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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속휘 Sep 15. 2022

고독한 수사관

영혼 수사관 Ep. 11 - 미스터리 범죄 초자연 수사 스릴러 소설

술사 헌미의 경고로 논두렁 사건 현장은 그날 이후로 가지 않았다.

다른 사건 현장들을 돌며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지만, 후원금도 구독자도 늘어나지 않았다.

레전드로 유명세를 탄 논두렁 영상 몇 개만이 조회수가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났을 뿐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에서 떠들어 대는 중2병 영가 때문에 라이브 방송에서 말실수가 잦은 탓도 한몫하는 것 같았다. 백만을 넘기는 몇몇 영상들 밑에는 영혼 수사관이라는 호칭보단 조현병 수사관 같은 악성 댓글이 더 많이 달렸다.


방송도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현타가 온 나는 슬럼프에 빠졌다. 점점 모든 것에 자신감을 잃어 갔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술사 헌미의 방송은 여전히 빵빵 터졌고 나의 전화를 피하는 것 같았다. 주 형사와 길 형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은 무심히 흘러만 갔다.


중2병 영가는 쉴 새 없이 중얼거렸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내가 지금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 다 그 논두렁 사건 탓이라 여겼다. 그리고 재수 없는 중2병 걸린 영가가 달라붙어서 일을 다 망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점점 다른 영가들의 목소리도 듣게 되었다.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엿 같은 현실을 가까스로 버티며 견디어 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시인한테서 아주 오랜만에 전화가 걸려 왔다.

“어~이! 원시인 타임머신 고장 났었냐?”

“그래, 머신 고장 나서 미래로 못 오다 갤럭시의 안드로이드 외계인의 도움으로 잘 고쳐서 왔다.”

“그래~, 미래로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한다.”

“나와.”

“어디로.”

“집 앞으로”

“왜?”

“낚시나 가자.”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예정에도 없던 휴방 공지를 올리고 친구 놈을 따라 동해로 낚시여행을 훌쩍 떠났다.

'생선 많이 낚아서 회나 실컷 먹기 여행 패키지'라고 원시인이 책임진다고 했다.

나는 '너가 만일 생선을 바다에서 그렇게 많이 못 잡으면 수조관 생선이라도 실컷 먹고 원시인 네가 돈 내는 패키지여행'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름하여 원시인 지갑 털어 수조관 회 뜨기 패키지여행이라 명명했다.

우리는 쓸데없는 여행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만들며 동해로 향했다.


방파제 가장자리로 설치된 난간 바깥의 테트라포드 위에선 원시인이 밤바다 낚시 삼매경에 빠졌다.

나는 난간 안에다 간이 의자를 펼치고 앉아 멍을 때리며 멀리 보이는 오징어 잡이 어선들의 불빛을 감상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누군가 플래시를 원시인에게 비췄다.

그리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경찰관 두 분이 걸어오셨다.

“거기 아저씨! 빨리 나오세요!”

원시인에게 플래시를 비추며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경찰이 말했다.

“거기서 낚시하면 위험해요~, 얼렁 나오세요~”

강원도 사투리인지 경상도 사투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억양의 다른 경찰이 말했다.

나는 간이의자를 접어 아이스 박스 위에 올렸다.

“죄송합니다. 몰랐어요” 나는 순찰 나온 경찰분들께 말했다.

“원시인! 빨리 나와! 위험하다잖아!” 나는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를 계속하고 있는 친구에게 소리쳤다.

원시인은 경찰관이 비추고 있는 플래시도 무시한 채 낚시를 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지역의 사투리를 쓰시던 경찰분이 테트라포드 쪽으로 다가가셨다.

“아저씨~이, 거기서 낚시하시면 큰일 나요~, 나오세요~”

다른 경찰분이 들고 있던 확성기의 사이렌을 두어 번 짧게 울렸다.

그제야, 원시인 놈이 낚싯대를 거두기 시작했다.

확성기에서 다시 사이렌이 울렸다.

낚싯대를 거두던 원시인이 돌아보며 소리쳤다 “나가요! 나간다고요!”

확성기를 들고 있는 경찰관이 나에게 말했다 “친구분 데리고 안전한 곳에서 노세요.”

나는 정중히 알겠다고 했다.

