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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Sep 08. 2022

실마리

영혼 수사관 Ep. 6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방송을 위해 픽업을 하러 간다고 주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넘어 주 형사의 난감한 목소리가 들렸다.

휴가를 냈지만 반려되어 당분간 함께 방송할 수 없다 했다. 그리고 경찰대 동기인 미제사건 전담 수사대의 형사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죄송해요. 동기 녀석한테 말해 놓겠습니다. 내일 정오쯤 전화해 보세요.”

주 형사는 여러 차례 미안하다 말을 하고서는 전화를 끊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신기하게도 차 안에서 브리핑과 소통 방송을 하는 동안 영가들에 대한 두려움보단 연민 같은 것이 느껴졌다.


현장에 도착한 나는 백팩에서 EMF와 스피릿 박스를 꺼내 허스키 중딩 영가가 있던 장소에 설치했다.

“어이! 중2병 걸린 허스키! 나 왔다. 감공필!”

EMF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스피릿 박스도 라디오의 잡음만 나올 뿐이었다.

“여러분, 중딩 영가 어디 갔나 봐. 장비들이 아무 반응도 없네.”

채팅창에는 비아냥거리는 메시지들이 올라왔다.

나는 다시 피해자 영가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EMF 측정기의 전원을 켜고 자리에 내려놓았다.

측정기의 수치는 여전히 100을 나타내고 있었다.

“역시…, 피해자 영가님은 여기 묶여 있는 게 맞는 것 같아. 내 직감이 틀리지 않았나 봐.”

채팅창의 반응을 보며 배낭에서 스피릿 박스를 꺼내고 있었다. 차디찬 쉬폰천의 감촉이 내 뒷목을 감싸고 지나쳤다. 나는 카메라를 집어 들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을 비췄다.

“방금 뭔가 뒤에 있었는데…”

나의 예상대로 채팅창엔 호의적인 메시지보단 ‘레전드 주작 시도’, ‘호들갑은 갑’ 등의 메시지가 주를 이루며 올라왔다.

자괴감과 현타가 세게 왔다. 이런 감정은 오래전에 극복했다 여겼다. 하지만, 막상 다시 마주하니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며 맥이 빠졌다.

방송도 잊은 채 아무런 말없이 메마른 논바닥에 주저앉아 어두운 허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앞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역한 생선 썩는 냄새가 풍겨왔다.

나는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누구야!”

카메라에 달린 조명으론 어둠 속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멧돼지가 내려왔나 하는 생각에 서치라이트를 꺼내 들었다.

“거기 누구 있어요?”

부스럭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느껴졌다.

서치라이트를 소리가 들린 곳을 비추었다.

아무것도 아무도 없었다.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는 동안에도 역한 생선 썩는 냄새는 어딘지 모를 곳에서 풍겨왔다.

“믿을지 모르겠는데, 여기 지금 역한 생선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해.”

그러자 채팅창에선 ‘위험신호다’, ‘피해라’, ‘도망쳐’등의 반응이 악플들 사이로 보였다.

나는 결국 그 역한 냄새를 참지 못하고 구토를 했다.

가져온 생수로 입을 헹구고 채팅창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어느새 채팅창은 무속인 BJ들과 합방하라는 글들로 메워져 가고 있었다.

“왜들 그래…, 무속인분들하고 방송 안 하는 거 알면서…” 나는 논바닥에 떨구었던 스피릿 박스를 집어 들어 피해자 영가의 반응이 있던 장소에 전원을 킨 후 내려놓았다.

EMF 측정기의 반응은 여전히 동일했고 스피릿 박스에선 라디오 잡음 만이 나왔다.

“남공필입니다! 혹시 증거 같은 거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스피릿 박스에서 라디오 잡음 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옆집 아저씨가 범인이라는 물증 같은 거 기억나는 거 없나요?”

채팅창의 악성 글들은 무시한 채 피해자 영가에 집중했다.

“증거가 될 만한 걸 알려주세요. 도와 드릴 게요.”

‘츠츠 삐 츠 츠 삐익’

스피릿 박스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EVP 녹음기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손에 쥐었다.

‘츠츠 자 삐익 츠츠 삐수이익 저츠츠 어츠 츠츠’

“여러분! 들었어? 뭐라는 건지…?”

채팅창의 반응을 보아 방송을 보러 온 사람들보단 욕하고 비아냥거리러 온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 보였다.

“다시 말해 주세요.”

나는 EVP녹음기를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스피릿 박스에선 라디오 소음만 들려왔다.

방송 내내 악성 댓글들에 시달린 난 지칠 대로 지쳐 갔다.


“미안한데, 여기서 오늘 라이브 종료해도 괜찮지! 속이 너무 안 좋고 머리도 깨질 듯 아파서… 미안.”

‘날로 먹네’, ‘주작 실패’등의 비난 글들을 나는 무시하고 방송을 중단했다.

