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무너졌고, 밤엔 다시 지었다

열 줄 소설 공모전

by anica

첫날, 산을 오르며 이곳이 우리 집이 될 거라고 믿었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남편과 나는 작은 등불 아래서 보로꼬를 쌓았다.

조용한 밤이 유일한 기회였다.

낮이면 동사무소 사람들이 올라와 벽을 허물었다.

속상했지만 그들도 그저 일이겠지 했다.

무너진 벽을 바라보며 그 위에 벽돌을 다시 얹으며, 이를 악물기도 했다.

부서질수록 단단해지는 게 가족이고, 다시 쌓을수록 깊어지는 게 집이었다.

마당도 없고 천장은 낮았지만, 숨을 쉴 공간은 있었다.

집이 완성되자 그 누구도 다시는 손대지 않았다.

그렇게 밤마다 지은 마음이, 이 집을 지켰다.





from. 이야기가 열리는 안뜰, 안창 : 다함께 안창마을 주민 인터뷰집 (빨간집, 2022)

https://www.notion.so/rhousebooks/f44b4955907b4f6385a4f322e059caf7?p=ff15c9ce38c144bf8ae0b8ffedb6e58c&p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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