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없는 것 #4. 뷔페식당
#파리 출장 이야기중에서...
예상치 않았지만 파리에서 여러 종류의 식당들을 다니다보니 문득 프랑스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프랑스 음식”이라 부를 수 있는 DNA가 무엇일까? 다행히 여러 종류의 식당을 다녀보면서 여러 종류의 프랑스 음식이라는 것들을 볼 수 있기는 했는데, 좀더 궁금했던 게 사실. 요리에 대해 무지해서일 수도 있지만 어려서부터 “프랑스 음식”은 뭔가 동경의 대상이면서도 막상 뭐라고 떠오르는 건 없었으니 아주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랄 수 있었다. 하다못해 우리나라 대표 프렌차이즈 빵집 이름도 하나는 “빠리의 바게뜨”, 다른 하나는 프랑스어로 “매일매일”이라고 하지 않더냐고.
지난 주 내내 영국식 핑거푸드에 지친 위장 탓이었을까? 이미 일일 1 크로와상, 1/2 바게뜨 이상 하고 있는 와중에, 빵이나 과자류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물론 여전히 충분히 맛있었지만 낮 동안의 간식으로, 밤에는 술안주 삼아 먹는 게 익숙했으니까. 대신에 생각난 게 “정찬 프랑스요리”. 하지만 혼자서 비평가처럼 레스토랑으로 향하기로는 쑥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불어를 하나도 못한다는 게 장벽이란 생각에 미치자, “프랑스식 뷔페 (French Buffet)”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단품으로, 정찬으로 제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제대로”된 것이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한식 뷔페에서, 일식 뷔페에서처럼 대강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 마침 “뷔페”란 단어도 프랑스어처럼 생겼으니, 어쩌면 생각보다 나은 프랑스식 요리를 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지도 않았던 욕심이지만, 무엇보다 본초적인 욕구에 가까운 식욕이라서였을까, “창밖을 보며 파리의 진짜 사는 모습을 구경하리라”던 의도와 달리, 빠리 시내로 들어가는 내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버스에서 1시간여, 기차안에서 1시간….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1시간 정도 찾아보고나서 알았다. “파리에는 뷔페식당이 없다”… 물론 호텔 아침 식사는 뷔페식이고, 중국, 일본, 인도 식당 중에서는 몇몇 뷔페식당이 있었지만, 하지만 정작 프랑스 뷔페식당은 없다는 것…
다급한 마음에 (생각해보면 “참 없어 보였겠다” 싶기도 하지만..) 뭐든 궁금한 건 물어보라고 했던 학교 담당자 두 녀석에게 뷔페식당 관련 메일을 보내놓고 (결국 답장은 안왔다) 혼자 생각해 봤다. “파리에 뷔페 식당이 없다”는 건, 프랑스 음식이 뷔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 “프랑스 음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미 정찬 한 번, 학생 식당 두 번, 요리사와 직접 수업 한 번, 데모 수업 시식까지 맛본 상황에서 내가 놓친 게 뭐였을까? 파리에는 뷔페 식당이 없다.... 근거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어쩌면 여기에 정답이 있는게 아닐까? 포인트가 좀 다르기는 하지만, 굳이 Cuisine (L. coquere, coquina / to cook)라는 지들 말을 두고, Gastronomie 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같은 의도가 아닐까? 단순한 조리방법이 그 아이덴티티가 아니라, 플레이팅, 서빙, 테이스팅을 포함한 모든 과정을 일컫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