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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Sep 16. 2022

리유니온 (Reunion)

영혼 수사관 Ep. 12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술사 헌미의 라이브 합방을 하자는 연락을 받고 오랜만에 논두렁 사건 현장으로 향 했다.

전과는 다른 비장함이 있었다.

운전을 하며 브리핑 방송을 켰다. 여러 차례 예고를 했음에도 예상과는 달리 시청자가 많지 않았다.

후원금이나 시청자 수에 연연하지 말고 진짜 그 살인범을 잡아 보자 다짐했다.


현장에 거의 다 왔지만 술사 샘의 대낮 같은 조명과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시계를 보았다. 00시 45분이었다. 내가 너무 일찍 왔구나 생각하며 사건 현장에 가능한 가까이 주차를 하기 위해 안쪽으로 조금 더 차를 몰고 들어갔다.

자동차 몇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난 잠시 라방을 논두렁 여대생 피살 미제사건의 방송 자료들로 만든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송출했다.

차에서 장비를 꺼내며 체험단이 왔나 생각했다. 그리고 백팩을 메고 카메라를 들고 플래시 라이트로 주변을 살폈다. 자동차 뒤쪽에 사람들이 보였다.

난 그쪽으로 다가갔다. 체험단이라면 양해를 구해보려 했다. 자동차 뒤쪽으로 가자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주 형사님? 길 형사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잘 지냈습니까? 공필님!” 오랜만에 환한 주 형사의 웃는 얼굴이 너무 반가웠다.

“나한테 드리 실 커피가 왜 안 보이죠” 여전히 아름다운 길 형사도 웃으며 농담을 날렸다.

“오신단 말을 하셨어야 사 오든가 말든가 할 거 아닙니까” 나도 웃으며 두 형사와 기쁘게 재회의 악수를 나누었다.

“영이를 가진 영혼 수사관 공필니임~” 술사 헌미가 캔커피 하나를 나한테 내밀었다.

“술사 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저번 라방 끝나고 나서 헌미 님이 어떻게 저희 연락처를 아셨는지 저 하고 길 형사 모두에게 전화를 해서는 한 동안 공필님 전화받지도 말고 피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헌미 님이 시간이 되면 그때 알려 준다면서요” 주 형사가 들고 있던 캔커피를 마셨다.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나는 술사 헌미를 보았다.

“공필님이 영이 거부하시면서 많은 문제가 있을 걸 알았더랬습니다” 술사 헌미가 말했다.

“그런 걸 다 알았다구요? 그걸 믿으라구요?” 살짝 화를 냈다.

“이거 마시고 진정하시죠” 하며 길 형사가 내 손에 있는 캔커피를 땋다.

“난 두 형사 님들에게 팽 당한 줄 알았어요. 그리고 술사 샘한테는 먹튀 당했다 생각했어요! 아…, 억울하네!”

“그러니까 빨리 결정을 하지…흠” 술사 헌미가 주변에 서 있던 스텝들에게 방송 준비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때 남아서 방송을 촬영하던 분들과 커다란 금속 박스를 나르던 스텝 분도 계셨다.


“찾으셨어요? 그 덫 제거 방법요” 술사 헌미에게 물었다.

“그거 찾는데 시간 좀 걸렸답니다. 여기 조용히 몇 번 와서 면밀히 살폈지요” 술사 헌미가 황금 부채를 부채질하자 ‘훼잉~’하며 소리가 났다.

“그래서 찾았어요?”

“이게 크루쓰멉 같아요.”

“그게 뭐예요?”

“캄보디아 흑주술사의 짓 같은데.”

“같은데요?”

“이거 누가 하는 짓인지 알아보려고 마지막에 왔을 때 미끼를 던져 놓고 갔어요. 이따 그거 확인해 보면 알 수도 있을지 모르죠.”

“그럼, 라이브 켜시죠” 비장한 마음으로 라이브 방송을 전환했다.


“여러분, 오랜만에 논두렁 여대생 미제 살인사건 현장에 다시 왔어요.”

시청자가 500명을 넘기고 있었다.

“술사 헌미님과 합방으로 진행합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술사 헌미도 방송 시작 멘트를 하고 있었다.

술사 헌미의 노련한 방송 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필니임~” 술사 헌미가 나를 불렀다.

나는 술사 헌미의 카메라들 앞에 섰다.

