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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재스민 |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

[영화 속 에니어그램 #10] 3번 유형 탐구하기

by 아닛짜

재스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피상성이다. 재스민은 교양과 사교성은 물론, 온몸에 두른 명품도 완벽히 소화하는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무엇을 해도 진심을 알 수 없다.


재스민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은 <엘리자베스>의 여왕도, <반지의 제왕>의 요정도 잘 어울리는 배우다. '우아함'이라는 단어가 인간으로 형상화되면 케이트 블란쳇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디 엘런 감독은 이러한 우아함을 재스민의 피상성을 증폭시키는 장치로써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피상성은 에니어그램 3번 유형이 불건강할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3번은 감정형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모든 감정형의 근본적 두려움은 자신이 '사랑을 받을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나는 밥 먹을 가치도 없어.'라는 식충이가 된 것 같은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다.(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이런 정서가 감정형에게는 더욱 특별한 이슈가 되어, '무가치한 것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생존 문제가 된다.


모든 감정형에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생존과도 같다. 감정형에 속하는 2번, 3번, 4번 유형들은 각자 자기만의 생존 전략을 쓰고 있다. 재스민의 삶은 3번의 생존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


<블루 재스민(Blue Jasmine)>은 우디 앨런 감독의 2013년도 작품이다. 6번 유형인 우디 앨런 감독이 직접 각본도 썼기 때문에, 6번 다운 불안 심리와 특유의 냉소적 유머가 가득 스며들어 있다.


영화를 보면서 재스민 역의 케이트 블란쳇 외에도 동생 진저 역을 맡은 배우 샐리 호킨스도 눈에 띈다면, 샐리 호킨스가 주연한 <내 사랑(Maudie, My Love)>도 추천한다. 영화 자체도 좋을 뿐 아니라, 샐리 호킨스의 연기가 정말 훌륭하다.


이 영화는 테네시 윌리암스의 소설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현대적 재해석하였다. 재스민 부부는 2008년 금융위기 시의 유명한 금융사기꾼인 버나드 메이도프와 그의 아내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블랑쉬는 전형적인 4번 유형이지만, 재스민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속물적인 3번 유형으로 바뀌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3번적 '성공'의 의미
2. 성공의 이면에 있는 것
2-1> '성취자'와 '루저'만 존재하는 평행우주
2-2> 자기기만과 속임수
3. 우리는 가치 없는 존재가 될 수 없다.




1. 3번적 '성공'의 의미


첫 장면은 비행기 안이다. 재스민은 일등석에 우아하게 앉아서 옆 사람에게 자신의 라이프스토리를 들려준다. 자신이 어떤 명문 대학을 나왔고, 파티에서 만난 남편 할이 얼마나 멋졌는지, 그는 경제력뿐 아니라 성생활에서도 엄청났으며, 둘이 세계 여러 곳을 누비고 다닌 이야기를 한다. 재스민은 할과의 첫 만남에서 나온 '블루문'을 도취해 흥얼거린다. 옆에 앉은 노부인은 웃으며 장단을 맞춰준다.

모든 것을 잃고도 일등석 탐.png 일등석에서 재스민은 옆 승객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눈다. (자신만의 착각이었지만)


노부인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 마중 나온 남편을 만나서 말한다. "옆에서 계속 혼잣말을 하더라고. 나한테 무슨 말을 하는 줄 알고 '뭐라고요?'라고 했더니 자기 인생에 대해 계속 조잘조잘하지 뭐예요." 내가 좋아하는 우디 앨런식의 웃픈 코미디가 이렇게 시작된다.


파산해서 동생에게 얹혀살러 오면서도, 일등석을 타고, 명품으로 몸을 휘감고, 택시 운전사에게 후한 팁을 주는 재스민은 관객들에게 허세 가득하며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재스민은 자신이 비행기 안에서 조잘조잘 떠든 내용이 우습지 않다. 조금 전까지의 자신의 삶은 성공적인 것이었으니까.


3번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SNS 사진들처럼 자신의 삶을 포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이른바 '성공의 이미지'를 가장 잘 구현하는 사람들이다.


