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지금보다 좋은, 당신과의 기억
젊고 미친 듯이 사랑하던 시기의 연애
상대를 더 많이 소유하지 못해 안달하는 연애
상대에 대한 갈증에 허덕이는 연애
이런 연애의 모습을 [라이크 크레이지]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그것을 기존 영화들처럼, 육체적 섹시함이나 갈구하는 마음만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지적이고 학구적이며 예술적인 영국과 미국의 대학생 애나와 제이콥 두 사람이 함께하기 위한 고군분투와 사회인으로서의 성장담을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는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학생 시절의 풋풋한 사랑을, 눈에 뵈는 것 없어 앞뒤 분간 못하는 치기라고 할 수 있을까. 비자 기한이 만료되어 일이 복잡해질 것을 알면서도,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인 커플은 이 선택으로 인해 '장거리 연애'라는 고통의 길을 걷게 된다.
법은 그들이 가진 에너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다.
법적으로 그들이 함께하기 위한 허가가 나는 속도와 그들의 사랑의 속도는 전혀 다르다.
그토록 갈망하던 것은, 어쩌면 그것을 가장 덜 원하는 순간에 문득 손에 쥐어진다.
물리적 거리는 그들의 사랑에 혼란을 주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돌보고 통제하며 스스로에 대해 알게 했으며, 삶에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성숙함을 주었다.
사실 이 커플의 섹스신보다는, 그들이 따로 있을 때 각자 만나는 다른 연인과의 섹스신이 더욱 격정적이고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그들이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원하고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필요로 하고 요구하며,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려 현재의 사람을 버리고 한달음에 달려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혼란을 느끼게 한다.
영화는 그들의 감정 변화에 대한 모든 것을 일일이 보고하듯 담아내지는 않는다. 지나간 연애를 생각해보면, "어느새 이런 감정이 생겼지?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싶은 순간들이 있다. 앞뒤 전후 사정과 무관하게 알 수 없는 이유로 그저 그렇게 되어버린 경우들이 있다. 블랙아웃 현상처럼 어느 시점의 기억이 잘 나지 않기도 한다. 어렴풋하지만 또렷이 기억에 남은 것들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에게 느끼던 감정, 서로 아꼈던 특별한 무언가, 온도나 냄새, 소리 같은 감각들 같은 사소한 것들 뿐이다.
함께하는 샤워 장면에서, 이들은 예전 첫 만남의 풋풋하고 설레던 기억을 각각 떠올리고, 애나가 먼저 샤워실을 나서는 모습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결국 이 커플은, 몇 년간 갈망해왔던 함께하는 삶을 얻었다. 앞으로는 법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함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떨어져 있던 시간 동안 변화한 자신들의 모습을 이 예쁜 추억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풋풋하면서도 아주 현실적인 연애 시뮬레이션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2011년 제작된 [라이크 크레이지]는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이며, 한국에서는 한참 뒤인 지금, 2018년 5월에나 개봉하게 되었다. 지금은 이 세상과 작별한 안톤 옐친(제이콥)의 장난꾸러기 같은 희미한 미소와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여자 친구가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비법'이라도 알고 있는 듯한 태도는 이 영화의 기본적 맥락인 혼란스러운 연애와 찰떡같이 어우러진다. 펠리시티 존스(애나)의 지적이고 쾌활한 미소는 매력적이며, 그럼에도 제니퍼 로렌스(사만다) 같은 멋진 외모와 관대한 성격의 사람을 어떻게 두 번이나 찰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 의문의 답은 아마도 이 영화의 제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제공받은 시사회를 통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