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찾지 않게 된 어느 날

Chapter 1

by SJ

치열한 경쟁에서 하루하루 도태되어 가고 있는 나를 매일 아침 거울에서 마주한다. 오늘도 뚱뚱 부은 얼굴로 헛구역질을 해가며 빠르게 이를 닦는다. 이미 시계는 출근 시간에 촉박해 있다.


'괜찮아 오늘도 잘 될 거야' 위로의 말을 스스로 건네보지만, 스멀스멀 목구멍을 타고 지난밤 접대 때 억지로 넘긴 술잔의 취기가 다시 오른다.


지각을 면하기 위해 열심히 지하철역을 향해 뛰어간다. 마을버스를 놓쳤기 때문이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들을 연신 수건으로 훔쳐내며 출근 인파에 휩쓸려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간다. 오늘도 변함없는 지옥철에 끼이어 서서 모자란 잠을 청한다. 그래도 난 지금 세상 속에 있다 위안하며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다. 십 대 땐 좋은 대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겨우 지방대 4년제에 힘겹게 입학했다. 그래도, 이십 대 때는 대기업 사원증을 목에 거는 꿈을 꾸며 좋은 학점을 받으려 열심히 공부했다. 스펙을 쌓기 위해 주말과 새벽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열심히 모은 돈으로 호주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하지만, 삼십 대가 되어서야 그럭저럭 전공을 살려 겨우 중소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그나마 친구들보단 빠른 케이스에 속했다. 연봉은 대기업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나름 사회의 한 일원이라 여기며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지금 사십 초반의 나이에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보증금 이천에 월세 오십의 방 하나에 작은 거실이 달린 다세대 주택에 사는 그저 그런 배 나오고 팔다리 얇은 아저씨일 뿐이다.


매일매일 일에 치어 살다 보니 결혼은 고사하고 여자 사람 친구 하나 없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 여자 대학 동기들이나 가까웠던 후배들은 모두 결혼을 했고 대부분 학부모가 되었다. 나의 월급과 형편으로는 연애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현실에 비혼을 강제로 선택한 꼴이다. 뭐 어떠리 세상이 이러한데…, 이 모든 것들을 세상 탓으로 돌리며 현실을 위로해 본다.


사무실 창문밖에 어김없이 어둠이 가득 차올랐다. 하지만, 오늘도 난 집으로 갈 수 없다.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 일들이 아직도 밤하늘 별들만큼 많이 남아있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붉게 충혈된 두 눈과 핏기조차 없어 보이는 내 얼굴이 좀비 같다. 어쩌면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에 생매장되어버린지도 모르겠다. 주 52시간 근무는 딴 나라 이야기 일 뿐이다.


새벽 택시에 죽어가는 몸뚱어리를 싣고 멍하니 서울 야경을 스친다. 이 시각에 서울은 아직도 깨어 활발히 역동하고 있다. 그 불빛들에 측은한 마음이 드는 건 나 같은 삶들이 많음일 거다.

껌벅이는 가로등을 지나 허름한 다세대 빌라의 문을 열고 쓰러져 잠들었다. 해야만 했던 일들을 마무리 지었다는 위로의 한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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