넷플릭스의 최고 히트작인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중 '추락(S3E1)'은 SNS 점수가 스펙이 되는 사회를 풍자한다. 이 가상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 평점이 뜨며, 높은 평점에는 많은 혜택이 주어지며 상류사회에 진입하는 키가 된다. 그곳에서는 에니어그램 유형 중에서 3번들이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이다. 사실, 지금 현실 사회에서도 3번들은 늘 성공적이다. 왜냐하면 3번들은 성공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할 자세가 돼 있기 때문이다.

블랙미러-추락.jpg <블랙 미러 S3E1> 모든 사람의 옆에 평점이 떠서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있다.


3번들에게 '성공'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들에게 성공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감정형들은 '무가치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려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두려움과 욕망은 항상 한 덩어리임을 기억하라.


3번은 주변의 칭찬과 격려, 이목 집중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안도한다. 가장 많은 칭찬과 주의를 얻는 방법은 자기가 속한 가족, 지역사회, 문화권에서 인정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재스민에 대한 묘사는 '완벽', '올에이(straight A student)', '우월한 유전자'였다. 그러나 재스민은 진저에게 말한다. "나는 꿈이 없었어."


뭐든지 잘하지만 자신이 진실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3번들이 꽤 많다. 특정한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칭찬해 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공하는 것' 자체를 꿈꾼다.




2. 성공의 이면에 있는 것


재스민과 진저는 둘 다 입양되었는데, 재스민만 양부모의 총애를 받았다. 생물학적 연결은 없지만, 왠지 우월한 유전자는 모두 재스민에게로, 열등한 유전자는 모두 진저에게로 몰아진 것 같다.


3번은 대체로 집안의 영웅이며 기대주의 역할을 한다. '개천에서 난 용들'은 죄다 3번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주된 양육자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특히 성공에서 좌절한 엄마의 대리 성취자가 되기에 최적이다. 재스민은 게다가 양부모 슬하에서 자랐으니, 부모의 칭찬에 얼마나 목을 매달았겠는가?


어린 시절부터 재스민은 성취자로, 진저는 루저(loser)로 길러졌다. 그러나 성인이 되었을 때 누가 더 행복한지는 별개이다.


3번의 불행은 자신이 추구하는 성공 자체로부터 나온다.


능력 있는 3번이라 해도 성공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공을 위해 인생에서 계속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들이 생겨난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바로 감정에 대한 회피이다. 감정은 일을 지연시키고 효율을 방해하는 귀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일에 방해되기 때문에 나의 감정뿐 아니라 남의 감정에도 안전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와 불일치한다면 더 밀어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3번은 감정 없는 성취 기계가 되며, 관계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직업적 친분만을 허용하게 된다. 불건강한 3번들은 언뜻 사교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관계는 매우 얄팍하다.


재스민은 그 누구와도 제대로 관계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을 자기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자기 필요에 따라 이용할 뿐이다.



2-1> '성취자'와 '루저'만 존재하는 평행우주


재스민의 3번 우주에서는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성취자'와 '루저'로. 이 두 부류는 섞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종족이다.


"진저와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그(진저의 현 애인)는 오기(전 남편)의 또 다른 버전이야(He is another version of Oggi). 그는 루저야(He is a loser)"


재스민은 동생에게 신세 지고 있으면서도, 진저에게 형편없는 남자 좀 그만 만나라고 충고한다. 아마 진심으로 안타까웠을 것이다.

동생 부부_루저.jpg 동생 진저와 남편 오기는 재스민이 보기에 안타까운 루저 커플일 뿐이다.


그러나 재스민의 겉모습과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이런 습관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엄격하게 적용된다. 그래서 자신은 루저가 되면 안 된다. 자신이 진저의 형편없는 남자 친구가 소개해 준 역시 형편없는 에디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재스민에게는 직업도 성취자의 직업과 루저의 직업으로 구분된다. 최소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도는 해야지, 경제 사정이 안 좋다고 웨이트리스나 병원 접수원 같은 '하찮은 일'을 할 수는 없다.


"학교로 돌아갈 거야. 학위도 따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할 거야."


