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릇 카탈로깅
집에 있는 그릇 숫자를 세어보았다. 밥그릇, 국그릇, 면기, 접시, 종지 모두 합쳐 18개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조금 놀랐다. 3~4인 가족 기준으로 보기에 적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1인 가구인 데다 밥그릇, 국그릇, 면기는 각각 하나씩만 있다. 접시와 종지로만 15개가 있는 것이다.
18개의 그릇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밥그릇 1, 국그릇 1, 면기 1, 굽이 있는 접시 1, 넓고 살짝 깊이가 있는 유리 접시 1, 꽃 모양 접시 4, 조금 작은 크기의 도자기 접시 1, 3단 눈사람 접시 1, 고양이 그림 종지 2, 노란 꽃잎 그림이 있는 깊은 종지 1, 뱁새 모양 종지 2, 삼각김밥 모양 종지 1, 손잡이가 달린 스테인리스 볼 1.
밥그릇부터 유리 접시까지는 엄마와 지인들에게 받았다. 면기와 굽이 있는 접시는 몇 년 전 같이 건축 해설을 하는 짝지가 도예 작가의 작품이라며 보내주셨다. 엄마가 지인분께 받은 밥그릇과 국그릇도 그러하다. 당시에는 4인 세트 식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쓸 일이 없었는데, 독립하면서 밥그릇, 국그릇, 면기, 접시 하나씩 하면 기본 살림은 되겠다며 상부 장 제일 위쪽에 놓여 있던 걸 챙겨왔다. 유리 접시는 가장 최근에 추가된 물건인데, "새 집에는 새 그릇이지."라며 친한 친구가 생일과 이사 축하 선물로 주었다. 마지막의 스테인리스 볼은 봄철 한국철도공사의 술례열차 프로그램을 갔다가 기념 술잔으로 받은 건데 손잡이가 있어 뜨거운 음식이나 라면 먹을 때 덜어 먹는 앞접시로 쓰고 있다.
남은 12개는 내가 사고 모은 그릇들이다. 이 중 꽃 모양 접시만이 유일하게 필요에 의해 구매한 것으로, 집들이 때 앞접시가 부족해서 인원수만큼 4개를 사야 했다. 혼자 살면서 4개까지 필요 없어서 애매한 소비로 남아 있다. 조금 작은 크기의 도자기 접시는 다식용으로 적당한 크기라 작년 화명 마을 장터에서 샀고, 나머지는 대부분 다이소 출신이다. 첫 번째로 고양이 그림 종지는 회식으로 갔던 이자카야에서 보고 한눈에 반해 마음에 두고 있던 디자인이었는데 다이소에서 팔길래 반가워서 색깔별로 2개나 골랐다. 꽃잎 그림이 있는 종지는 깊은 버전도 하나 있어야지 하며 합리화하며 같이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독립 초기 아무것도 없던 때라 마음이 너무 열려 있었다. 뱁새와 삼각김밥 모양 종지는 올여름 후쿠오카 여행 마지막 날 다이소와 비슷한 100엔 샵에서 또 귀엽다는 이유 하나로 간택 받은 것들이다. 3단 눈사람 접시는 겨울 시즌 모던하우스에서 영업 당했는데 나름 절제해서 하나만 샀던 기억이다.
'혼자 사니까 밥그릇은 하나만 있으면 되지.'라고 하면서 어찌 접시와 종지가 12개인 것에는 괘념치 않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귀여워서 손이 먼저 나간 걸 어떻게 하란 말인가! 크기가 있는 물건은 웬만하면 사지 말자 기준을 세워두었더니 기준 이하의 귀여운 그릇은 괜찮다며 다 데려왔나 보다. 잡화점에서 빈손으로 나올 때면 친구가 먼저 "오늘은 안 사?"라고 한다면 좀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려나? 그렇다 보니 겉으로 보기엔 집에 물건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작은 물건들이 웅크리고 숨어 있다.
한 번씩 모든 수납장을 열어보며 이게 꼭 있어야 할까? 살펴보는데 우리 집 작은 접시들은 2년 동안 살아 남았다. 소스를 담거나 반찬 하나씩 덜어 먹는 용도로 쓰기도 하고, 어떤 때는 미니 앞접시가 되기도 한다. 딱히 그릇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밥그릇을 장에 넣으며 꺼내보고 귀여워해 주고 있다. 큰 접시나 그릇 세트에 아직 눈독을 들이지 않는 것에 안심하며 내일도 참새인 나는 잡화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