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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Sep 20. 2023

[조기] 기숙사의 하루 (영국 사립학교의 일상)

[조기] 기숙사의 하루 (영국 사립학교의 일상)


조금 묵혀뒀던 내용 학교소식을 통해서 영국 사립학교의 일상을 살짝 들여다볼까 합니다. 매번 성적이 어떻고 옥스포드나 캠브리지에 몇 명이 갔고 의대가 어떻고 이런 얘기만 하는 것도 이젠 식상하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주관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저혼자만의 말이라고 하실 수도 있을테니 학교 스쿨레터를 기반으로 살짝만 들여다볼까 합니다.



소개해드리는 학교는 영국 중부 캠브리지셔 (Cambridgeshire 캠브리지와 그 인근 지역)에 위치한 사립학교입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수백 학교들 중에서 추천할 만한 학교군에 포함되어 있는 학교 중 하나이기도 하죠. 참고로 설명을 드리면 데이터만으로 학교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성적처럼 외부로 표현되는 자료의 경우는 학교의 목표에 따라 다르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죠. 



그래도 뭐, 간단하게 기숙사 (보딩하우스)에서의 일과를 보여드리겠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면서도 성적으로 시작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예외없이 각자의 선택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상.투.적.인 얘기들이네요. UCL도 가고, KCL도 가고, LSE도 가고, Imperial College도 가고... A*-A 비율도 A-level (12-13학년)에서 43%, GCSE (10-11학년) 에서 66%라고 말이죠. 아무래도 학교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성적이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공부를 했으니 이제 즐거운 얘기를 할 차례, 매 주말에 진행되는 다양한 활동 등에 대한 소개가 이어집니다. 핫초컬릿 이브닝 (따듯한 코코아를 마시면서 파자마 파티라도 하는 걸까요?)에서부터 요가, 니팅 (Knitting), 보드게임, 베이킹같은 하우스내 활동에서 시작해서 테마파크, 아이스 스케이팅, 영화, 뮤지엄, 갤러리, 인근의 식물원 방문 등 인근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이 있다고 합니다. 매년 12월에는 전체 기숙사 학생들이 캠브리지 대학교 가운데 가장 오래된 Peterhouse 에서 정찬 시간을 갖는다고도 하네요. Formal Dinner는 영화 해리포터의 식사장면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사실 별거 없나보다 싶은 시점에서 "캠브리지 대학교 출신이 많은 교사진에 의한" 캠브리지 대학교의 관련 전공부서와의 연계라는 흥미로운 표현이 이어집니다. 사실 옥스포드셔나 캠브리지셔의 학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이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 학생들 (옥스포드, 캠브리지 학생들)이 되고 싶다라는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 말이죠. Peterhouse에서의 정찬도 아마 그런 의미가 있겠지요. 굳이 Homerton College의 스포츠홀을 함께 사용하고 (학교 안에도 있는데도 말이죠), Cambridge Literary Festival 등에 참가하는 등의 활동도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이런 시설과 환경을 이용해 네트볼, 하키, 크리켓, 테니스, 육상을 비롯해 수영, 요가, 서킷 (Circuits)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캠브리지의 전통에 맞게 조정 (Rowing)이나 음악 축제도 빠지지 않는데요, 매년 7월과 12월 캠브리지 대학교의 West Road Concert Hall 에서의 공연을 포함, 조정의 경우 캠브리지 조정 클럽과 함께 활동을 한다고 하네요.




낮에 열심히 움직였다면 저녁은 조금더 로맨틱하고 차분한 시간일텐데요. 기숙사나 인근 레스토랑에서의 생일파티을 열거나 커피와 "와이파이를 즐기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여학생들의 기숙사답게 (다녀보면 남학생 기숙사와 분위기 많이 다르죠) 포근한 조명과 음악이 흐르기도 합니다 (분명 매일은 아닐 것입니다만...). 


기숙사 학생들은 기숙사에 갇혀만 있지도 않습니다. 물론 이동시에는 반드시 사전 허락이 필요하지만 중간중간 학교 밖이나 친구네 집, 캠브리지 시내 등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선배들과 런던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죠. 






기숙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규율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철학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영국의 사립학교는 하나의 "클라스"(Class)로서의 책임과 의무 등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상호 존중과 관용 (respect, tolerance)는 어느 기숙사 어느 학교에서나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덕목들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 자리한다는 표현이 멋있기까지 하네요. 



열심히 활동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가치있는 덕목들을 중심으로 자라난다면 그보다 바랄 것은 없을텐데요, 그 결과는 당연히 좋은 평가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이 속해있는 BSA (British School's Association) 에서도 Supporting Excellence (학생 지원부분) 에서 Finalist (얼추 톱10)안에 드는 학교라는 얘기... 그리고 너무너무 좋았던 기억들을 공유하는 학생들의 평가로 이어집니다.





예전 글에서 똑같은 사립학교에서도 기숙학생과 통학학생이 다른 점들에 대해 몇 번 설명을 드렸던 것 같습니다. 사실 사립학교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는 단순히 시설이나 수업시간의 수업만은 아닐테니까요. 수업시간 외 활동, 일과시간 외 활동, 주말을 포함해 여러가지 활동들이 있고, 그 시간이 혼자 알아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학교 학생들, 선생님들, 혹은 대학생을 포함한 외부 사람들과의 협업으로 채워지고, 이 모든 것들이 학교의 교육적 커리큘럼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중요한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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