우리는 이런 재스민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 우리도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 사람의 경력이나 직업을 중요한 요소로 본다. 책 한 권을 사더라도 그 사람의 이력을 훑어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자신과 감정적 교류가 있는 주변 사람들까지 그런 잣대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내 가족은 그냥 가족이고, 내 친구는 그냥 친구일 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그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의 친밀감이 판단 근거가 된다.


그러나 재스민은 자신은 물론, 가족, 친구들, 그리고 온 세상 사람의 머리 위에 평점을 매겨놓고 있다. 자신의 머리 위에 0점이 놓일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녀는 절망을 느낀다. 감정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성공 이미지만 추구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2-2> 자기기만과 속임수


'성공한 내 모습이 바로 나다.'라고 믿는 것이 바로 자기기만이고 속임수다. 성공이라는 것은 에고가 사회적으로 추앙받는 무언가를 획득한 것이지, 나의 본질과는 관계없다. 성공은 재스민이 들고 있는 명품 가방과 같은 것이다.

명품가방.png '포기 못 해, 명품가방.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야.' 시장표 옷을 입은 진저가 재스민 뒤에 배경처럼 서 있다.


최근에 많은 명품들이 사실은 대규모 공장에서 찍어낸 단가 몇만 원짜리라는 것이 폭로되며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는 뉴스가 있었다. 재스민도 남편이 사기꾼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가치가 수직 하락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며 달라지는 것이 어떻게 자신의 본질이 될 수 있는가? 진실을 말하자면, 내가 죽을 때 가져갈 수 없는 것은 모두 나의 본질이 아니다.


3번의 함정이 자기기만인 이유는 타인을 속이기 때문이 아니라, '겉 포장지가 나다'라고 스스로 믿으며 자기 자신을 속이기 때문이다. 재스민이 '재닛(Janet)'이란 어린 시절 이름을 세련된 '재스민(Jasmine)'으로 개명한 것처럼.


재스민이 새로 만난 우량주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을 보면, 거짓말에 대해 도덕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자잘한 것들은 서슴없이 윤색한다.


재스민 프렌치라는 이국적인 이름은 개명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꽃 이름을 따서 지어준 것이다. 자기 집 인테리어를 한번 해본 것이 인테리어 전문가로 둔갑한다. 그러나 앞으로 자격증을 딸 거니까 거짓말이 아니다. 사기꾼 남편은 감옥에서 자살한 것이 아니라 그냥 사별한 것이다.


“몇 가지 사실은 꾸미고, 약간 불쾌한 것은 생략했지만, 내 감정이나 생각, 유머 감각은 나 자신의 것이었다고~! 누구나 조금 과장해서 말하잖아.”


새로 낚은 남친.jpg 장차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유망한 남자를 만나자, 재스민의 태도는 180도 변한다. 저 숙련된 유혹의 몸짓을 보라.


불건강한 3번은 적당한 진실을 만들어 내어 스스로 믿는다. 이것은 내심 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감추는 것이 본질이다. 그래서 재스민의 고상한 취향, 몸짓, 언어는 가면을 쓴 연극처럼 부자연스럽다.


3번들이 남들에게 보여주는 자기 과시허영은 집에 돌아가 홀로 있을 때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에 대한 수치심으로 변질된다.


재스민은 뭔가 인정하기 싫은 상황에서는 "난 몰랐다."라는 말로 합리화한다. 남편의 사기 행각으로 호화로운 상류의 생활을 누렸으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으나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만의 적당한 진실에 안주했다."라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남편의 바람기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인다. 주변의 모든 친구가 오래전부터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재스민 혼자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간은 자신이 인정하기 싫은 것이나 보기 싫은 것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무딜 수 있다.


여자의 촉은 아무런 증거가 없더라도 매우 예리하게 작동하는 법인데, 재스민이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은 남편과도 얼마나 피상적 관계를 하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3. 우리는 가치 없는 존재가 될 수 없다.


기만은 오직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을 뿐이며, 다른 모든 행위처럼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재스민은 패닉에 빠져서 이렇게 말한다. 이 장면은 반복해서 나온다.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What am I doing here)? 숨을 못 쉬겠어(I can’t breathe)."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1.png 남편은 불륜 사실을 고백하고, 게다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재스민은 패닉에 빠졌다.


