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브런치 작가 승인이 났다

글 1개로 1 큐에 통과

by anica


작가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 글 '시작합니다'에서 밝혔듯 브런치는 지난 금요일 밤 뭔가에 홀린 듯 시작했다. 그러니 작가 신청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짧지만 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게 뿌듯해 부모님께 자랑하려 브런치에 검색해 봤지만 내 글은 나오지 않았다. 찾아보니 글을 공개하려면 작가에 선정이 되어야 했다. 귀찮음에 잠시 고민했지만 당시는 토요일 오전 2시, 새벽 감성과 잠기운에 취해 바로 추진했다. 결과 안내는 영업일 기준 5일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주말의 시작과 함께 제출한 나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주말은 약속과 일정이 많았고, 집에 돌아오면 짧게라도 써봐야지 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월요일 출근을 했고, 은근한 기대도 있었지만 이틀 내내 걸었던 피로에 밀렸다.


그러던 오후 3시 48분, 워치에서 알람이 왔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온 메일이었다. 두근거림을 느낄 새도 없이 액정으로 향한 손가락이 알림창을 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라는 제목이 보였다. 진심? 진짜로? 나 새벽에 글 하나 지르고 지금까지 내팽개쳐뒀는데? 큰 고민 없이 신청했던 터라 빠른 결과에 기분이 얼떨떨했다. 오죽하면 신청만 하면 다 되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선은 이 큰 회오리를 만들어준 E 님과 K 님이 있는 단체카톡방에 감사 인사와 함께 선정 소식을 알렸다. 인스타 스토리도 못 참지~



자랑 반 걱정 반

신청서는 300자 미만의 소개와 활동 계획, 자료 첨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눈에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소개글 첫 문장은 꽤 고심하긴 했다. 나의 이력과 현 소속이 희소하다는 걸 강조하며 내가 풀어낼 이야기가 흔치는 않을 거라는 걸 보여주려 했다. 여기에서 너무 진을 뺀 나머지 활동 계획을 쓰라는 다음 퀘스트에 몹시 당황했지만, 소개 파트를 구체화해서 3가지 테마로 개인의 일상을 돌아보는 질문을 던지겠다고 제출했다. 자료 첨부란에는 브런치에 작성한 글이나 다른 플랫폼의 링크를 입력하게 되어 있었는데 나에게 그런 게 어디 있나. 후보로 나와 있는 한 개의 작성글을 선택하고는 얼른 마무리 지었다.


이처럼 '에라 모르겠다. 일일이 검사하겠어?' 하며 거창한 계획을 늘어놓았는데 덜컥 선정된 것이다. 1번 테마는 가볍게 주절주절 쓸 수 있는 주제로 잡았다. 이어서 2, 3번 테마는 선정되기를 바라며 본업과 부업 관련 글을 쓰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공수표를 던진 게 문제다. 소재 선정부터 내용 정제까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평상시에 관련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어서 이 테마의 글이 금방 나오기는 무리다. 뭐 올해 안에 하나씩은 쓰겠지.ㅎㅎㅎㅎ 이러한 연유로 기쁨은 찰나로 지나가고 지키지 못할 것만 같은 약속에 대한 죄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아직은 비공개

여기저기 브런치 작가 선정을 자랑하고 다니긴 했지만 계정은 가족에게만 알렸다. 작가명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지인들에게는 시리즈로 엮을 만큼 글이 쌓이면 먼저 말씀드리겠다며 답을 피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생각을 말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자신만의 주장과 신념이 뚜렷한 사람을 보면 멋지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 내가 상대를 견뎌내지 못한다. 또 싫다는 말도 못 하는데, 정말 싫을 때는 상대가 물어볼 정도로 몸으로 티를 내면서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고치려고 노력 중이지만 역시 쉽지는 않다.


이런 나에게 자기 생각이 보이는 글을 쓴다니? 작가라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주변 지인이 아는 게 아직은 부끄럽다. 그래서 우선은 일기처럼 써볼 생각이다. 아주아주 사적이고 소소한 내용이더라도, 퇴고를 거쳐 누군가에게 내보인다는 것만으로도 큰 한 걸음이지 않을까. 그렇게 한 발 한 발 쌓여서 나만의 길이 생겼을 때는 이름 걸고 자랑할 거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1,700자 남짓의 글 하나만 제출한 나를 선정해 준 브런치스토리에도, 이 글을 읽어준 당신에게도. 끈기가 아주 없는 타입이라 걱정도 조금 되지만 텍스트가 그나마 익숙한 인생이라 계속해 보겠습니다!


메일 받고 몇몇 사람들에게 알리고 올린 인스타 스토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