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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Sep 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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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수사관 Ep. 5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여러분! 엄청난 소식을 가지고 왔어!”

나는 고스트 헌팅 방송계의 레전드 BJ 떡상이 되어 구독자가 10만을 넘기고 있었다.

채팅창에는 10만 돌파 실버 버튼 축하 메시지로 도배가 되고 있었다.

“실버 버튼은 아직 도착 안 했고…, 더 놀라운 소식이 있어! 여러분, 전에 영안을 가지신 시청자 분 기억하나? 그래! 그분이 함께 하시기로 했어. 그래서! 여기 계시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목소리로나마 함께 하기로 한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입니다.”

“닉네임이 너무 길다 보니…, 혹시 제가 앞으로 뭐라고 부르면 좋을 까요?”

“글쎄요…, 특별히 생각해 보질 않아서…”

“여러분의 많은 의견 부탁해.”

채팅창에는 다양한 닉네임들이 오르고 있었다.

나는 채팅창의 내용을 읽어가며 방송을 이어갔다. 그러는 동시에 주 형사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직 주 형사가 진짜 영안을 가진 사람인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 형사는 손전등도 켜지 않은 채 어두운 논을 두리번거리며 서 있었다.

“오~, 멋진 닉들 많이 올라오네~”

주 형사가 들을 수 있도록 일부러 큰 목소리를 냈다.

주변을 살피던 주 형사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사건 현장을 향해 걷던 주 형사가 멈추어 섰다.

난 주 형사의 뒷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주 형사의 뒷모습과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주 형사가 나를 향해 돌아보는 순간 나는 재빠르게 카메라를 손으로 가렸다.

채팅창에선 항의성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미안한데, 여러분 이해를 해줘… 신원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방송하시기로 한 거라서… 이해하지!”

주 형사가 나에게 오라 손 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주 형사의 다리를 비추며 그에게 다가갔다.


“왜 그러시죠?”

“여기가 사건 현장 맞죠?”

“네, 정확히 집으셨어요.”

“이상한데…”

“뭐가요?”

“여기 그 피해자 영가가 있는 게 맞습니까?”

“네, 장비들로는 그렇게 보였어요. 뭔가 문제가 있나요?”

“영가는 보이지 않고 흐릿한 아지랑이 같은 연기만 보여서요.”

“잠시만요.”

나는 가방에서 EMF측정기를 꺼내 현장 주변에 가져갔다. EMF 측정기는 여전히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 아직 있는 것 같은데요.”

“그게…, 제가 보던 형체와 너무 달라서...” 주 형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전에 파즘 카메라에 찍혔던 사진들이 생각이 났다.

“저 혹시 이런 건 가요?”

나는 스마트 폰으로 옮겨 두었던 뿌연 연기 같은 것이 찍힌 사진들을 주 형사에게 보여 주었다.

“어! 네, 흡사합니다.”

나는 스피릿 박스를 꺼내 들었다.

“여러분! 영안님이 보시는 거랑 파즘 카메라에 찍힌 사진이랑 흡사하다니까. 스박 해볼게!”

스피릿 박스의 전원을 올렸다.


‘츠츠츠츠’ 라디오 소음이 흘러나왔다.

“피해자 영혼님, 저 왔어요. 감공필!”

‘츠츠츠츠’ 스피릿 박스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채팅창에는 사진을 다시 보여 달라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었다.

“여러분! 잠깐만 사진은 조금 뒤에 보자… 지금 스박 켰으니까 이거부터 하자!”

나는 흥분하는 시청자들을 달래 가며 방송을 이어갔다.


“여기 같이 오신 분도 영가님 도와 드리려고 왔어요.”

“네, 저도 도와 드리려고 왔습니다.”

‘츠츠츠츷’

스피릿 박스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스피릿 박스의 전원을 확인해 봤다. 스피릿 박스의 전원은 그대로 켜져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스피릿 박스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전원을 껐다.

