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속휘 Sep 05. 2022

영안(靈眼): 귀신을 보는 눈

영혼 수사관 Ep. 4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며칠 후 연락이 닿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님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영안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지만 방송 섭외가 주된 목적이었다.


보신각 근처에서 기다는 동안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마른 몸매였지만 다부져 보이는 강한 인상의 한 남자가 추워 웅크리고 서있는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도 인사를 했다.

“혹시…, 영안님?”

“하하하, 네. 맞습니다. 공필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 저도요. 공필님 팬입니다.”

“팬이요? 하하하. 쑥스럽네요.”

“날도 추운데 뜨끈한 국물로 하시겠습니까?” 강한 인상과 대비되게 환한 웃음을 가진 남자였다.

, 그러시죠나도 따듯한 미소로 답례했다.

종로 골목을 조금 걷다 처음 보이는 한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쟁반 가득 밑반찬을 나르던 아주머니가 기계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점심시간이라 식당 안은 거의 만석이었다. 우리는 보이는 빈자리에 얼른 앉았다.

“혹시, 성함을 여쭤 봐도 될까요?” 나는 수저통에서 수저와 젓가락을 꺼내며 말을 걸었다.

내 앞에 냅킨을 놓으며 “주오선이라고 합니다” 사내가 대답했다.

“뭘로 드실까?” 아까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시던 아주머니가 불쑥 끼어들며 식탁 위에 밑반찬을 깔았다.

“저는 설렁탕 주세요” 그 영안의 사내가 메뉴도 보지 않고 주문을 했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나도 그냥 그 사내를 따라 주문을 했다.

나는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 무침을 집어먹으며 영안의 사내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영안 이셨나요? 태어날 때부터 그랬나요?”

“아닙니다. 그 일이 있구 나서…”

갑자기 뒤에서 열기가 확 다가왔다.

뜨거워요아주머니가 뚝배기에서 펄펄 끓고 있는 설렁탕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초고속으로 설렁탕이 나왔다.

“드시죠” 끊고 있는 뿌연 국물에 공기 밥을 말아 수저로 휘휘 저으며 앞에 앉은 영안의 남자가 말했다.

나는 뜨거워 보이는 국물을 한 수저 퍼 올려 입에 가져가며 말을 이어갔다.

“그 일이라는 게 무슨 일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네, 십 년 전에 제 여동생이 살인사건으로 희생되었습니다.”

영안의 사내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밥을 말은 설렁탕과 함께 커다란 섞박지를 입에 넣었다.

깜짝 놀란 나는 수저를 내려놓으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하하하, 공필님이 왜 저한테 죄송합니까? 당연히 모르시죠. 하하하.”

“그래도…”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드세요. 식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설렁탕을 먹었다.

난 설렁탕을 반즈음 먹다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설렁탕 뚝배기의 바닥까지 싹싹 비운 주오선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다 드신 건가요?”

“아, 네.”

“괜히 저 때문에 못 드신 거 아닌지…” 어색한 표정의 주오선이 이마에 흐른 땀을 냅킨으로 닦았다.

“아닙니다. 배가 그렇게 고프지가 않아서요.”

“괜히 밥을 먹자고 했나 봅니다. 커피나 한잔하며 이야기를 할 걸 그랬습니다.”

“그럴까요? 커피 한잔하시죠.”


우리는 자리를 건너편 카페로 옮겼다.


“혹시 직업을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전 종로경찰서 강력계 형사입니다.”

“오! 여기, 관내 형사 님이셨어요! 어쩐지 포스가 남다르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하하” 주 형사가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방송은 생각해 보셨나요? 영안을 가진 강력계 형사님! 오~, 말해 버리니 뭔가 멋짐이 묻어나네요.”

“하하하” 주 형사는 그저 웃기만 하고 있었다.

“이번 미제사건 함께 해 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90도로 정중히 인사했다.

“어유~, 이러지 마십시오” 주 형사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도 해결해야  일이 있습니다자리에 앉은 주형사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무슨 일인지…”

“제 여동생 사건도 아직 미결 사건이라서요.”

“사건에 대해 여쭤 봐도 될까요? 실례가 아니라면요.”

