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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Mar 22. 2020

[쓰다만 독후감] <데미안>

<데미안>, 헤르만 헤세, 혜원출판사, 1993​​


<데미안>, 헤르만 헤세, 혜원출판사, 1993




아부지가 소위 말하는 문학책을 보시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어려서부터 아부지가 엄청 좋아하셨다고 했던 작가가 “헤르만 헷세”(아부지는 꼭 그렇게 발음하셨다). 언제부터 책장에 있었는지는 몰라도 어렴풋이 엄청 오래전에 샀는 줄 알았는데, 출간된 연도가 내 입학때라고 하니 그것도 참 공교롭다. 내가, <데미안>을 샀다는 뜻이니까… 흠…



어떤 소설이든 일정 부분은 저자의 모습을 투영하기 마련,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세계의 본 모습, 나의 본 모습을 자각해나가는 것을 그리고 있다.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라틴어 학교에서 만난 나이가 조금더 많은 전학생이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세계와 갈등하기 보다는 이해하려는 시도가 강하다



싱클레어를 중심으로 본다면, 싱클레어의 세계는 완벽하고 조화로우며 자애로운 가족과 신의 세계와, 불안정하고 퇴폐적이고 폭력적인 악마와 거리의 세계



피스토리우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더 이상 세상이 말하는 신을 섬길 수 없게 된 성직자, 그러나 여전히 그 세계로 합일하고자 하는 완성될 수 없는 욕망을 가진 자. 오르간 천상으로 오르는 악기이자 조화와 완전성을 표상. 싱클레어의 내면적 갈등을 다른 식으로 표상, 작가의 과거이기도 할 듯


베아트리체


에바 부인


황금색 새, 매,


반쯤은 남성적인 얼굴


어머니, 연인


성적 환상


“신의 이름은 아프락서스다”



결과적으로 싱클레어와 데미안, 피스토리우스는 작가의 분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세 사람 모두,아프락서스를 영접하고, 현실의 종교에서 말하는 신은 이미 본래의 신이 아니고 통속적으로 너무 고결하게 그려진 타락한 신이라는 점을 자각. 헤세가 오르간을 연주하고, 소위로 군대에 간 기록이 있다면 딱인데.


전체적으로 불교적 이미지. 선과 악의 명확한 가름이 아니라, 배중률이 아니라,


에바 부인, 사랑, 열정, 욕망, 선, 악이 모두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내 안에서 융합되고 하나라는 사실. 단순히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마음에 있고, 마음으로 이어지며 그 안에서 완성되는,


우리는 다른 존재


전쟁에 열광하는 폭력에 열광하는 세계와는 다른 존재로서의 자각



*[쓰다만 독후감]은 말그대로 쓰다만 독후감입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한 상황에서 끄적거려둔 녀석이지만 앞으로 완성을 기다리다가는 한 세기도 더 지날 것같아 그냥 실익은 상태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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