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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Sep 17. 2022

공방전(攻防戰)

영혼 수사관 Ep. 13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해금과 술사 헌미의 부채 소리의 기묘한 합주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꺄악’ 하는 고라니 소리 같은 것이 어디선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해금 소리가 빠르고 커졌다. 그러자 술사 헌미의 춤사위도 덩다라 더 커져 갔다.

고라니의 소리는 점점 여자의 비명소리처럼 들려왔다.


‘띵’

해금의 줄이 끊어지며 해금을 연주하던 스텝의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술사 헌미가 황금부채를 그 스텝에게 던져 주었다.

그 스텝은 고개를 숙이고 몸을 최대한 웅크리며 부채 뒤로 숨는 것 같았다.

술사 헌미가 금속 상자 안에서 커다란 도(刀)와 호리병을 꺼내 들고는 호리병 마개를 이빨로 뽑아냈다.

큰 소리로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 같은 것을 소리쳤다. 그리고 호리병의 것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호리병에 남은 알 수 없는 액체를 도에 뿌렸다. 그리고는 옆으로 서서 머리 위로 도를 들어 올렸고 왼손은 앞으로 곧게 뻗어 소리가 나는 쪽을 가리켰다.


삽시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술사 헌미가 야구의 타자처럼 도를 잡으며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여자의 허밍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원 안에 서 있던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부채 뒤에 웅크리고 있던 스텝이 땅 위를 구르기 시작했다. 구를 때마다 부채는 하늘을 향해 무언가로부터 방어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 스텝이 굴러 술사 헌미의 뒤쪽으로 다가가더니 일어섰다.


여자의 허밍 소리가 점점 크게 울렸다.

그 스텝의 몸이 떨리기 시작하자, 한 손은 자루에 한 손은 도의 옆면을 잡고 돌아선 술사 헌미가 그 도의 옆면으로 그 스텝을 우리 쪽으로 밀쳐 냈다.

스텝이 날아와 원에 몸이 반쯤 걸치며 떨어졌다.

코피를 쏟고 있는 그 스텝을 얼른 낚아채 원 안으로 끌어당겼다.

원 안으로 끌려온 스텝이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

주 형사가와 길 형사가 심폐소생술을 번갈아가며 했다.

나는 무너진 원을 최대한 빨리 남아 있던 재료들로 복구했다.


다시 자세를 잡은 술사 헌미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마치 쳐내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술사 헌미가 도를 휘두를 때마다 ‘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의식을 회복한 그 스텝은 그대로 누워있었다.


주 형사가 소리쳤다.

“위험해!”


술사 헌미의 허리가 꺾이며 날아갔다.

“이런! 저게 뭐지!” 주 형사가 떨고 있었다.

“뭔데요?” 뒤를 돌아봤다.

“저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지…”

“말씀해 보세요!”

“검은 연기 같은 알 수 없는 문양들이 마치 커다란 뿔이 달린 염소의 머리뼈 같아.. 젠장… 뭐야 저게!”


술사 헌미가 도를 의지해 힘겹게 일어섰다.

그때였다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며 빠를게 술사 헌미 쪽으로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술사 샘! 뭔가 뒤쪽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요!” 나는 술사 헌미를 향해 소리쳤다.

술사 헌미가 몸을 반쯤 비틀며 도로 무언가를 어렵사리 막는 것처럼 보였다.


‘쨍’ 청명한 소리와 함께 술사 헌미의 도가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술사 헌미가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가부좌를 공중에서 틀었다.

지켜보던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공중에서 가부좌를 튼 술사 헌미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술사 헌미의 손이 무수히 많아져 보였다.

그러다 그 무수히 많은 손들 하나하나에서 푸른 섬광이 발화했다.

그리고 술사 헌미는 푸른빛의 회오리가 되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내 방송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잘 기획된 마술쇼를 보고 있다 생각하는 반면에 실제 주술사는 존재한다라고 보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빠르게 회오리치고 있는 푸른빛에서 뛰쳐나온 술사 헌미가 우리들이 서 있는 원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그리고 술사 헌미가 주문을 외우자 우리가 서 있는 원안의 모든 것이 공명하며 엄청난 종소리를 원의 테두리 밖으로 울려 냈다. 그 소리는 우리 모두의 귀에 이명을 만들 정도로 커다랬다.

