선화는 멈춰 선다. 한동안 가만히 서 있다가, 메시지를 입력한다.


선화: (메신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선화는 메시지를 보내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선화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을 바라보며 길을 걸어간다.

길을 가다가 선화가 골목길 앞에서 멈춰 선다. 선화는 그 골목길을 바라본다.

골목길 안쪽으로 가는 길은 눈이 쌓여 있다. 그 눈 위에 한 사람의 발자국이 있다.

선화는 골목길의 발자국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인다.

선화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눈이 없어진 길을 걸어간다.


선화: (마음의 소리) ’내 몸에 닿아 녹아 사라지고 있는 이 얼어붙은 눈물은, 눈도 꽃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S#10 / 한글 파일



한글 파일에


‘내 몸에 닿아 녹아 사라지고 있는 이 얼어붙은 눈물은,

눈도 꽃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라는 문장이 쓰여 있고, 텍스트 커서만 깜빡인다.

마우스 커서가 X 쪽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화면에 ‘저장’, ‘저장 안함’이 뜨고 ‘저장 안함’ 쪽으로 마우스 커서가 간다.

마우스 커서는 ‘저장 안함’에서 멈춰서고 잠시 후 화면이 검게 변한다. (블랙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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