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찾지 않게 된 어느 날

Chapter 4

by SJ

어김없이 찾아온 늦은 아침, 울리지 않는 스마트폰을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둔다. 오늘은 어디선가 나를 찾을 거란 희미한 희망은 이내 좌절로 이어진 채 멍하니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이력서를 넣어보려 켠 노트북은 인터넷에 접속이 되지 않는다. 밀린 요금으로 인해 접속이 차단당한 거다. 스마트폰의 데이터는 모두 사용해서 더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와이파이가 되는 동네 입구의 카페에라도 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 지갑을 열어보니 만 원짜리와 천 원짜리 몇 장이 들어있다. 아무래도 카페에 가서 이력서를 넣어봐야 할 것 같다. 오늘의 아점은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만족해야겠다.


'딸랑' 소리가 청명하게 들린다. 은은한 커피 향이 내 기분을 달랜다.


"오길 잘했어. 커피 향 죽이네." 혼자 중얼거려 본다.


오늘 한 끼와 맞바꾼 쌉싸름하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며 창가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노트북이 부팅되는 동안 멍하니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노트북이 부팅이 끝났음을 알려온다. 영수증과 함께 받아 온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넣는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카페 내부를 휘익 둘러본다. 애매한 오전 시간대라 그런지 손님은 나 혼자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아가씨는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고 취업 사이트에 접속해서 리스트를 살펴본다. 후둑후둑 빗방울이 카페 창문을 두드리고 흘러내린다.


'젠장, 우산 안 가져왔는데.'


나지막한 딸랑이는 소리와 함께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카페 안으로 우산의 물기를 털어내며 들어선다. 아르바이트생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 남자는 주문을 끝내고 그대로 서서 기다린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오랜만에 사람과 눈을 마주쳐서인지 어색하고 묘한 기분이 든다. 그 남자는 뭐야라는 듯한 제스처로 내 눈길을 피하며 주문한 커피들을 받아 들고 딸랑 소리와 함께 카페를 빠져나간다. 유리창에 흐르는 빗방울 사이로 비친 내 모습이 더욱 초라하게 보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고 얼마나 많은 손님이 이곳을 지나쳤는지 나는 모른다. 단지 웅성거리는 소음만을 느꼈을 뿐이다. 더는 이력서를 넣을 회사도 찾을 수 없다. 어떤 회사들에 이력서를 접수했는지조차 모르겠다. 중복된 곳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고개를 들어 무의식적으로 올려다본 카운터엔 투 블록 헤어스타일의 한 아저씨가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아마도 이 카페 사장쯤 되나 보다. 그의 무정하고 냉정한 시선에 노트북을 덮고 일어날 채비를 한다. 조금 남은 스몰 사이즈 종이컵 안의 차갑게 식은 커피를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카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내며 차가운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다. 비에 젖은 몸에 전해지는 오싹한 한기가 난 아직 살아 있다 느끼게 한다. 집으로 가는 길옆 모퉁이 치킨집의 치킨 튀기는 기름진 냄새가 오늘 유난히도 허기진 나를 더욱 허기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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