“오늘 공필님의 새로운 영능력 기대합니다앙~.”

그러자 내 방송의 시청자들이 술렁였다.

“아… 내가 말을 못 했는데, 영이라고 들어 봤나? 영혼의 소리를 듣는 귀라고.”

채팅창에는 ‘술사와 놀더니’. ‘무당 코스프레’, ‘어쩔 영능력 방송’등의 비꼬는 댓글로 채워졌다.

“공필님, 시청자분드을~ 고운 마알 예쁜 마알 해야 복 받는다! 악한 말하면 그거 몇 십배 몇 백배로 돌려받아 반드시!” 술사 헌미의 광끼가 번득이는 가느다란 눈을 내 카메라에 가까이 대며 말했다.

그러자 채팅창은 악성 댓글들로 쑥대밭이 되었다.

“제가 다 캡처하겠습니다. 나중에 고소하시죠” 주 형사가 카메라 밖에서 말했다.

“괜찮아요. 이렇게 알아 가면서 이해하려 하고 있는 겁니다. 삶이라는 존재들을요” 주 형사에게 미소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오~옹! 꽁피일니임~ 다시 봤어요옹~” 술사 헌미가 특유의 재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술사 샘은 그 말투가 스본적되야...” 카메라를 들고 논으로 내려갔다.

“거기 스톱! 뭐라고?” 술사 헌미가 소리쳤다.

“네, 섰습니다” 카메라 앵글을 술사 헌미를 향했다. 그러자 술사 헌미를 뒤따르던 두 형사들이 얼른 등을 돌렸다.

“아… 죄송해요! 영안영웅님과 그 외 1분님!”

‘영안영웅님도 합방’, ‘오늘 찐 레전드’ 같은 후원 메시지가 터져 나왔다.

술사 헌미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 고려 술사 헌씨 가문의 35대손 전통 계승자 술사 헌미의 본적은 서울이요.”

“네? 갑자기 본적을 말씀하시는지?” 의아했다.

“방금 전에 본적 되라면서요?”

“아…, 스본적되…, ‘스스로 본인이 적이 되다' 그런 말인데요. 요즘 제가 쓰는 방송용 멘트 중 하나입니다.”

“흠~, 그렇군요. 최근에 밀고 있는 유행어인가 보오, 어험!” 술사 샘이 훼잉 부채질 소리를 내며 앞서 걸어 나갔다.

나는 그의 뒤를 EMF 측정기를 켜고 뒤따랐다.


어느 한 지점에 다다르자 술사 헌미가 멈췄다.

“허~, 요놈 봐라!”

“왜 그러시죠?” 술사 헌미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좀 칠 줄 아는 놈 같습니다. 아니면 이곳을 자주 와보거나… 내가 놓은 미끼에 역살을 해 놨네요” 술사 헌미가 근엄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아시죠?” 물었다.

“술자들 눈에만 보이는 항출(行朮)의 세계가 있답니다.”

“항출? 그건 뭔가요?”

“주술이 흐르는 공간 그런 겁니다.”

“그럼, 보신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술사 샘.”

“그날 결계를 걷어내고 며칠 후 다시 왔더랬습니다. 그리고 덫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현재에 와선 정말 보기 드문 전도(傳導) 주술이더군요.”

“그 말씀은 캄보디아의 흑주술사의 술수를 이곳에 있는 시행자가 똑 같이 실행할 수 있도록 능력을 전했다는 말인가요?”

“오~옹, 꽁필니임! 대단해요옹~”

“아…, 그 말투가 진짜 스본적되…, 그럼, 그 크루쓰멉 굉장한 능력의 소유자 아닌가요?”

“만만한 자는 아닐 겁니다. 어쩌면 결국 거투(距鬪)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원거리 전쟁이라…,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그건 저도 모릅니다.”

뒤에 서 있던 주 형사가 말했다.

“결계가 사라져서…, 그래서…, 저 여자 영가가 보이는 거군요. 처음엔 다른 영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네, 맞습니다. 영안영웅님, 결계가 저 피해자 영가를 가리고 영기 다시 말해 영의 에너지를 소멸시키고 있었죠.”

“제가 요전에 동해 낚시를 갔다가 우물에서 여교사 시신이 발견된 미제 살인사건 현장에 갔었는데요. 그 영도 소멸되었다고 중2병 영가가 그러더라구요. 그게 가능하네요.”

