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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Sep 10. 2022

영이(靈耳): 귀신의 소리를 듣는 귀

영혼 수사관 Ep. 8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주 형사와 함께 도착 한 현장에는 길 형사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주 형사는 길 형사에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서로 오가는 말들과 행동들이 오랜만에 만난 배꼽친구처럼 보였다.

나는 차에서 배낭과 카메라를 꺼내 방송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길 형사가 그런 나에게 캔커피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감사합니다. 제가 드렸어야 했는데…”

“다음에 잊지 말고 나에게 꼭 드리시죠.”

“넵! 담엔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잘 마실게요.”

나는 장비가 가득 담긴 백팩을 들춰 메고는 시원스레 캔커피를 들이켰다.

늘 혼자 방송을 하면서 긴장을 줄이려 마시던 커피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든든한 형사 둘과 서 있으니 전혀 두렵거나 긴장되지도 않았다.

“두 형사님들 가실까요.”

앞장서 논으로 내려갔다.

나는 그때까지 방송을 송출하지 않고 있었다.

방송을 보기 위해 대기 접속 자 수가 4만을 넘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레전드 찍은 현장 오니 대기 시청자가 4만을 훌쩍 넘기네요.”

나는 뒤따라 걷는 두 형사에게 자랑스럽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 주었다.

“길 형사님도 목소리만 출연하실 건가요?”

“아니요. 저는 목소리도 출연하지 않죠.”

“아~ 네에~ 잘 알겠습니다.”


나는 카메라를 현장이 잘 보이도록 세팅을 하고 방송을 송출했다.

“영혼 수사관 감공필 오늘도 미스터리 사건 현장을 찾아왔습니다.”

오프닝 멘트를 치고 카메라 뒤로 갔다.

“오랜만에 여러분이 지어 준 닉네임 영안영웅 님을 모시고 논두렁 여대생 미제 살인 사건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영안영웅 님,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네, 덕분에 멋진 닉네임도 얻었고 잘 지냈습니다. 시청자님들 멋진 닉네임 감사합니다” 카메라 뒤에 서있던 주 형사가 감사 인사를 했다.

“오늘도 영안영웅님은 목소리로만 함께 해 주실 겁니다.”

채팅창의 반응을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악성 댓글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영안영웅님과 함께 레전드 방송을 시작해 보자고!”

길 형사는 한 발치 떨어진 곳에서 커다란 야상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변을 서성이며 살피고 있었다.

나는 늘 그렇듯 EMF측정기를 꺼내 들고 영가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사건 현장에 다다르자 디지털 계기판에 숫자 100이 떴다.

그리고 스피릿 박스를 꺼내 전원을 켰다.

‘츠츠츠’ 라디오 스윕 소리가 흘러나왔다.

“피해자 영가님, 아직도 여기 계시죠! 자수정 팔찌 찾았어요.”

‘츠츠츠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런데, 옆집 아저씨가 범인이 아니랍니다.”

‘츠츠츠츠’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나는 대나무 숲 언덕을 바라봤다.

“혹시 중2병 허스키 신발! 너도 듣고 있나?”

‘츠츠츠츠’ 스피릿 박스에서는 여전히 라디오 스윕 소음만 나오고 있었다.

“중딩! 너도 그 살인범 새끼 잡고 싶지 않냐?” 나는 어두운 허공에 소리쳤다.

“여자 영가 아지랑이 외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옆에 서있던 주 형사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허스키 신발 중2병!” 나는 다시 크게 소리쳤다.

‘츠츠츠 츠 츠 츠’ 스피릿 박스에서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다.

“허스키! 중딩!” 나는 다시 소리쳤다.

‘츠츠츠 삐익 츠츠츠’ 여자 영가가 반응할 때 나타나는 소리가 들렸다.

‘삐익 삐 츠츠츠 공필 츠츠’

스피릿 박스에서 내 이름이 나왔다.

“네, 공필 왔습니다. 말하세요.”

‘츠츠츠’ 다시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야! 중딩! 너도 나와라!” 나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중딩 영가도 도발해 봤다.

주 형사는 대나무 숲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고 길 형사는 그 대나무 숲을 향해 걷고 있었다.

“중2병 나와라!” 나는 대나무 언덕으로 걸어가는 길 형사를 보며 소리쳤다.


“어! 얌마!” 주 형사가 길 형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벌어진 돌발 상황에 나는 카메라를 집어 들고 두 형사의 뒷모습을 잡았다.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등장인물 출연!’, ‘누구일까? 저 야상’ 등등의 글이 채팅창에 채워졌다.

나는 뒤따르지 않고 카메라의 줌을 천천히 당겼다. 혹시 모를 또 다른 돌발상황을 대비해서 마이크는 무음상태로 해 두었다.