그러자 말도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쁘우 뿌부 쁘쁘 쁘’

전원이 꺼져있는 스피릿 박스에서 괴상한 소리가 났다.

놀란 난 손바닥으로 스피릿 박스의 스피커 부분을 여러 번 내리쳤다.

그러자 스피릿 박스의 전원이 켜지며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거 망가졌나 봐…” 나는 라디오로 변해버린 스피릿 박스의 전원 스위치를 반복해서 껐다켰다를 하고 있었다.

“공필님!” 다급한 주 형사의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고개를 들어 주 형사를 보았다.

“저기… 저 논두렁 뒤에…” 주 형사가 가리키고 있는 곳을 향해 카메라를 비췄다.

“저기 영가 하나가 더 있는데요.” 주 형사의 시선이 꽂혀 있는 논두렁 넘어 나지막한 언덕에는 대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곳이었다. 파즘 카메라로 대나무 숲을 찍었다.

그리고 스마트 폰으로 연결하여 찍은 사진들을 열었다.

희미한 무언 가가 찍혀 있었다.

주 형사는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난 그런 주 형사의 뒷모습을 방송용 카메라와 파즘 카메라 두대에 담고 있었다.


대나무 숲 근처에 다다른 주 형사가 약간 아래쪽을 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주 형사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파즘 카메라로 찍었다.

그리고 열어 본 사진 파일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공필님, 여기 다른 영가가 있습니다” 주 형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채팅창이 술렁이고 있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 없이 사진을 보고 서 있었다.

“여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 영가가 있어요.”

주 형사의 시선은 한 곳 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입니까? 그 영가…”

“바가지 머리 스타일에 두꺼운 뿔 테 안경 같은 걸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하반신이 보이지 않아요.”

내가 보고 있는 사진에 찍힌 희미한 형상과 너무나도 흡사하게 주 형사가 묘사를 했다.


나는 사진을 송출했다.

“봐봐 이 사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님 말과 똑같지 않아? 여기 이 형상!”

‘심령사진 실화냐!’, ‘또 다른 레전드’ 등의 후원금 메시지가 쉴 새 없이 터졌다.

나는 백팩에서 장비 하나를 꺼냈다.


 “이 놈은 미리 녹음해서 온 주작이네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소리를 만들었네 별의별 말들이 많아서 사용 안 하던 건데 스박이 먹통이라 어쩔 수 없다.”

꺼내 든 장비는 EVP (Electronic Voice Phenomena) 녹음기였다.

이 녹음기는 자력계와 가속도계 센서 및 초 저음파와 초 고음파의 영역대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소리를 360도로 잡아낼 수 있는 강력한 마이크가 장착된 초자연 녹음기이다.

“녹음기에 아무것도 저장되어 있지 않아. 자! 잘 봐!”

나는 EVP 녹음기에 아무 파일도 저장된 것이 없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확인시켰다.

몇 년 전 녹음기에 대해서 심한 비난의 글들과 주작 논란에 휘말려 두 번 다시 사용하지 않기로 했던 장비라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확인시켰다.

나는 EVP 녹음기를 주 형사의 시선이 고정된 장소에 놓았다.

“넌 왜 거기에 있는 거야?”

그리고 잠시 시간의 텀을 두었다. 영가가 말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름이 뭐야?”

녹음기에 녹음될 시간의 텀을 두며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고 있었다.

주 형사가 뒤로 물러 났다.

놀란 나도 엉겁결에 뒤로 물러 섰다.

“왜 그러세요?” 주 형사에게 속삭였다.

주 형사가 다시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 났다.

나도 따라 물러섰다.

나는 바짝 긴장한 채 가능한 모든 상황을 카메라에 담으려 노력했다.

“저 영가의 입이 엄청 커지면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 형사가 입을 열었다.

EVP 녹음기를 가지러 가야만 하는 나의 머릿속에는 기괴한 유령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녹음기로 다가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얼굴을 빠르게 마구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주 형사는 뒤로 계속 물러났다.

겁에 질린 주 형사의 모습에 나 또한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는 어떡해서든 방송을 이어가야만 했다.

