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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Aug 27. 2022

[책] 분열하는 제국, 콜린 우다드, 정유진,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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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미국이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한 적도 없으며 미국은 오히려 여러 개라는 것이다. 북미 식민지들은 애초 고유의 종교적 정치적 민족지적 특성을 지닌 영국의 섬들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정주한 곳이다. 어떤 이는 개인주의를 내세우고 또 다른 이는 유토피아적 사회로 개혁하고자 싸웠다. 누군가는 신앙이 인도하는대로, 다른 누군가는 양심의 자유와 탐구가 이끄는대로 살아야한다고 믿었다. 어떤 사람들은 평등과 민주 정치 참여를 중시했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계급에 따른 귀족적 질서를 존중했다." (책날개)



미국의 가장 고질적인 분열은 레드 주와 블루 주, 보수와 진보, 자본가와 노동자, 백인과 흑인, 신앙인과 세속주의자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이 결코 의견 일치를 본 적이 없는11개 "지역 국민"(regional nations""의 전체 혹은 일부로 구성된 연방 국가라는 데서 기인한다.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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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둘러보다 책 날개에 적혀있는 문구에 끌려 구입한 책. 딱히 미국을 좋아하지도 않음에도 굳이 미국 정치와 관련된 책을 선택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위의 딱 두 문단이면 책을 정리할 수 있을 것같다. 실제로는 보수와 진보, 공화당과 민주당의 싸움이 아니라, 미국의 시초 (아메리카 인디언을 제외한....)에서부터 있어온 역사적 문화적 차이가 현재의 미국을 구성하고 여전히 그 연장선에 있으며, 미국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북미 3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 전체를 놓고 비교할 때 좀더 뚜렷한 차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



한편으로른 그저 아주아주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미국 현대 정치의 흐름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얻는게 많았던 책이기도 하다. 특히 종교적인 부분에서 벌어진 세력경쟁과 한국에서의 종교운동, 서로간의 뿌리가 어디냐를 두고 다투는 가운데 발견할 수 있었던 영국 근현대사의 갈등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간의 유사성과 차이점은 단순히 미국내에서의 시각이 아니라 여전히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축으로 사용해도 좋을 듯 하다.



<분열하는 제국>에서 미국을 구성하는 "서로다른 국민들"의 차이를 가장 크게 규정하는 기준은 아마 "자유"의 이상일 듯 하다. 저자는 자유를 게르만 사회의 프라이하이트 Freiheit 에서 파생된 Freedom과 고대 그리스 로마로부터 이어온 리베르타스 Libertas 를 구분하여 각각의 국민들의 개인과 개인의 관계, 인종과의 관계, 국가와의 관계가 달라진다고 적고 있다.






<분열하는 제국>에서 자유에 대한 논의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지만, 저자는 미국 각 주의 기원과 발전, 그리고 사회 경제적 기반을 구분지어 설명하며, 지금까지의 미국 현대사의 정치적 결정들이 이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특히 강조한 것은 자유에 대한 해석과 구성원의 기원, 특히 인종주의와의 연관성. 인종, 자유에 대한 해석, 그리고 거기서 지식과 종교, 과학, 정부 등에 대한 태도의 차이로 구체화하면서, 개별이슈에 대한 미국의 이념적 지도를 그리고 이를 북미 전체로 확대해서 해석할 수 있게 한다.



사실, 다른 나라 사회에 대해 내가 잘 모르는 것 뿐, 한 국가의 특정한 지역이나 세대가 특정 이념에 대해 구분을 해보는 것은 언제나 가능한 것이다. 한국처럼 역사가 길면서도 하나의 민족이 절대적으로 많은 나라에서조차 구분이 가능한데, 미국같은 태생적으로 다민족 국가이면서 역사가 짧은 국가에서 특징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국가 구성원의 그룹을 나누면서 키워드를 특히 인종 등의 생래적 요소로 구분짓는 것은 일종의 결정론적 시각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OO나라의 국민 (혹은 OO인"이라는 이름안에서 공통점이 지배적일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특히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은 미국을 포함해 북미 3국,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유럽과 남미와의 관계, 심지어 "해외 점령지" 혹은 "미국이 개입한 전쟁 등"에 대한 이슈까지 확대된다는 점은 단순히 미국사회에 대한 분석을 넘어 미국을 둘러싼 세계정치 지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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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덤 (Yankeedom)은 매사추세츠 만 해안가에 세워졌다. 칼뱅주의자인 그들은 뉴잉글랜드의 황야에 종교적 유토피아인 새로운 '시온'을 건설하겠다는 꿈을 안고 그곳에 정착했다. 그들은 교육과 정치의 중요성을 믿고, 공동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금욕도 불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양키덤은 정부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지녔다. 그들은 정부를 시민의 힘이 확장된 형태라고 봤으며 외세와 기업, 귀족의 탐욕에 대항해 자신들을 보호해줄 필수적인 존재라 여겼다. (p.13)



