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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Dec 26. 2019

[책모임 후기] 히가시노 케이고, <붉은 손가락>

2019년 12월, 강남역, 독서모임, 책모임

안녕하세요 여봉수 입니다.

<붉은 손가락> 모임이 벌써 1주일이네요. 남언니의 유형 무형의 압박에도 불구, 제 게으름으로 인해 이제야 후기를 올리게 된 점 너무나도 사과드립니다. 그래도 혹시라도 성탄 이벤트로 지금까지 남겨뒀을거라고… 생각해주시는 마음착한 분이 계신다면 이 땅에 빛으로 오셨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붉은 손가락>은 이미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가 …..의 작품이었습니다. 유명작가가 되고나면 흔히들 이전에 써둔 작품세계와 유명해지고나서 쓰는 작품세계의 차이를 주목하기도 하는데요, 그러기엔 제게 내공이나 지식이 일천하니 그냥 지난 주 수요일 모임에서 나왔던 얘기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론, 소위 “순수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지난 달 책 (에이먼드 카버, <대성당>)에 비해선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눈에 띤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모임을 하면 어디서나 보통은 사뭇 심각한 책들을 고르다보니 (저는 그래요… 겉멋이라고…..^^) 모임의 주제가 되는 책을 이렇게 편안하게 읽어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왜 지금껏 그렇게 어렵게만 보려고 했을까 하는 반성도 하게되는… 그래서 스스로는 평소에 할 공부를 등떠밀려야 하는 미욱한 사람이란 걸 반성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붉은 손가락>은 치매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다시 어머니의 치매로 인해 가정이 평온하지 않은 주인공 A (마에하라 아키오)의 가정과, 형사일에 매진하다보니 가정이 이리저리 치이고 깨진 또다른 주인공 B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여기에 형사 B의 사촌 동생인 C (마쓰미야 슈에이)와 C의 외삼촌(형사 B)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층위에서 가정이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지금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중에서도 특히 가정안에서의 소통이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주인공 A의 가정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지만 서로간의 소통이 부재한 가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A는 아버지가 치매를 앓는 동안 한발짝 떨어져 방관하다시피 했었고, 자신의 처가 가족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받아들였었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서야, 현실적인 이득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면서부터는 더욱 그런 면이 강조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결과가 어머니의 치매연기, 그리고 아들의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인 방항, 그리고 그 아들에 대해 맹목적으로 감싸고도는 아내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사건의 주재가 된 어린 소녀의 죽음은 가정안에서의 소통부재와 몰인격성을 드러내는 소재의 역할로 의미를 다했다고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또다른 주인공이라고 생각한 형사 B의 가정은 반대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붉은 손가락>은 형사 B와 B의 아버지인 ___ 의 불화를 암시하면서 시작하는데요, 겉으로 보이기에 몰인정하고 파렴치하게 보이기까지하는 일련의 모습들에도 불구, 서로간의 깊은 유대와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있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현실 사회에서 “결핍”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정의 관계가 더 따듯함을 보여준다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비교해서 본다면 형사 C는 서술의 중심에 서있기는 하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다소간 평면적으로 그려져있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안에서도 계속 묘사되고 있지만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 미숙한, 그러면서도 계급은 높은, 어떤 면에서는 결핍이나 보상에 대해 직접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순진하면서도 아직 좀 덜 여문듯 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모습 때문에 오히려 A의 가정과 C의 가정을 드라마틱하게 대비해주는, 그리고 굳이 작품 마지막엔 C의 우의를 확인까지 해주는 역할을 해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전체적인 구성과 별도로 모임에서 뜨거웠던 주제는 A의 아들이 보여준 공격성에 대한 해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사뭇 철학적으로 선악설까지도 번져갔었지요. 공교롭게도 자녀가 있는 3사람과, 자녀가 없는 2사람의 의견이 갈렸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했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흔히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말하는 장점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아무래도 자녀가 없는 분들은 아기가 태어나서부터 자라는 모습의 전과정을 함께 겪기 어렵다보니 사람에 대한 환상(? – 위험한 표현 죄송합니다)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고, 그 모습을 옆에서 볼 수”밖에” 없었던 저를 포함한 분들은 아름다움이든 추함이든 안전이든 위험이든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 달랐던 것이 아니었나 싶네요. 어떤 면에선 모임의 유일한 미혼인 K님을 기준으로 남자(남편) 혹은 여자(아내) 혹은 가정을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난 비교가 되었을 것같습니다. 뭐, 이건 사실 누구나 주변에서 (특히 술자리에서) 흔히 하는 일이긴 하죠 ^^


또다른 한편으로는 작은 아이를 무참히 살해했던 주인공 A의 아들 D (마에하라 나오미)의 모습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는 D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결과적으로는 괴물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의 모습을 보이는 결말과, D가 겪어왔던 과정들을 따라가보면 D의 행위가 단순히 다른 세상의 일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부연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부로부터의 폭력과 적절하지 못한 대처, 비겁함과 회피 등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정리해본다면 <붉은 손가락>은 갑자기 벌어진 안으로부터 망가져가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그 무너짐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아픔들 (이혼, 결손가정 등)이 아니라 인간적인 소통, 적절한 교류 등이 사라져가는 것으로 시작되며, 아픔과 어려움을 피하고 보지 않고자하는 비겁함이 사태를 점차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픔이 있다면, 어려움이 있다면 그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간다면 겉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유대의식은 간직한 채,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지요.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모두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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