또한 그 충격으로 인해 방송은 터졌고 장비들도 더 이상 방송을 이어 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술사 헌미는 힘겹게 서 있었다.

“덫이 제거되자 강력한 역살이 날아들었어…, 대비하길 잘했지. 다음엔 더 세게 올 거야.”

원안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술사 헌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피해자 영가는 어떻게 된 건가요?” 나는 걱정이 되었다.

“보이지 않습니다” 주형사가 말했다.

“그 영가 눈이 없어서 피하지 못했을 겁니다” 술사 헌미가 스텝이 전해준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럼, 소멸인가 뭔가 된 건가요?” 내 뒤에 서 있던 길 형사가 물었다.

술사 헌미는 아무런 말없이 금속 상자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 영가 잘 피했을 거라 저는 믿어요” 나는 그렇게라도 믿고 싶었다.

뒤에 서있던 길 형사가 위로하듯 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이 원을 나가기 전에 이 물을 입에 머금고 있어요. 먹거나 뱉어도 안됩니다.”

술사 헌미가 호리병을 길 형사에게 먼저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돌아가며 시큼하고 짠 액체를 입안에 머금었다.


“내가 걷는 대로 뒤를 따라오세요.”

술사 헌미가 구부러진 황금부채를 휘두르며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밴(Van)으로 갔다.

주 형사와 나는 의식을 잃었던 스텝을 부축하며 힘겹게 그의 뒤를 따랐다.


밴에 도착한 술사 헌미가 자동차 지붕에 설치된 루프백(Roof Bag) 같은 것을 열자 붉은 바탕에 황금으로 그려진 문양이 있는 우산 같은 것이 활짝 펼쳐지며 밴의 지붕을 전체적으로 가렸다.

우리 모두는 밴에 올랐다.

술사 헌미가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며 말했다 “아직 먹거나 뱉으면 안 돼!”

술사 헌미가 밴을 몰아 농로에서 빠져나갔다.

그렇게 밴이 큰 도로로 나오자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는 모두 밖으로 나오게 했다.


술사 헌미는 사람 모양의 짚인형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입안에 머금고 있던 것을 그 제웅에 고루 뿌리세요” 술사 헌미가 말을 마치자 곧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술사 헌미의 지시에 따랐다.

“그 제웅들 여기 나무집에 넣으세요” 술사 헌미가 밴 카고에서 나무로 만든 한옥 집 모형을 가지고 나왔다.

우리는 지붕이 열려 있는 나무 한옥 집 안에 짚인형을 넣었다.

“자, 이제 밴에 올라서 눈을 감고 한옥에 넣어 둔 각자의 제웅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세요” 술사 헌미가 나무 한옥 집의 지붕을 닫고 걸쇠를 채웠다. 그리고 어두운 하늘을 향해 번쩍 들어 올렸다.

난 두 눈을 감고 아까의 짚인형을 생각하며 밴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밴 밖의 술사 헌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냥 눈을 감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긴장이 풀리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었나 보다 옆자리에 있던 주 형사가 나를 깨웠다.

밴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날 술사 헌미도 나도 모든 방송 장비들을 그 현장에 두고 왔다. 하지만 술사 헌미는 그냥 잊으라 했다.

그 장비들은 더 이상 소지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방송을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당분간 저랑 합방하실 거니까 장비 걱정 마세요. 공필님” 운전을 하며 술사 헌미가 위로했다.

“그래도 그게…” 난 아까웠다. 고가의 장비들을 해외배송으로 어렵게 구한 것들이었다.

“이제 공필님 방송의 콘텐츠의 변화를 줄 때가 된 겁니다.”

“콘텐츠의 변화요? 어떤 식으로…”

“영이에 대한 콘텐츠 같은 걸 생각해 보시죠” 주 형사가 말했다.

“그게 시청자들에게 먹힐까요? 아무도 안 믿을 텐데… 무속인 하고 뭐가 다릅니까…”

“방법은 늘 가까이 있는 겁니다” 술사 헌미가 말했다.

