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sta los huesos : 코코 안보고 적는 글
코코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단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강력히 코코를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몇 년에 걸쳐 우리는 꽤 많은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았고, 그에 대한 감상들을 나누어 왔었다. 어쩌면 나에게 그는 신뢰할만한 추천인이다.
지인으로부터는 코코에 대한 간단한 내용과 소재에 대해서 들었는데, 가는 곳마다 너도 나도 코코가 재미있다며, 꼭 보라고 했다. 많이 울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바람에 오히려 코코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재미가 있는 걸까 확인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코코를 보고 싶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이런 추천보다는, 떠오르는 다른 애니메이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코코와 같은 소재를 다루었다. 어쩌면 영화제에서 같이 보았을텐데, 코코를 추천한 지인은 그 애니메이션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제목이 '뼈속까지'라고 번역되는 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는, 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수상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멕시코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고 한다.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이라는 문화에 대해서는 모르던 시절에 보았단 영상이어서 굉장히 으스스했으며, 두렵고 아름다운 것을 몰래 엿보는 듯한 기분으로 보았던 기억이 난다. * 위 제목에 imdb의 링크를 첨부하였고, YouTube 등에서 검색하면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볼 때 쯤의 나는, 한 생명이 삶에서 죽음으로 옮아가는 일이나 사람이 체온과 욕망과 피와 살을 잃어가는 모습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그 당시, 죽음이란 멀리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기에, 조금은 남의 일 같이 느껴졌다. 쓸데없이 슬프고도 아름답게 미리 걱정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는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이 날을 마치 축제처럼 즐긴다는데. 코코에서는 상당히 귀엽고, 명랑하게 죽은 자의 날을 풀어냈을 거라고 생각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선을 이끌어내는지, 확인을 하고 싶어진다.
아마도 아직은 받아들이기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에, 우리는 삶 속에서 죽음을 기념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는, 대체적으로 삶의 거친 부분까지도 완곡하고 명랑하게 표현해주는 매체를 통해 배운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