“네, 대부분의 주술로 영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천도를 하느냐 말 그대로 소멸이냐의 차이겠죠.”

“소멸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단계 즉 모든 세상으로부터 끊어져 나간다고 보면 됩니다. 그전에 이승에 잠시나마 그 영혼의 기억 에너지가 잔존할 수 있습니다.”

“이해가 안되네요. 헌미 씨” 주 형사 뒤에 서 있던 길 형사가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쉽게 말하자면 이승 그리고 저승 즉 천국과 지옥 등의 팔계(八界)를 포함한 모든 계에서 떨어져 나간다고 보면 됩니다. 자살한 영혼들 모두 같은 처지에 처하게 되지요.”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길 형사가 팔짱을 끼며 다시 물었다.

“아무것도 아닌 아무 의미도 없는 그런 상태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무(無)와는 다릅니다.”

“와~ 진짜 말 이상하네” 하며 길 형사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옆에 있던 주 형사가 길 형사를 자중시켰다. 그러자 길 형사는 화가 난 듯 중얼거렸고 주 형사는 고개를 연신 끄떡이며 길 형사를 달래 주려 애를 썼다.

“나도 잘 이해가 안 되긴 하는데…, 뭔가 엄청 안 좋은… 뭐랄까, 지옥보다 더 안 좋은 그런 느낌인데…, 맞나요? 술사 샘?”

“공필님 말씀이 맞습니다.”

술사 헌미가 다시 황금 부채를 펼치며 바람을 일으키자 훼잉 하고 소리를 냈다.

“근데, 저번의 황금부채에서 소리가 안 난 것 같았는데 이건 신기한 소리가 나네요” 부채를 카메라로 줌인하며 말했다.

“이건 부정을 쳐내는 부채입니다. 웬만한 염들은 이 부채질 한 번으로 사멸되지요. 대대로 내려오는 신물입니다.” 뿌듯한 미소로 술사 헌미가 웃었다.


“이제부터 피해자 영가를 옮아 매이고 있는 덫을 제거할 겁니다” 술사 헌미가 손짓하자 스텝 한 분이 커다란 금속 상자를 끌고 다가왔다.

“자 모두 뒤쪽으로 물러나시오” 그 스텝이 금속 상자를 열며 우리에게 말했다.

술사 헌미와 그 스텝이 금속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내 놓았다.

술사 헌미가 기묘한 손동작을 하며 주문 같은 것을 읊었다. 그러자 그 스텝이 기다랗게 조립한 대나무 자루를 하늘로 향해 높이 치켜들고 동일한 주문을 읊었다.

그리곤 술사 헌미가 그 스텝의 앞으로 가 기마자세로 서며 그 황금 부채를 활짝 펼쳐 부채질을 했다. 바람을 일으킬 때마다 ‘후훼에잉’하며 커다랗고 신묘한 소리가 울렸다.

술사 헌미 뒤에 서 있던 그 스텝이 펄쩍 뛰어오르더니 공중에서 그 대나무 자루를 피해자 영가가 묶여 있다는 자리를 향해 던졌다.

기다란 대나무 자루가 휘청이며 바람을 타고 날아가다 산산이 부서지더니 붉은 액체를 쏟아냈다. 그러자 술사 헌미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양팔을 활짝 펼치며 부채를 휘저었다. 그러자 황금 부채에서 황금빛들이 논 바닥에 쏟아진 붉은 액체 위로 날아가 떨어졌다.

나는 멍하니 이 모든 상황을 카메라로 치켜보고 있었다.

채팅창에선 ‘마술쇼’, ‘일루젼 니스트의 초호화 퍼포먼스’ 등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잠시 후 술사 헌미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는 기마자세로 섰다.

그 스텝이 우리 주변으로 곱게 빻은 황토를 커다란 원을 그리며 부었다.

그리고 그 위에 회색의 알 수 없는 액체를 부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원을 완성한 그 스텝은 술사 헌미가 잘 보이는 원 바깥쪽 가장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해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술사 헌미가 그 소리에 맞춰 황금부채를 휘두르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해금의 소리와 황금부채에서 나는 소리가 신묘하게 어울리며 어둠 속으로 울려 퍼져 나갔다.


이제 술사들만의 시간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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