원시인이 테트라포드에서 나오는 것을 확인한 경찰분들은 순찰차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셨다.


몇 시간 동안이나 낚시를 했지만 한 마리도 낚지 못한 원시인에게 내가 말했다.

“원시인! 지갑 털어 수조관 회 뜨기 패키지로 전환?”

나를 쓱 한번 본 원시인이 지갑을 꺼내 보이며 웃더니 말했다.

“어항 썰러 가자!”

양손 가득 낚시 도구를 들고 환하게 조명이 빛나는 횟집으로 향했다.


소주 몇 잔과 함께 커다란 회접시를 비운 식탁 위에선 매운탕이 끊고 있었다.


나는 소변을 보러 화장실로 향했다. 주방 안쪽 창문에 무언가 하얀 사람 형체 같은 것이 얼핏 보였다.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봤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시던 아주머니가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화장실 방향을 가리키셨다. 술기운에 잘못 봤다 생각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소변을 시원하게 보고 손을 씻고 있었다.

‘억울해’ 왼쪽 귓가 두개골이 울리며 구슬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그냥 무시했다.

‘추워’ 다시 들렸다.

무시한 채 손에 물기를 털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우물’ 다시 들렸다.


원시인 녀석이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다.

“매운탕 남았다” 계산하고 있는 원시인에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원시인에게 카드를 건네주며 “천천히 드시고 가세요” 주인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맛나게 감사합니다” 친구 아니랄까 봐 원시인과 나는 동시에 대답했다.


간이 가스레인지 위에서 끊고 있는 매운탕 국물을 떠 마셨다.

‘우물 추워’ 다시 들렸다.

계산을 마친 주인아저씨가 주방으로 걸어가고 계셨다.

“사장님!” 나는 주인아저씨를 멈춰 세웠다.

주인아저씨가 돌아보시며 말했다 “뭐 더 필요하세요?”

“혹시 이 근방에 우물 같은 거 있어요?”

“우물?” 아저씨가 왜 그런 걸 물어보나 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주방에서 나오시던 아주머니가 말을 거드셨다.

“아~ 왜~, 저 빨간 지붕 집, 거기 우물 있었잖아.”

“아~, 그 흉가…”

“흉가요?” 화장실을 다녀온 원시인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거기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 다 메꿨어요” 아주머니가 고무장갑을 벗으시며 말했다.

“거기 아무도 안 살아요. 안 산지 꽤~ 됐지” 아저씨가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억울해’ 다시 들렸다.

“거기 무슨 사건 같은 거 일어난 덴 가요?” 내가 물었다.

“그게…” 아저씨가 우물거리자 옆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가 아저씨를 팔꿈치로 치며 말했다.

“아니, 이이가 왜 이래? 뭐 숨길거리나 된다고 쯧쯧" 혀를 차던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다. "그 집요. 몇 년 전에 살인사건 일어났던 데에요.”

“끔찍했지…” 아저씨가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살인사건요?” 공깃밥 그릇에 매운탕 국물을 만 밥을 먹으며 원시인 말했다.

“거서 거 우물에서 칼에 마구 찔린 나체의 여자 시체가 나왔더랬지예. 그 여자가 학습지 샘 아닌교.” 아주머니가 고개를 흔들며 갑자기 사투리 섞인 억양으로 말했다.

“그 살인사건 아직도 범인 못 잡았제?”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보며 말했다.

그제야 왜 그런 말이 내 귀에 들렸는지 이해가 됐다.

“그 집이 어디에 있어요?” 아저씨를 보며 물었다.

“가시면 안 돼! 거기 진짜 귀신 나오는데라예” 아저씨가 강하게 손살을 치셨다.

“괜찮아요. 얘가 귀신 잡는 애예요” 원시인이 입안 가득 밥을 씹으며 말했다.

“해병대 나와써예? 몇 기 신지…” 아저씨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한발 다가오시며 물으셨다.

“하하, 저 육군 나왔습니다.”

그러자 아저씨가 구부리셨던 허리를 피시며 “난 438기 인디…” 하셨다.

“그 집 어디에 있나요?” 무시하며 내가 다시 물었다.

“혹시…, 흉가 체험 뭐 그런 거 오셔써예?” 아주머니가 물으셨다.

