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잠버릇이 있으신가요?

입벌림 방지 테이프

by anica

얌전히 자는 편이다. 비교 대상이 코를 고는 엄마와 온몸으로 행위 예술을 하는 동생이긴 해도 말이다. 반듯까지는 아니지만 잠들기 전의 자세와 잠에서 깨어날 때의 모습에 큰 차이가 없고, 코를 골기라도 하면 엄마가 “너 어제 잘 때 코 골더라.”라며 놀릴 정도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거실에서 휴대폰을 보다 몸을 살짝 숙인 채로 잠이 들었다가 침을 흘린다거나, 잠에서 깨어보니 입을 벌리고 있는 경우가 생겼다. 침은 닦고 쿠션과 베개는 빨면 되지만 입을 벌리고 자면 다음 날 목이 건조해져서 문제가 된다. 특히 건조한 시기에는 100% 다음날 고생이다. 건축 해설이나 강의를 한 번씩 나가는데 2시간 동안 말을 해야 하는 일이라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분명 20대까지는 아무리 말을 해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환절기에는 목도 관리해 줘야 한다.


지난겨울 목이 칼칼하던 차에 유튜브 쇼츠에서 '입 벌림 방지 테이프'를 보았다. 친구에게 이런 물건이 있는지 알았냐며 카톡을 보내자, 비염으로 고생 중인 친구는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 있다며 답을 보내왔다. 본인은 잘 맞지 않아서 많이 남아 있으니 다음에 만날 때 나눠주겠다고도 덧붙였다. 혹여 까먹을까 지갑에 넣어와 챙겨준 친구의 선물을 그날로 바로 개시했다.


생김새는 간단하다. 밴드처럼 뒷면의 종이를 떼어내면 끈적이는 면이 나오고 입에 붙이기만 하면 끝이다. 입을 꾹 다문 채 자긴 해도 아예 열 수 없다는 건 다소 이질적인 경험이었다. 자기 전 양치와 세수를 끝내고 로션을 바른 뒤 붙였다가 물을 마실 수 없어 살짝 떼었다 붙이기도 했다. 잠은 평소와 같이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떼었을 때 자극과 끈적임이 생각보다 덜하고 목도 확실히 덜 건조한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친구가 선물해 준 5장을 다 쓸 즈음 쿠팡에서 추가 주문을 했고 엄마에게도 전파했다. 여행을 갈 때도 숙박일 수만큼 챙기는데, 자기 전 숙소에 있는 분들께 "저는 이제 말을 못 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가 인사말이 되어버렸다. 집에 에어컨이 없어 여름 동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항상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수면 필수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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