“네, 그럼요.”


사건은 이랬다.

 형사가 군대를 제대하고  2학년으로 복학했을  그의 여동생은 3 되었다. 학원 수업을 마친 여동생은  막차 버스를 타고 집에 오곤 했다 한다.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대신해  형사가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을 나갔다 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은 동생의 귀가 시간을 기다리던  형사가 깜박 잠이 들었고 하필 핸드폰도 진동으로 되어 있어서 동생에게 걸려  전화를 듣지 못했다 한다.


주 형사의 말을 듣고 있던 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구나 생각했다. 마치 흔한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잠이   형사가 여동생으로부터 걸려온 부재중 전화를 보고 얼른 달려 나갔다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날이 새도록 기다리며 전화를 걸었지만 동생은 받지 않았고  뒤로 사라졌다고 한다.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고 며칠이 지난 어느 , 형사들이 집으로 찾아왔다. 여동생이  주변에 있던  모텔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 주 형사는 어머니와 함께 여동생의 시신을 확인했다.   어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지셨다 한다.  일이 있은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어머니는 지병이 악화되어 돌아가셨고, 여동생의 부검 결과는 액살이  사망 원인이라고 했다. 담당경찰의 미흡한 초동수사 때문에 여동생의 사건은 미제사건이 되었고 모든 가족을 잃은  형사는 대를 포기하고 경찰대에 다시 들어가 경찰이 되었다고 한다.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살인범을 자신의 손으로 검거해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서...

한참 동안 이어진 주 형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다시 궁금해졌다.


“그럼, 언제부터 영안이 되신 거죠?”

“제 동생의 시신을 확인하러 갔을 때 시신 보관 냉장고 앞에 울며 서있던 여동생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땐 제가 헛것을 본 줄 알았습니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첫 사건 현장이 살인사건이었는데, 그때도 피해자의 영혼을 보았습니다. 그 뒤로 문득문득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주 형사의 말이 마치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쉽게 믿어지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움을 청했다.

“그럼, 방송에 출연을 안 하시더라도 도와주실 순 있을까요?”

“제가 그 사건에 대해 열람을 해봤습니다.”

“아! 그러셨어요. 저도 열람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 사건과 제 여동생 사건의 유사성이 좀 있더라고요. 기간은 5년의 터울이 있지만요.”

“그게 뭔가요?”

“두 사건 다 목을 졸라 죽인 후 예기로 전신 탈의된 시신의 주요 부위들을 과다하게 찔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 개의 안구 모두를 뽑아낸 것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폭행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전 사실 자세한 내용은 몰랐었습니다. 구독자 중에 여대생 논두렁 살인사건의 장소를 안다며 제보를 해 주어서…”

“사 후 시신 훼손은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시신에서 두 눈을 뽑아 가는 건 흔한 일이 아니죠.”

“그럼, 동일범이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네, 연쇄 살인 사건일 확률이 높습니다.”

“앗!” 순간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앞을 볼 수 없었던 거구나…”

“네, 맞습니다. 저도 사건을 열람하면서 지금 공필님과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피해자 영가 눈이 없어서 앞을 볼 수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아~, 이제 퍼즐이 좀 맞춰지는 느낌이 드네요.”

“미제사건 전담반에서도 제 여동생 사건과 그 사건 모두 뒤로 밀려난 상황입니다. 언제 수사가 재개될지 알 수 없죠. 다행히 공소시효는 폐지됐으니 반드시 잡아야 줘. 그 범죄자 새끼가 죽기 전에…”

“그럼, 저랑 함께 하시죠! 방송은 뒤로하더라도…”

“방송은 계속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증거 영상 자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시청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현상을 증언해줄 목격자들도 많이 생겨날 거구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영안의 형사님과 심령 장비로 무장한 영혼 수사관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라…, 해 볼만 하지 않나요!”

잠시 망설이던 주 형사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그래 볼까요.”


그 후로 우리는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다. 그리고 주 형사의 비번날에 맞추어 논두렁 미제 살인사건의 방송을 진행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주 형사와 나는 공조하며 범인을 추적하기로 했다.

이전 03화 또 다른 목소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