그리고 스피릿 박스와 EMF 측정기의 전원을 끄고 배낭에 넣었다.


이제부터 저는  들어요. 하지만 여기  녹음기에 말하시면  녹음될 거니까하고 싶은   해보세요.”

손에  EVP 녹음기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두통이 점점 심해졌다.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니는 진통제를 먹었다. 그리고 한 시간 가량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녹음기를 들고 서 있었다.

“이제 저는 갑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그렇게 아무것도 저장되어있지 않은 EVP 녹음기에 두 개의 녹음 파일이 저장이 되었다.

녹음기를 끄고 힘없이  자리를 떠났다.


집에 돌아온 나는 씻지도 않은 채 녹음기의 파일들을 데스크 탑 컴퓨터로 옮겼다.

헤드폰을 연결해 녹음된 첫 번째 파일을 재생했다.

별다른 소리는 녹음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녹음 파일 거의 끝부분이 되자 무언가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부분만을 사운드 편집기에서 잘라냈다.

그리고, 이펙트 기능을 이용해 볼륨을 가능한 가장 크게 높였다.

그러자 들려오는 단어가 있었다.


‘자수정’

“자수정이라…” 메모지에 적었다.

다른 파일을 재생했다.

바람 소리가 강하게 녹음되어있었다.

중간중간 알 수 없는 잡음 같은 것들이 녹음되어 있어서 사운드 편집기로 가져가 일일이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자연의 소리같이 들렸다.

그렇게 의심이 가는 모든 부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들린 단어 하나.


‘팔찌’였다.

“팔찌…” 메모지에 적었다.

무심결에 메모지에 적은 단어들을 읽었다.

“자수정 팔찌!”


흥분한 나는 주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 형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흥분은 쉽게 가라 않지 않았다.

그렇게 뜬 눈으로 날이 샜고 오후가 되었다.

주 형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형사님! 알아냈어요!”

“무슨 일 있습니까?”

“옆집 아저씨가 범인이라는 증거요!”

“네?! 그게 무슨 말인지…”

“어제 방송 마치고 EVP로 녹음을 더 하고 왔거든요. 그리고 확인해 봤는데요. 이런 게 녹음되어 있더라고요!”

나는 모니터의 스피커 볼륨을 높였다.

그리고 전화기를 가까이 가져가 편집기로 이여 붙인 파일을 재생했다.

‘자수정 팔찌’

“들으셨죠. 그 여자 영가 목소리!”

“아… 이게…” 전화기 넘어 주 형사의 목소리는 당혹스러운 듯했다.

“그러니까요. 옆집 아저씨가 그 피해자 영가의 자수정 팔찌를 가지고 있을 거라구요. 그게 그놈이 살인자라는 증거라구요!”

“아…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저랑 가 실 수 있나요?”

“죄송한데요. 제가 지금 잠복 중이라… 어제 알려드린 동기한테 전화해 보시겠습니까! 제가 연락은 취해 놨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고생하세요.”

나는 전화를 끊고 카톡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메시지에 있는 전화번호를 눌렀다.

통화음이 들렸다.


“여보세요” 차분한 분위기의 여성의 목소리가 전화기 넘어 들려왔다.

나는 전화를 잘못 건 줄 알았다.

“저… 혹시, 길교하 형사님 전화인가요?”

“네, 맞습니다.”

이름으로 남자 형사라 생각했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주오선 형사님 소개로 전화드린 감공필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주 형사한테 연락받았습니다.”

“이번에 미제 사건 방송으로 논두렁 여대생...”

“네, 알고 있습니다. 어제 주 형사 연락받고 채널에 있는 영상들 봤습니다.”

“혹시, 형사님 지금 시간 되시나요?”

“무슨 일이신지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어제 그 여대생 피해자 영가의 목소리가 녹음이 됐거든요.”

“…” 전화기 넘어 길 형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옆집 아저씨가 범인이라고 영가가 말했구요. 어제는 증거로 자수정 팔찌라고 또렷이 녹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옆집 아저씨 집으로 팔찌 찾으러 가보려 하는데요.”

“…” 길 형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수색 영장 뭐 그런 거 가져가야 하는 건가요?”

전화기 넘어 길 형사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길 형사님, 듣고 계신가요?” 답답했다.

“그 옆집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피해자 집 옆에 있겠죠.”

“흠… 그래요. 제가 바로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나는 20여분의 기다림이 마치 20년의 기다림처럼 느껴졌었다.


길 형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제가 오늘 15시에 집으로 찾아뵐게요. 제 차로 가시죠.”

“넵! 알겠습니다. 길 형사님! 제 주소가…”

알고 있습니다. 이따 뵙죠.”


내 주소를 어떻게 알지? 내 신원을 조회해 봤나? 사찰당했나?

별별 생각을 하며 오후 3시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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