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시계는 벌써 열두 시를 향해 가고 있다. 빼곡히 들어찬 빌라 건물들 사이에 있는 내 침실은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 탓에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들여다본 스마트폰에는 몇 통의 문자메시지가 와있다. 어디에 있느냐부터 아프냐는 형식적인 문자 몇 개들 그리고 마지막 문자메시지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오늘 난,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실업자가 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보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달려가 따지고 싶지만, 그냥 어두운 방 안에서 다시 잠에 빠진다. 모든 것이 다 귀찮다.
이렇게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날들이 시작된 줄을 이때는 알지 못했다.
비싼 요금을 내는 스마트폰은 그냥 게임기이자 시간 죽이는 도구가 된 지 오래다. 그나마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6개월의 실업 수당도 끝이 난지 한참이 흘렀다. 예금계좌의 돈은 다음 달 월세를 내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다. 십 년이 넘는 세월을 바스러지게 일한 대가가 고작 이렇게 일 년 하고 몇 개월이 안돼서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이젠 집 밖으로조차 나가기 무섭다. 세상은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다.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서 난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 무심히 스마트하지 않은 내 스마트폰을 내려다본다. SNS 속 친구들과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가 행복하고 부유해 보인다. 그에 비해 나 자신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 절망적이지만 절망하지 않으려 한다. 알 수 없는 불안한 공포로부터 오늘은 탈출해 봐야겠다.
막연히 나선 거리엔 어느덧 가을이 와있다. 오랜만에 맡는 시원한 가을 향기가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흩날리며 지면에 스치는 낙엽들의 소리가 쓸쓸함을 더한다. 사람들은 모두 바삐 어디론가 움직이고 연인들은 환한 사랑의 미소로 가득 차 보인다. 올려다본 하늘은 높은 빌딩들 사이로 푸르게 빛나고 있다. 그렇게 난 세상 속에 서 있지만,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선 존재하지 않음을 느낀다. 갑자기 밀려오는 차디찬 외로운 공포심에 당장이라도 쓰러져 죽을 것 같이 호흡이 멈춘다.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이고 웅웅 거리는 소리만이 귓전을 맴돈다. 난 호흡을 해야 함을 안다. 하지만 내 몸은 그냥 있으라 한다. 이것이 세상과 분리되는 나의 첫 경험이었다. 난 그렇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눈을 떴다. 내가 어떻게 내 침대에서 잠이 들었는지 기억이 없다. 멍하니 침대에 걸터앉아 창가로 고개를 돌린다. 초점 잃은 시선에 옆 빌라의 더러운 담벼락이 들어온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