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타샤 킴 Jun 02. 2022

파도를 타는 이유 1 (feat.발리에서 일어난 일)

파도에 업혀 본 적 있나요?

나는 서핑을 참 좋아한다.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몇 안 되는 경력이지만 나는 정말 서핑을 사랑한다. 본격적으로 파도를 타게 된 이유를 말하기 앞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있었던 경이로운 일을 풀어내 보겠다.




당신은 파도에게 업혀 본 적 있나요?



짱구 비치에 있던 졸린 개

 발리, 짱구 비치(서퍼들에게 유명한 서핑 포인트), 태양이 이글거리던 연말의 오후였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고작 한 번 강릉에서 잔잔한 파도를 타 본 경력으로 혼자 하드보드를 빌렸다. 강습을 들어볼까도 잠깐 생각했었으나 '굳이? 혼자서 해보지 뭐.'라는 마음에 빠르게 생각을 접었다. 이 때는 몰랐다. 짱구의 바다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가이드도 없이 패기 있게 중급자들이나 타는 파도가 넘실대는 곳에 몸을 던졌다. 가까이서 보니 멀리서 보던 것보다 훨씬 커다랗고 험악해 보였다. "후-." 심호흡을 한 후 도전한 것이 무색하게도, 준비되지 않은 나는 바닷속을 나뒹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얕은 모래 기슭을 뒹굴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파도는 나를 해안가로 자꾸만 뱉어냈다. 물을 먹어 매큼한 감각이 코와 눈에 시리게 밀려왔다. 래시가드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래 기슭에 부딪혀서 온 몸이 얼얼하고 피부에 상처가 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보드에서 미끄러지고, 물속에서 뒹굴고 뒹굴고 또 뒹굴기를 반복했다. 호흡이 저절로 거칠어졌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누구냐, 천하의 나 나타샤가 포기할 수는 없지!'라는 오기가 들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도전해 단, 한번이라도 파도를 타보기로 했다. 지친 몸으로 다시 한 번 보드를 끌고 나가 해수면 위에 앉았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 어어 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갑자기 눈높이가 쑤욱 올라가며 시야가 트이고 매우 시원한 바람이 몰려왔다. 몸은 중력에 저항하여 허공에 두둥실 뜨는 느낌이 났다.


엄청난 파도가 나를 업었다.
애정하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 이 이미지의 해당 상황과 감각을 그대로 현실에서 느꼈다.


직감으로 이 파도는 감히 아직 내가 도전할만한 수준이 아닌 걸 알았다. 고작 딱 한 번 잔잔한 곳에서 서핑을 배워본 내가 넘 볼 파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연의 선물이었을까? 거대한 파도는 나를 업고 빠르게 앞으로 전진했다. 그 순간의 기분은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파도에 업혔던 짧은 순간 굉장히 다양한 감각을 느꼈다. 1분이 마치 30분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기이함과 놀라움에 온 몸이 짜릿하게 전율함을 느꼈다. 두 번째로는 엄마의 품에 안긴듯한 포근함과 편안함을 느끼면서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에 감사했다. 인생에 있어 그런 신비하고 짜릿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한창 행복에 감격하며 떨던 중, 내게 순간 짧은 찰나의 생각이 스쳤다. ‘어떻게 이 커다란 파도에서 내리지?’ 하며 불안함과 두려움에 덜컥 겁을 먹었다. 그러자마자 나는 다시 한 번 제대로 바닷속을 뒹굴어야 했다. 파도가 나를 패대기친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모든 것은 역시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 온 만물의 자연이 나와 연결되어있으며 모든 나의 주관을 읽고 그에 따라서 반응한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정말 현실적인 법칙임을 느꼈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이끄냐느에 따라 그에 따라오는 것이 내게 이로운 것일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저 감사했다. 파도에게 호되게 혼이 난 후, 그대로 모래사장에 뻗어서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지금도 그때의 장면이 현실처럼 눈에 선하다. 이 이후로 다시 서핑에 도전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 때 품었던 자연을, 나를 포용해주었던 자연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파도를 타는 첫 번째 이유다.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내 사랑, 껠라 튀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