헌미의 스텝들은 모두 곤히 잠들어 있었다.

길 형사는 말없이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금전적인 손실은 컸지만 또 다른 무언가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술사 헌미가 즉석에서 써준 부적 같은 것을 현관에 벗어 놓은 신발안에 하나씩 넣었다.

씻지 말고 아무것도 깔지도 덮지도 말고 거실 바닥에서 자라고 해서 딱딱한 거실 바닥에 누었다.

눈이 너무 피곤해서 눈을 감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만큼 몸도 지쳐 있었다.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감은 눈이 떠지지 않았다.

갑자기 중딩 영가가 궁금했다.

“어이~, 중2병” 힘없는 목소리로 불러봤다.

“야~ 중딩” 다시 불렀다. 왜냐면 부엌에서 소리를 낸 것이 중딩 영가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대로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전화벨이 울렸다.

술사 헌미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몸은 괜찮아요?”

“네, 술사 샘은요?”

“나야 광계(光界)와 천계(天界)를 오가며 사는 존재라 그런 잡주술은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럼, 그 신묘한 도술로 저도 선계(仙界)로 인도를 해 주시죠.”

“허허허, 지금부터 24시간 밖에 나가지 마시고 수도나 변기 물도 사용하지 마세요. 절대로 어떤 물도 집 밖으로 흘러 나가면 안 됩니다. 꼭 거실에서만 머무세요. 그곳이 곧 선계입니다.”

“그럼 화장실은요?”

“변기 쓰세요. 하지만 절대로 물은 내리지 마세요! 절대로! 잊지 마시오.”

그렇게 술사 헌미가 경고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고통의 하루를 거실에서 감내하고 있었다.


주 형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공필님, 좀 어떠세요?”

“형사님, 괜찮으시죠?”

“네, 그럼요. 술사 선생님이 꼼짝도 하지 말라고 해서 화장실도 잘 못 가고 거실에서 갇혀 있습니다.”

“하하하, 저도 동일합니다. 길 형사님은 어떠세요?”

“공필님이 전화해 보세요. 심심해 죽을라 하는 것 같던데요.”

“다음 술사 샘 라이브 할 때 오실 건가요?”

“저는 이제 좀 힘들 것 같아요. 관내에 무인 가게들만 털고 다니는 놈들이 있어서 내일부터 잠복 들어갑니다.”

“고생하시겠네요. 힘내시구요.”

“고생은요. 제 일인데요. 그 넘들 빨리 처리하고 공조해야죠. 하하하”

“네, 그럼 필승입니다.”

주 형사의 전화를 끊고 길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 형사는 잠이라도 자고 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찌어찌 시간은 흘러 하루가 지났고 술사 헌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 데일리 루틴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그 현장은 언제 다시 가실 건가요?”

“거투(距鬪)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어제 더블 어택을 하더라고요.”

“공격이 두 군데서 온건 가요?”

“네, 원거리는 내 계획대로 그 나무 한옥 집을 공격했지만, 근거리가 그 현장에 내가 쳐 둔 덫을 역으로 타고 들어오더군요.”

“그 말은 그 살인범도 크루쓰멉 일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불가능하지는 않죠.”

“그럼 범인이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 노동자 일 수 있다는 건가요?”

“그건 확실하지 않으나, 원거리 살과 어제의 근거리 살이 같은 듯 달랐습니다.”

“그럼, 술사 샘의 다음 술수는 어떤 건가요?”

“그놈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놈과 연결된 원흉인 크루쓰멉을 쳐야죠.”

“어떻게 그놈을 잡냐구요.”

“미끼를 다시 놓을 겁니다. 안 걸려들 수 없는 그런 미끼를…”

“언제요? 같이 가시죠!”

“방송 없이 하는 겁니다.”

“네, 어차피 장비도 없어요.”

“그러하시다면, 준비가 끝나는 대로 연락하겠습니다.”

“저는 뭘 준비하면 될까요?”

“좀 더 세세히 들을 수 있는 영이를 부탁합니다.”


나의 앞에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술법쟁이 한 판 크게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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