자기 자신이라 믿었던 껍데기가 부서지면서 재스민은 무너진다. 껍데기 안에 있어야 할 내용물이 없기 때문에 가짜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 없다. 이때 급작스러운 죽음의 공포가 밀려오며, 공황 발작을 일으키게 된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완벽하게 호응한다. SNS 사진에서 보정 필터를 제거하면 충격적인 맨얼굴이 나오듯이, 비행기 안에서의 첫 장면을 적나라한 현실로 보여준 것이 공원 벤치의 마지막 장면이다.


재스민은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남자에게 모든 거짓이 들통난 뒤에 절망에 빠진다. 흐트러진 매무새에 머리는 물에 젖은 채로 망연자실하게 거리로 뛰쳐나와 벤치에 앉아서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마지막 벤치.png 재스민은 중얼거리기 시작하고, 옆 사람은 미친 여자인 줄 알고 황급히 도망간다.


영화를 다 보고 나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다.


재스민의 인생은 완전히 나락에 빠진 것인가? 재스민은 불행한 사람인가?


영화는 나름대로 열린 결말이다. 재스민이 벤치에서 일어나 다시 심기일전하여 남자를 물색할 수도 있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전환하여 새 삶을 살 수도 있고, 정신병원으로 갔을 수도 있다.


영화의 편집 방식을 보면, 회상 장면이 현재의 장면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다. 재스민의 연상작용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현재 재스민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재스민은 진저의 초라한 집에 도착해서 실내를 둘러보며, 바로 이어서 뉴욕의 호화로웠던 예전 집을 회상한다. 치과의 접수원으로 일하면서 진상 고객을 만나자, 예전에 상류층 친구들과 골프 치던 장면이 떠오른다. 재스민은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와 대비되는 과거를 끊임없이 회상한다.


불행의 핵심은 끊임없는 비교에서 비롯된다. 불행의 낙차가 가장 힘든 법이다. 왕년이 화려할수록, 자신의 이상이 높을수록 불행해진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재스민의 인생이 파탄 난 것 같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큰 문제가 없다. 재스민은 사지가 멀쩡하다 못해 매우 매력적인 외모도 가지고 있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머리도 있다. 심지어 재스민과 사귀고 싶어 하는 동네 치과 의사 정도는 줄을 서 있다. 그녀는 오직 자신의 병든 세계에서 나오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재스민보다 열등해 보이는 진저는 회복 탄력성이 좋다. 어린 시절부터 소외되고 보살핌을 받지 못해 자존감이 낮긴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긍정한다.

진저와 칠리.jpg 진저와 칠리는 티격태격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며, 그렇게 또 살아간다.




병든 3번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포장해 온 자잘한 기만을 빠짐없이 살펴보는 것이다.


"누구나 다소 거짓말을 한다고!"라고 하면서 넘어가면 안 된다. 다른 유형들은 진짜로 의미 없이 다소 거짓말을 할 수 있으나, 3번의 거짓말은 자신의 깊은 내면에 생채기를 남긴다.


비본질적인 것들을 들어내다 보면 추하고 초라한 자신이 드러날 것이다. 벤치에 앉은 재스민처럼.


영적 차원에서 봤을 때 지금 재스민은 기회를 얻은 것이다. 타성에 젖은 자신을 구원할 소중한 기회를.


우리는 가치 없는 존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남보다 더 가치 있을 수도 없다. 더 많이 성취할 수도 있고, 더 적게 성취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자신과 동일시했을 때 3번의 자기기만과 과시가 해로운 씨앗처럼 자라게 된다. 이 씨앗들은 점점 내면 깊숙이 들어가서 자라나며, '보여주는 나'와 '내면의 나'의 괴리가 점점 커지게 된다.


세속적 가치관은 아름다운 것을 드러내어 추한 것을 감춘다. 그러나 도(道)의 가치관은 추한 것을 드러내고 아름다운 것을 감추라고 한다. 드러내면 사라지고 감추면 자라나기 때문이다.


이때 성숙한 3번의 진실, 정직, 성실의 미덕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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