“네, 뭐 비슷한 겁니다”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메모지에다 주소와 약도를 그리시며 설명해 주셨다.

“거 근처에 아무도 안 살아예 지금… 뭔 일 생기면예, 퍼뜩 전화하소 여로… 아셨제” 메모지와 함께 횟집 명함을 주셨다.

원시인과 나는 감사하다 인사를 드리고 횟집을 나섰다.


“꽁팔이~, 찡짜로다가 거어 갈끼노?” 원시인이 되지도 않는 사투리로 말했다.

“왜, 무섭냐?”

“무섭지! 그럼 안 무섭냐.”

우린 아무 말없이 원시인 녀석의 차로 걸어갔다.

방파제 너머로 겨울바다의 파도 소리가 쓸쓸하게 들렸다.


뒷좌석의 여행용품을 담아 온 가방을 열었다.

구형 EMF 측정기가 가방 안쪽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고원시! 가자!” 트렁크에 낚시 장비를 넣고 있는 원시인에게 말하며 보조석에 올랐다.

잔뜩 긴장한 얼굴의 원시인이 조용히 운전석 문을 열고 앉았다.

“그냥 집으로 갈까?” 내비게이션을 터치하며 원시인이 말했다.

녀석의 손가락을 확 잡아 꺾었다.

“아~, 이거 안 놔! 콩팔이!”

잡고 있던 손가락을 핸들 쪽으로 휙 던졌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 아까 횟집 아주머니가 적어 주신 주소를 찍었다.

내비게이션에서 경쾌한 AI의 음성이 나왔다.


“원! 시인! 너! 오늘 러키 매엔~ 레전드를 너! 혼~ 자 직관할, 수! 있는, 영광이주어졌, 지~ 방금! 배엠~”

“그거, 잉! 랩~ 프리스타, 일! 랩~ 이랍시 공! 뱉~은거냥! 비싼 회! 처묵처묵 한~ 입으로 다가잉!”

나의 엉떠리 랩에 원시인 또한 말도 안 되는 랩으로 받아치며 시동을 걸었다.

학습지 여교사 미제 살인사건 현장을 가는 내내 엉터리 랩이지만 우리만의 쇼 미 더 고스트를 나름 화려하게 펼치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가로등도 꺼진 좁은 콘크리트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메마른 덩굴들이 담을 감싼 집이 보였다.

AI 음성이 도착지임을 알렸다.

“여긴가…” 운전대 윗부분에 턱을 대고 앞 유리 너머로 으스스한 분위기의 어두운 집을 원시인 보며 말했다.

“내려!” 난 아까 꺼낸 EMF 측정기와 손전등을 패딩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너 가라. 난 여기서 기다릴게. 돌발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119에 신고할 사람 하나 정도는 예비돼 있어야 하잖아” 심각한 표정의 원시인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너 여기 있어” 나는 보조석의 문을 열며 말했다.

“넌 언제나 그러하듯 하나는 아는 데 둘은 몰라. 그러니 원시인 소리를 듣지 그 외모에… 쯧쯧” 차에서 내려 허리를 구부리고 운전석의 원시인을 보며 말했다.

“나 들어가면 너 어차피 여기 혼자 앉아 있어야 해. 생각을 해봐! 그럼 빈 너의 옆자리와 뒷자리는 어떻게 될까? 여기 귀신이 하나뿐일까?” 난 보조석 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리고 그 우물이 있는 집의 외관을 살펴봤다.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며 뜨거워졌다.


손전등을 켜고 EMF 측정기도 켰다.

녹이 슬어 처음엔 무슨 색이었는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철문을 조심히 밀었다.

‘끼~익’ 다행히도 잠겨있지 않은 철문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초록색 LED 전구가 반짝이고 있는 EMF 측정기를 집안으로 밀어 넣었다.

별 반응은 없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식은땀이 콧잔등을 타고 하얀 입김이 나오는 입술로 흘러내렸다.

EMF 측정기를 확인하며 천천히 집으로 접근했다.

낡은 한옥 집이었다. 세월에 찢긴 창호지들이 문틀에 남아 바람에 흔들거렸다. 가뜩이나 스산한 분위기를 더욱 음산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귀에 집중했다. 스피릿 박스도 EVP 녹음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난 술사 헌미가 말하던 영이에 이때 처음으로 순수하게 의지해 보기로 했다.