나는 스마크 폰의 송출 화면과 댓글 창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

주 형사가 길 형사의 어깨를 잡는 것 같았고 둘은 그대로 논 바닥에 쓰러졌다.

놀란 난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 둔 채 황급히 뛰어갔다.

쓰러진 주 형사와 길 형사는 의식이 없어 보였다.

나는 주 형사를 흔들었다.

“주 형사님!”

그리고 길 형사도 흔들었다.

“길 형사님!”

길 형사가 눈을 떴다.

뒤이어 주 형사도 눈을 떴다.

“무슨 일이에요?”

나는 일어서려는 길 형사를 부축했다.

“괜찮아? 길 형사!” 주 형사가 일어서며 말했다.

“머리가 아프네…” 길 형사가 휘청거렸다.

나는 길 형사를 부축하며 섰다.

“아… 이게 다 뭐람” 주 형사가 옷에 묻은 진흙을 털어냈다.

갑자기 길 형사가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검은 액체가 길 형사의 입에서 나왔다.

“괜찮으세요!” 나는 길 형사의 등을 쳐 주었다.

주 형사가 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내 길 형사를 비췄다.

길 형사가 억지로 토해내고 있는 액체는 검은색이 아니라 어두운 청록색의 액체였다.

“119 불러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주 형사를 보며 길 형사를 걱정했다.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 길 형사의 등을 주 형사가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가 업혀있어… 길 형사 등에…”

길 형사가 주 형사를 올려다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펴 보였다.

“아니… 진짜라니까” 주 형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당집에 가야겠네 등! 신! 떼러!” 양손의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길 형사가 말했다.

“둘 다 기절하셨어요. 방금 전에…” 나는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차로 갔다. 주 형사와 길 형사는 응급실로 가 진찰을 받아 보기로 했다.

두 형사가 떠난 후 나는 채팅창을 보며 카메라로 돌아왔다.


심각한 분위기의 채팅창에는 토론이 벌어져 있었고 이름 하나가 연속적으로 언급되며 올라가고 있었다.

다른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의 방송 타이틀이자 이름이었다.

고려시대 헌이라는 술사 가문의 35대손 계승자라고 자칭하며 술사 헌미 란 타이틀로 버라이어티 방송을 추구하며 활동하고 있는 BJ였다.

“타 방송과 다른 BJ 여기서 언급하지 마라 얘들아.”

하지만 그 BJ와 합방하면 문제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낼 수 있을 거란 의견이 쇄도했다.

“안 한다. 그런 거…” 나는 관심 없다는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해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팅창에선 꼭 합방을 해야만 한다고 난리가 났다.

“아니…, 리얼리티 방송에서 술사랑 합방이 말이야 방귀야! 무속인하고도 안 하는데!”

채팅창은 합방만이 답이다로 대동 단결되어 있었다.

시청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인터넷 방송의 특성상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다. 그 BJ랑 어떻게 연락하면 되냐?”

방송을 뒤로 미룬 채 채팅창에 빠져 있었다.


뒷주머니에 찔러 넣어둔 전화기의 예상치 못한 진동에 화들짝 놀랐다.

모르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이 전화번호는 편집자들과 방송을 도와주시는 분들 몇 명만이 알고 있는 번호였기에 잘못 걸려온 전화라 생각하고 수신 거부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같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채팅창 매니저 역할을 하는 내 방송 블로그 운영자이자 팬카페 운영자가 채팅창에 전화받으라고 글을 남겼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아앙! 요즘 대세이시인 공필니임!”

“누구시죠?”

“저로 말씀드리자며언 술사 헌 미라 하옵니다아앙!”

“아…” 뒷머리가 띵했다.

“공필니임 매니저님이잉 하도 연락을 하라 성화를 내시는 바람에엥 전화 드려써여엉.”

“아…, 네…”

“지금 방송 중이시죠오? 저 또한 그러하답니다앙.”

이 말에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 방송 중에 나에게 전화를 건 거였다.

“자아~ 레전드 합방 준비되셨나요~옹”

나한테 하는 소리인지 방송 멘트인지 알 수 없었다.

“저한테 하시는 말씀인가요?”

“님들~, 주운비 되셨나여~엉”

전화기 넘어 느끼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BJ님 방송 잘하시고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여러분! 하… 진짜... 분야가 달라… 아주 극으로 달라… 방송 성격 자체도 궁극적으로 달라… 그래서 안된다는 거야.”

나는 시청자들을 설득해 보려 했다.

하지만 단호한 시청자들은 설득되지도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방송이나 하자! 오늘 다른 실마리 찾아보자고!”

나는 카메라를 사건 현장으로 돌렸다.

스피릿 박스의 전원을 켜자 속이 메스꺼웠다.

