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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Jan 15. 2020

<어른의 독서>, 한기석, 성안북스, 2019

책을 대하는 태도와,  독서와 삶에 대한 반성.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나름 공부한다고 하면서 처음 “좌절”이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대학원생과 교수님까지 섞인 스터디 맴버들끼리 술을 잔뜩 마시고 잠이 들었다 문득 잠에서 깼을 때, 침대에 속옷차림으로 누워서 책을 읽던 교수님의 모습. 헝클어진 머리만큼이나 헝클어진 머리로 한 달에 얼마나 책을 읽으시냐는 질문에 대한 교수님의 답. 한 달에… 100권쯤?... 아… 안되겠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공부라는 걸 때려치고 나서도 책은 가급적 놓지 않으려 했건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어른의 독서>는 독서모임에서 뵌 어떤 분이 선물로 주신 책이다. 말이란 모름지기 차이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중년의 독서도 아니고 노인의 독서도 아니고 청년의 독서도 아닌 “어른”의 독서는 결국 “어린이의 독서”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른의 독서”는 무엇이고, “어린이의 독서”는 무엇일까?


어디 따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루어 보건대 저자는 어른의 독서란 모름지기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소화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듯하다. 서평을 쓰는 방법에서부터, 글을 쓰고, 편지로 나누고, 독서 모임을 만들고 이웃과 친구와 사람들과 책을 읽은 행위를 나누는 활동 등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어른의 독서라면, 개인과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어른”으로서의 자세와도 연결이 될 수 있겠다. 동시에 효율적으로 책을 읽고, 습관화하고, 정리하고,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전체 행위에 관한 지침서.


“한 번쯤 뜨겁게 시작하는 100일 몰입독서법”이란 부제뿐 아니라, <어른의 독서>는 여러가지 면에서 자극이 된다. 어지간하면 자기계발서라는 항목자체를 펼쳐보지 않기는 하지만, 이런 류의 책들이 주는 터치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 하지만 나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표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라는 평범한 금언을 책 한 권으로 풀어내며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은 애당초 나한테는 한 줌도 없는 능력이니까 말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책 속에는 길이 있는 걸까? 있다면 어떤 특정한 목적지로 가는 길이 숨겨져 있으니, 보물찾기하듯 성실히 살피라는 뜻일까? 아니면 책을 통해 어떤 길이라도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자각하고, 어느 것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은 길을 스스로 열어가라는 뜻일까?


<어른의 독서>는 분명 책을 통해 나 자신과 사회를 변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함께 그 구체적인 행동 루틴까지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공감과는 별도로, 책을 대하는 자세에서는 이질감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정독과 사색을 권하고 있음에도 전체적으로 쉽고 빠르고 효율적인 길로 안내되고 있는 느낌은, 시험은 평소실력으로 보는 거라고 말하면서 예상문제를 뽑아주는 유명학원강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 필요하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성숙한 “어른”의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효율적이고 계산적으로 느껴졌다는 점에서 “어른”이 떠올랐다면 지나친 비약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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