라방도 아닌 상황에서 난생처음 흉가를 들어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방치되어 쓰러져 가는 오래된 자그마한 한옥 집은 금방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문제의 우물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다시 뒷마당 쪽으로 EMF 측정기의 반응을 살피며 접근했다.

대나무가 빼곡히 들어 찬 장소로 다가갔다. EMF 측정기에서 약간의 반응이 왔다. 나는 온몸의 감각을 귀로 가져갔다.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빼곡한 대나무 사이로 시멘트 구조물이 보였다. 손전등을 비춰 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이 안 됐다.

난 천천히 그곳으로 대나무를 헤치고 들어갔다.

그때였다. 뒤에서 내 어깨를 무언가가 잡았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뒤로 돌며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팍’ 원시인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원시인이 뺨을 감싸고 서있었다.

“이 미친놈이! 인기척을 내며 와야지! 니가 닌자냐! 왜 살금 와서 사람을 뒤에서 잡아! 것도 흉가에서!”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

“난 니가 들은 줄 알았지! 그런다고 패냐! 친구를!”

“닥치고 따라오던가! 아니면 차로 가!”

원시인 녀석은 말없이 서있었다.

“플래시 잘 비추고 뒤 조심하며 따라와! 초딩이냐! 삐진 척은…” 나는 우물로 보이는 시멘트 구조물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우물처럼 생긴 사각의 구조물이 시멘트로 꼼꼼히 밀폐되어 있었다.

EMF 측정기를 가까이 댔다.

LED 전구에선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진 않았다.

“아직도 여기 계신 가요?” 나는 두 귀에 집중을 했다.

“야~, 꼭 그렇게 물어봐야 하냐!” 원시인이 뒤에서 속삭였다.

“니 그러다 귀신 업힌다. 조용히 있던가 차로 가던가 해라” 그러자 원시인 놈이 내 등에 자신의 등을 댔다.

난 원시인 놈을 등으로 밀어내고 돌아봤다.

“유치원생 원시인? 아님? 혹시? 내가 모르고 있는 뭐 다른 정체성 그런 거?”

“세 짤 원시인”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이는 친구 놈의 붉게 부은 왼쪽 뺨이 보였다.

“그래, 세 달 원시인 후방 경계나 잘해라” 나는 내 등에 자신의 등을 붙이는 친구 놈에게 말했다.

다시 귀에 집중했다.


‘이제 내 말도 좀 들어라’ 중2병 영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

“넌 빠져” 속삭였다.

“야! 갑자기 어디로 빠지라는 거야?” 등에 기대선 원시인이 속삭였다.

“지금부터 넌 내가 무슨 말을 하던 신경 쓰지 말고 사주 경계나 잘해. 알았어 원시인!”

“어… 그래… 빨리 하고 얼렁 나가자 친구야” 내 등과 맞다 있는 원시인의 등이 떨려왔다.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난 중2병 영가의 말은 무시했다.

“피해자 영가님 여기 계시죠?” 시멘트로 덮인 우물에 EMF 측정기를 다시 가져갔다.

EMF의 LED 전구 몇 개만이 깜박일 뿐이었다.

‘아까 들은 그 여자 영가 소멸됐어.’

“너 가만있어”

‘아까 그거 내가 끌어 다 놓은 거야.’

“뭘?”

‘그 우물 피해자 영가의 잔존 에너지.’

“잔존 에너지?”

‘나도 잘 모르겠어. 혼이 어떻게 남게 되고 또 어떻게 소멸되는 건지는…, 하지만, 소멸돼도 잠시 남아 에너지가…’

“어떤?”

‘원한, 슬픔, 고통, 기쁨…, 희로애락들… 살아있을 때, 죽을 때 감정 같은 에너지…’

“그래서 그 걸 네가 끌어다 내 귀에 들리게 한 거라고?”

‘어’

“왜?”

‘네가 내 말을 안 들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데?”

‘나와 그 여자 죽인 연쇄 살인범 이야기’

“뭐! 그 말을 왜 이제 하는 거지!”

