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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Dec 05. 2019

2019년 결산, 12월의 책

2019년 결산, 12월의 책



언제나 12월은 결산의 시간이다. 잘했든 못했든, 일이든 사람이든, 책이든 영화든 하루하루 지나는 시간이 차가운 바람과 함께 사뭇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 한편으론 웃고 떠들며 먹고 마시느라 정신이 없지만 한편으론 그렇게라도 한 순간 한 순간이 즐거웠다고 자위하고 싶어서인 것도 같은게 언제나 12월이다.




올해는 유독 “잃어버린” 것들이 많았다. 잘못 예약한 항공 티켓도 한번 날려먹고, 핸드폰을 날려먹는 바람에 언젠가는 쓰려고 모아둔 사진자료도 날려먹고, 덩달아 사람들 주소록도 날려먹고, 생각나는대로 틈틈이 적어놓던 노트자료도 날려먹었다. 그리고 그에 비하면 작은 것이지만 사려고 적어둔 책들, 좋아하는 노래 제목들, 올해 읽었던 책들 리스트도 잃어버렸다.




사람도 헤어질 만해서 헤어지듯, 핸드폰과 함께 날려먹은 모든 것들은 어쩌면 내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미련으로 애써 붙잡고 있었던 것인지도. 일부는 살려놓고, 일부는 복원을 했지만 굳이 하나하나 찾아내려하지 않은 것도 마음 한 구석에서 자연스러운 이별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커>(2019)를 보고 부조리와 희망에 대해 얘기하면서 <21세기 자본>을 시작했다, 뜬금없이 영화 <양자물리학>(2019)에 뒤집어져 웃다가, 영화속에서 본 장면이 조국사태와 겹쳐져 울분을 토하다, 일반인을 위해 썼다는 양자역학소재 <퀀텀스토리>를 잡고는 훑어가기도 벅찬 몰상식한 두뇌를 한탄하며 12월까지 왔다. 그 사이, 책모임에서 주제로 잡은 <대성당>도 읽었고, 지금은 <붉은 손가락>도 읽어 들어가나 싶었는데, 화장실 들어가는 길에 책장에 꽂혀있던 <데미안>이 잡혔다. 근데 <데미안>이라… 본래 문학적 감수성이 부족한지라 관심도 흥미도 없었던 녀석인데, 일보러 화장실 들어가는데 왜 녀석이 손에 잡힌 건지는 미스터리(씩이나?)… 




2019년은 희망과 절망, 분노와 체념이 어느때보다도 날 것 그대로 머리와 가슴을 차례로 쓸고 지나가는 한 해 인 듯하다. 세상의 벽이 공고하다는 것을 어느 해보다도 절절하게 느껴서인지, 영화들에서도 책들에서도 조금씩 체념과 두려움에 젖어드는 나를 보는 것 같다. 감히 용기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지는 세밑. 어렴풋하게 따스함이 느껴져서(?) 잡아든 <데미안>에서 건져올릴 것은 무엇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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