그래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서치라이트를 꺼내 들었다.

예전 방송에서 이 서치라이트로 멧돼지를 쫓아냈던 경험이 떠올랐다. 강력한 빛이 어쩌면 귀신도 쫓을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눈 감으세요” 주 형사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녹음기가 있는 방향으로 강력한 빛을 발사했다.

“억!!”  내 말을 듣지 못한 주 형사가 눈을 가리며 외마디 비명을 냈다.

서치라이트의 강도를 낮춘 후 녹음기를 향해 잽싸게 움직였다.

녹음기를 손에 넣고 눈을 비비며 서있는 주 형사를 데리고 멀찌감치 뒤로 빠졌다.


“다들 봤지? 여기 상황이 좀 이상하게 흐르고 있는 것 같아. 일단 녹음기부터 들어 보자.”

나는 EVP 녹음기에 녹음된 하나의 파일을 시청자들에게 보이며 확인시켜 주었다.

“잘 봐! 여기 녹음된 파일 딱 하나밖에 없어. 이제 이 파일 재생할 거야.”

녹음기를 방송용 카메라에 설치된 마이크 가까이 가져갔다.


내 목소리가 재생되었고 잠시 후 ‘나도 피해자’라는 허스키한 저음의 목소리가 녹음기에서 들렸다.

나는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이거 그 허스키 목소리 같은데!”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내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이 뭐야?’

잠시 후 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렸다.

‘신~ 나는 악마’

소름이 돋기보단 무언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거 뭔가 이질 감이 들지 않나요? 공필님.”

주 형사가 대나무 숲 쪽을 바라보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다시 재생 버튼을 눌었다.

녹음기에서 기묘한 소리와 잡음이 섞여 재생돼 나왔다.

나는 스피릿 박스를 다시 꺼내 전원을 올렸다. 다행히도 다시 작동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대나무 숲 근처 주 형사가 영가를 본 그 장소로 이동했다.

스피릿 박스를 방금 전 EVP 녹음기를 놓아두었던 자리에 다시 놓았다.

“허스키 너 중학생이냐?”

‘츠츠츠츠’ 아무런 반응이 없는 스피릿 박스에선 라디오 주파수 찾는 소음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도 저 여자 영가와 같은 살인범의 피해자야?” 주 형사가 끼여 들었다.

‘츷’

스피릿 박스가 조용해졌다.

“말해!” 주 형사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저… 잠시만 진정하시고요.”

나는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서는 주 형사의 팔을 잡았다.

채팅창 또한 과하게 흥분이 되어있었다.

반면 장비들은 더 이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서 종방 할게. 장비도  이상 아무 반응도 없고. 대신 내일 다시 여기로 올게!”

나는 마무리 멘트로 방송을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


차로 돌아가며 약간 멍해 보이는 주 형사에게 말을 걸었다.

“주 형사님, 괜찮으세요?”

그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걷고 있었다.

“괜찮으시죠!”

나는 주 형사의 어깨를 가볍게 툭 건드렸다.

“네. 생각 좀 하느라.”

주 형사와 나는 차에 올랐다.


주 형사를 집으로 태워다 주며 말을 이어갔다.

“아까 하시던 생각 저랑 같이 하시죠.”

“네? 아…, 죄송합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어서… 사건 파일에는 다른 피해자는 없었거든요.”

“그런데요?”

 어린 영가, 굉장히 화가   보였습니다.”

“네. 기운이 바뀌는 걸 저도 느꼈어요.”

아무래도 시간이 나면 주변 탐문 조사를 해봐야   같습니다.”

“혹시 내일도 여기 같이 오실 수 있으신가요?”

“내일은 출근해서 휴가 신청을 내봐야겠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진척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좋죠!”

“가능했으면 좋겠는데… 사건들이 많아서…”

주 형사는 말끝을 흐렸다.


나는 어쩌면 내일 이곳에 혼자 와야 하겠구나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주 형사와의 첫 번째 공조 방송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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