‘배가 고팠고 뭐 이것저것 못 해 본거 해보고 싶기도 하고’

“너 혹시 나한테 빙의한 거냐?”

‘빙의? 그게 뭔데?’

“내 몸속에 들어온 거냐고…”

‘아닌데! 그냥 니 옆에 있는데!”

“어느 쪽!”

‘내 말 들리는 귀 쪽이겠지, 바보냐!’

“아~, 이 중딩새끼가!”

‘근데 이상했어. 여기 소멸된 피해자 영가 에너지.’

“뭐? 말해봐. 들어줄 때.”

‘그 횟집 화장실 뒤쪽 밖에서 억울하다고 외치는 에너지를 끌어서 너한테 보냈는데…, 이상한 다른 에너지가 확 느껴졌어…, 그리고 그 야상 놈이 보였어.’

“야상?”

‘왜 전에 네가 데리고 온 야상 있었잖아!’

“아… 길 형사…”

‘그래, 그때 날 죽인 그 살인범이 기억나더라. 그놈도 똑같은 야상을 입었었지.’

“그런데?”

‘난 그놈이 다시 나타난 줄 알았고 있는 힘을 다해 공격했어 복수하려고.’

“아! 그래서, 그때 길 형사 상태가 그랬구나.”

‘그런데, 또 야상이 보였었지. 아까 그 횟집 화장실에서.’

“그럼, 여기가 아니라 그 횟집에서 뭔가 발견할 수 있겠네! 이 중딩쉐키! 앞으로 빠릿빠릿하게 잘해라!”

등 뒤의 있던 원시인이 나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그래? 그럼, 빨리 여기서 나가자!”

우린 서둘러 집밖으로 나왔다.


차에 시동을 건 원시인이 물었다.

“콩팔! 너 누구랑 떠든 거냐? 너 내림굿 받았냐? 나 미래로 못 올 때?”

“내림굿은 무슨… 영이라고 아냐?”

“어느 만화 여캐냐?”

“몰라? 으랏차차 영이를! 귀신의 목소리를 듣는 귀를 가진 졸라 잘생긴 남캐 있다.”

“키키키, 지랄, 네가 마블 신생 히어로냐! 키키키.”

“그래 나, 미제사건 피해자 영가들의 히어로잖아.”

나의 진지한 목소리를 들은 원시인 녀석의 낄낄거림이 멈췄다.

“오~ 멋쟁이!” 원시인이 엄지 손가락을 위로 올려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 방향으로 내렸다.

“이제 운전해야지 원시인 아까 그 횟집으로.”


그렇게 우리는 다시 그 횟집에 도착했다.

횟집의 간판만 훤하게 켜져 있고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는 퇴근을 하신 것 같았다.

난 화장실 창문이 있는 건물 뒤 쪽으로 EMF 측정기를 들고 걸어갔다.

원시인도 손전등을 총처럼 들고는 후방 경계 흉내를 내며 뒤따랐다.


건물 뒤쪽은 다른 건물도 없었고 높은 담으로 가려져 주변 도로에서는 담 안쪽이 보이지 않는 은밀한 공간이었다.

‘어…, 어…, 어…’

“왜 그래? 중딩!”

‘여기서 그 야상 새끼가…’

“끼가 뭐?”

'한 여자를 죽였어. 목 졸라서.'

“뭐! 진짜야!”

‘어… 그리고 이 쌔끼가… 옷을… 그러더니 마구 찔렀어.’

“뭐야! 이 미친 새끼!”

그때였다. 패딩 안주머니에서 전화기의 진동이 왔다.

전화기의 화면에 술사 헌미의 번호가 찍혀 있었다.

“여보세요” 힘없이 전화를 받았다.

“공필님, 이제야 준비가 되신 건가요!”

“갑자기 전화해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기다렸습니다.”

“뭘요?”

“항상 준비되어 있는 공필님을 말입니다.”

“아…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합시다. 저 지금 바빠요.”

“영이의 공필님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할 때가 된 겁니다. 그 논두렁 연쇄 살인마 잡으러 갑시다앙!”

"갑자기요?"


이렇게 우리 모두는 논두렁 사건 현장에 다시 모이게 되었다.

어떤 미지의 문을 열게 되는지도 모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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