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찾지 않게 된 어느 날

Chapter 12

by SJ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슨 초록색 현관문 뒤의 세상엔 어느덧 연말연시가 다가와 있다. 최저로 온도를 낮춘 작은 집안에서 패딩 재킷을 다리에 두르고 앉아 라디오를 들으며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있다. 라디오에서는 예전처럼 많이는 나오지 않지만, 간혹 들리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나를 더욱 쓸쓸하고 초라하게 만든다. 불쑥불쑥 절망적인 생각들이 찾아오지만, 그때마다 오늘은 좋은 소식이 올 거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무심히 벽에 붙어있는 달력을 들추어 본다. 다음 달, 새해에는 마지막 남은 보증금이 까이는 달임을 자각한다. 다시 가슴이 답답해져 오지만 크게 호흡을 하고 창문을 연다. 어두워진 창문 밖에는 조용히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빌라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좁다란 세상이 온통 하얗다. 문득 든 생각 하나, 독수리 날개 쳐 올라가듯 새해에는 힘차게 비상하며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내리는 눈송이마다 간절히 기원해 본다.


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 불빛이 어둡고 좁은 건물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비춘다. 담벼락 위에 소복이 쌓이는 눈꽃 송이들이 불빛으로 인해 오색으로 반짝거린다. 마치 나의 기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영롱이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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