신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낭에서 커피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백팩에서 스피릿 박스를 꺼냈다.

‘츠츠츠츠’ 스피릿 박스의 라디오 스윕 소리가 어두운 공간에 울리고 있었다.

“피해자 영가님.” 말을 꺼내자 입 밖으로 검은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당황한 나는 카메라와 장비에 묻을 까 염려되어 몸을 돌렸다.

우에엑 쫘악~ 구토를 쏟아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송출되고 있었다.

라이브 방송 정지를 먹을까 걱정이 된 나는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를 껐다.

그 와중에도 토사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커피를 너무 급하게 마셨나 생각했다.

토사물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헛구역질이 계속 나왔다.

그리고 왼쪽 머리에 심한 편두통이 왔다.

깨질 듯한 두통에 주저앉았다.

눈이 빠질 듯 아파왔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눈과 귀 사이 두개골 안쪽 깊숙한 곳이 아팠다.

배낭의 바깥쪽 주머니에 들어 있는 자그마한 구급상자를 열었다. 진통제를 꺼내 입에 넣고 그대로 씹었다. 쓰디쓴 약이 퍽퍽한 목구멍을 타고 천천히 내려갔다.

물을 가져오지 않아서 그냥 커피를 꺼내 마셨다.

그리고 고통을 참으며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를 다시 켰다.

“미안… 갑자기 구토가 나왔어… 아무래도 방송 전에 마신 캔커피가 안 좋았나 봐. 영안영웅님과 함께 오신 분도 그랬구…”

다시 방송을 이어 가려했다.

그때였다. 왼쪽 귀를 관통해서 오른쪽 귀 안쪽에 무언가 탁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았다.

“어… 나 오른쪽 귀가 안 들려…” 어지러웠다.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어지러워 멀미가 나는 것 같아...” 구토가 밀려왔다.

나는 그냥 바닥에 드러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허공에는 후원 메시지들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전화기의 진동이 느껴졌다.

그 술사 BJ의 전화였다.

나는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지금 귀가 잘 안 들리시고 어지럽고 멀미도 나시고요.”

“네, 그걸 어떻게 아시나요?”

“공필님 방송 보면서 제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앙~, 우선 축하합니다앙~.”

“아픈 게 축하받을 일인가요?”

“곧 알게 되실 겁니다앙~.”

“합방 날짜는 제가 잡아서 알려 드리겠습니다앙~.”

“합방이요? 그전에…”

술사 BJ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참, 어이없고 무례한 자라 생각했다.

후원과 염려의 메시지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늦은 가을날,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젠 양쪽 귀 모두 들리지 않게 되었다.

방송이고 뭐고 그냥 한참을 몸이 괜찮아질 때까지 그대로 누워있었다.


잠시 후, 서서히 주변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워 앉았다.

바람 소리, 벌레소리,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팔뚝에 차고 있는 스마트폰의 채팅창을 들여다봤다.

열댓 명의 시청자들만 남아 119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119 부르지 마라. 나 살아있다.”

채팅창엔 다행이라는 글귀들이 써졌다.

“요즘, 여기만 오면 방송 사고 나네… 안 그러냐?”

‘그러게’ 누군가 내 오른쪽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나는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채팅창을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 술사 BJ랑 합방해야 할까?”

‘데려와 그 술사’ 이번에 왼쪽 귀 가까이서 누군가 속삭였다.

이번에도 잘 못 들었다 생각했다.

“합방은 하는데 주작 운운하지 않기다.”

‘술사 데려와’ 다시 들렸다 양쪽 귀 모두에서…

겁이 났다.

“누구야!” 주변을 살폈다.

“누가 소리를 내였는가!” 겁이 난 나는 궁예 성대모사를 했다.

채팅창엔 무슨 일이냐고 묻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를 잘못 들었나 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바람 소리 아니야’

“누구야!” 소리쳤다.

‘진짜 내 소리가 들리나 보네!’

머릿속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뭐야 이게지금!”

‘나다 신!’

내 머릿속에서 짓거리고 있는 건 그 중딩 영가였다.

“중2병!”

‘어라 진짜 들리는구나 너!’

“뭐 하자는 거야 지금!” 아차 싶었던 난 채팅창을 들여다봤다.

방송에 접속해 있는 시청자는 두 명뿐이었다.

종방 하던 시간보다 한참이 지난 시간이었다.

나는 서둘러 방송 종료 멘트를 했다.

“지금까지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방송 종료할게요. 행복하세요.”

아무런 반응 없는 채팅창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송을 종료시켰다.


장비를 주섬주섬 정리하고 차로 걸어갔다.

논두렁에는 동이 트고 있었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헛소리를 들었다. 생각하며 집으로 차를 몰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집에 돌아와서도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행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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