아마도 미국의 여러 국민 중 가장 '미국인'다운 특징을 보유하고 있을 미들랜드 Midland는 영국 퀘이커 교도에 의해 건설됐다. 그들은 델라웨어만 기숡에 식민지 도시를 건설해, 자신들의 유토피아로 이주해오는 수많은 정착민을 반갑게 끌어안았다. 다원적이고 잘 조직화된 서민층으로 구성된 미들랜드는 미국 중서부 내륙의 농촌 문화를 형성했다. 그들은 인종-이념적 순혈주의를 배척했고, 정부란 존재는 환영할 수 없는 외부 침입자쯤으로만 여겼다. 정치에 대해서는 온건하다 못해 무관심할 정도였다. (p.15)



타이드워터 Tidewater는 초기 공화정 시대와 식민지 시대까지만 해도 가장 강력한 사회를 형성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보수적이고, 권위와 전통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며 평등이나 일반 대중의 정치적 참여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 타이드워터가 영국 남부 젠트리의 후손이 세운 사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젠트리는 영주들이 경제 정치 사회를 지배했던 영국의 반(半) 봉건사회를 이곳에 이식하고자 했다. (p.16)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Greater Appalachia는 북아일랜드와 북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저지대 접경의 거칠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18세기초 전쟁으로 파괴된 고향을 떠나 북미로 이주해오면서 형성됐다. 작가 기자 영화 제작자, TV 프로듀서들은 이들을 '레드넥 redneck' '힐빌리 hillbillies', '크래커 Cracker', '하얀쓰레기 White trash'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중략) 수많은 전쟁을 겪었던 영국 섬나라 출신인 까닭에 전사와 같은 사고방식을 지녔고,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주권을 끊임없이 갈망했다. 이들은 귀족사회를 싫어한 것은 물론이고 사회개혁론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키 선생과 타이드워터의 지주, 디프사우스 귀족들을 모두 경멸했다. (p.17)



디프사우스 Deep South는 바베이도스 노예 소유주들에 의해 세워진 서인도 스타일의 노예사회였다. 그들의 매우 잔인하고 횡포한 사회제도는 동시대를 살았던 17세기 영국인들조차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미국 역사에서 디프사우스는 백인 우월주의 및 귀족적 특권의 보루와 같은 존재였다. 고대 노예 국가를 모델로 한 고전적 공화주의 국가 같은 이곳에서 민주주의는 오직 선택받은 소수의 특권이었고 노예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북미의 수많은 국가 중 가장 민주적이지 않은 일당 체제 사회였으며, 이곳에서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짓는 첫번째 변수는 여전히 인종이었다. (p.18)



엘노르테 El Norte는 가장 오래된 유로-아메리칸 국민이다. 이들의 기원은 스페인 제국이 멕시코 북부의 몬테레이, 살티요 등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16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부흥하는 이 세력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중심으로 양방향 100마일에 걸쳐 확장되고 있다. (p.20)



레프트코스트는 양키처럼 정부를 신뢰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탐구와 발견을 뒷받침해줄 사회 개혁을 추구한다. 이 두 요소가 결합돼 이 지역에는 비옥한 아이디어의 토양이 다져졌다. 레프트코스트는 근대적 환경운동과 글로벌 지식혁명의 산실이자, 뉴네덜란드와 더불어 게이 권리운동이 처음 시작된 곳이며 1960년대 문화 혁명의 출발점이었다. (p.22)



파웨스트 The Far West는 환경적 요인이 민족성을 압도한 유일한 지역이다. 그레이터 애팔래치아와 미들랜드 등 다른 국민이 개발한 농사기법이나 삶의 방식은 고지대 건조한 기후, 외딴 서부내륙의 척박한 환경 조건을 가진 이곳에서 아무 쓸도가 없었다. (중략) 안타깝게도 이곳은 해안지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착취되고 수탈당하는 일종의 내부 식민지 취급을 받았다. (중략) 이곳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연방정부에 손을 벌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디프사우스처럼 정부란 존재를 남의 일에 간섭하는 참견꾼으로 매도한다. (p.23)



고대 라틴사회의 계몽 정치철학인 리베르타스Libertas에서 파생된 자유 개념은 양키덤과 미들랜드의 정치철학에 영향을 미친 게르만 사회의 프라이하이트Freiheit 에서 파생된 프리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략)



노르웨이, 앵글로색슨, 네덜란드, 그리고 다른 북유럽의 게르만족들은 '자유'란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본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지위와 부는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자유인으로 태어났다"라고 여긴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추방당하지 않으려면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가지고 이 세상에 왔다고 믿었다.



