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규조토 비누 받침대
마음에 쏙 드는 비누 받침대 찾기는 끝이 없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물을 사용한다는 화장실 공간 특성이 난이도를 2배는 어렵게 만든다. 비누는 제품 자체에도 물이 묻다 보니 선택 기준이 더 까다로워진다. 바닥이 물이 빠지는 구조가 아니라면 고인 물을 빼줘야 하고 비누가 금방 무르기 때문에 첫 번째로 탈락이다. 경사형 받침대는 세면대에 비눗물이 묻기도 하고 부피도 커서 선호하지 않는다. 또 물 받침대 부분도 물때가 생기지 않게 한 번씩 따로 청소해 줘야 한다는 점에서 귀찮다. 비누를 받침대 바닥면에서 조금 띄우기 위해 만들어둔 무늬나 구멍에 끼인 비누도 눈엣가시다. 형태뿐만 아니라 소재도 고민해야 한다. 플라스틱은 잘 부러지고 오래 쓰면 낡은 티가 나서 싫고, 스테인리스에 남은 물자국은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자아낸다.
나만의 살림살이를 준비하면서 비누 받침대 고르기는 하나의 딜레마였다. 꼭 필요한 물건인데 아무리 봐도 단점밖에 없었다. 마음에 꼭 들지 않으면 그런 제품을 찾을 때까지 새로운 걸 살 게 뻔했기에 선뜻 구매하지 못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비누를 따로 두지 않고 손이나 발을 씻을 때마다 바디워시를 사용했다. 손세정제를 사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바디워시라는 대체제가 있어서인지 크게 끌리는 선택지는 아니었다. 욕실에 두는 물건도 줄이고 고민도 덜고 일석이조의 해결책으로 보였다.
독립 초 3개월 폭풍 쇼핑 시기가 지나자 집에 있는 플라스틱 제품을 줄여볼까 하는 관심사가 생겼다. 과정에서 바디워시와 폼클렌징을 비누로 바꿔보기로 했고, 다시 비누 받침대를 골라야 하는 문제를 마주했다. 하루는 인스타그램 광고로 본 치약을 사려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샴푸, 바디워시, 비누 등도 함께 판매하는 브랜드였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규조토 비누 받침대를 증정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라는 말에, 치약과 샴푸를 왕창 사버렸다.
규조토. 몇 년 전 물을 흡수하는 성질로 발매트 계를 휩쓸었던 소재가 아닌가! 돌가루가 묻어난다는 평이 있어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비누 받침대로 다시 만난 것이다. 지름 10cm 정도의 원형 받침대에는 레이스 문양처럼 자잘한 음각 무늬가 있었다. 기대보다 예쁜 디자인에 손길이 갔고 물기를 흡수해 물빠짐 구조물이 없어도 비누가 무르지 않고 물때가 끼지 않아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한참 사용하다 보면 받침대 문양 사이에 비누가 끼긴 하지만, 청소 스펀지로 문질러 닦아내면 따로 세제를 쓰지 않고 세면대를 간단하게 청소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
2년 동안 사용하면서 떨어트려 끝이 살짝 깨지기도 하고 색도 조금 바랬지만, 아직은 다른 제품을 써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만큼 잘 사용하고 있다. 직접 찾아보며 디자인, 형태, 색상, 소재 등을 고심해서 고른 물건들은 그만큼 오래 사용하게 되는데, 기념품처럼 공짜로 받은 건 어느 하나가, 대개는 대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금방 싫증을 낸다. 그런 점에서 샴푸에 딸려 온 비누 받침대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우연한 인연이 주는 재미란 이런 것이겠지. 우리 집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또 다른 굴러온 돌 녀석이 또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