타이드워터의 젠트리가 받아들인 그리스 로마 정치철학은 그와 정반대였다. 인간은 모두 속박된 상태로 태어나며 자유는 특권처럼 주어지는 것이지 권리가 아니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많은 자유가 허락되는 반면, 어떤 이들에게는 조금,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예 주어지지 않는다. (중략) 자유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기에 가치있고 소중한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들에게 계급에 기반하지 않은 자유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리스와 로마에서 공화주의와 노예제, 자유와 신분제는 전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었다. 타이드워터의 지도자들이 철저히 수호했던 정치철학은 이런 것이었다. 높은 가문에서 태어난 그들은 자신이 "천한" 앵글로색슨의 후손이 아니라, 정복자인 노르만 귀족의 후손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철학 속에 있는 인종차별적인 가치관은 훗날 미국을 복잡한 \전쟁 속으로 몰아넣게 된다.



(중략)



그들은 자유를 지키는 데 열정적이었지만, 단 한 번도 그것을 일반 시민들과 나누려 하지 않았다. ( pp.81~83)



필그림, 더 나아가 청교도들은 미 대륙에 영국 시골 마을의 삶을 옮겨심고 싶어서 신대륙으로 건너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세우고 싶었했던 사회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장 칼뱅의 가르침에 기반을 둔 개신교 신정사회, 즉 종교적 유토피아였다. ( p.84)



양키덤 초기 정착민의 절반가량은 영국제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달한 이스트 앵글리아 출신이었다. 이스트 앵글리아에 속하는 7개 카운티는 영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심지였고 교육 수준도 높아서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는 곳이었다. (중략) 게르만식 자유 (freedom) 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했던 이스트 앵글리아인들은 타운미팅을 도입하고 시정 업무를 담당할 도시행정위원을 직접 선출했다. (p.86)



뉴네덜란드는 인디언들과도 공평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했는데, 이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깨어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편이 자신들에게 이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p.102)



즉, 네덜란드인들의 관용은 이런 것이었다. 그들은 다양성을 축복이라고 여겼던 것이 아니라 그저 참고 견딘 것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은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종교전쟁을 겪으면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 외에 더 좋은 대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화와 종교에 대한 획일적인 강요는 분쟁을 야기하고, 이는 무역과 사업을 망가뜨리는 자해와 다를 바 없었다. 다름을 수용한 이들의 태도는 오늘날 뉴욕시의 특징을 형성했다. 뉴욕에서는 모든 문화와 종교와 계급이 뒤섞이고, 상업, 정치, 아이디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p.103)



기독교 원리주의는 북부에서 유행하던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반발로 나타났다. 원리주의란 [원리들 the fundamentals]이라는 12권 분량의 책자 제목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애팔래치아 침례교 목사 A. C. 딕슨이 펴낸 이 책은 자유주의 신학, 진화론, 무신론, 사회주의, 모르몬교, 가톨릭, 기독교 과학자, 여호와의 증인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p.371)



세속화된 후에도 여전히 유토피아를 갈구하는 청교도주의의 도덕적 열망, 뉴네덜란드의 지적 탐구의 자유, 미들랜드의 관용적인 평화주의가 결합되어 탄생한 이 사회적 운동은 딕시의 백인들이 전쟁을 불사하며 지키려 했던 바로 그 사회적 터부와 전통적 제도를 전복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고자 했다. 1962년 발표된 '포트휴런 성명서'는 이들의 창립 선언문으로 여겨진다. 양키와 미들랜드 문화의 핵심이 녹아 있는 이 선언문은 전 세계의 비무장화, 전시 경제의 영원한 종식, 아무리 채워도 모자랄 이성, 자유, 사랑의 추구를 강조했다. 이들은 소유와 특권, 개인의 배경에서 비롯된 권력을 없애고 시민 집단의 결정을 수행하는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초기 청교도들이 꿈꿨던 것이다. (p.381)



(딕시연합은) 이들은 미국의 적을 쳐부수기 위해 잔인한 무력을 동원하는 일에 언제나 찬성이었다. 그거나 그것이 열등한 민족을 개화해 동화시키고 자립시키려는 양키들의 계획이라면 동의할 수 없었다. (p.392)



지난 200여 년 동안 미국의 대외 정책은 이 나라의 갈등 구조를 보여주는 선명한 지표와도 같았다. 1812년 이후 양키들은 줄곧 불개입과 반제국주의 원칙을 주장하며 일방적인 무력 사용을 선호하는 디프사우스와 타이드워터의 매파와 싸워왔다. 우수한 병력 자원을 공급해온 애팔래치아는 영토 확장이나 복수 목적이 아닌 전쟁에 대해서는 종종 의견이 엇갈렸다. 이상주의적이고, 지성적이고, 공공적 개신교도의 사명을 중시하는 양키들은 세상을 좀더 문명화시킬 수 있는 외교 정책을 펴고자 했다. 반면 군사적이고 명예를 중시하는 딕시연합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목표였다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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