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그저 늙고 아픈 할머니의 우정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누구나 다 겪는 일 by 영화 소풍




젊을 때야 자고 일어나면

아프던 어깨와 허리, 다리 근육통도 샥 가라앉고,


날밤 새며 수색하고, 본업 하는 와중에 대학원 과제에 시험까지 치르며 치열하게 논문을 뒤져보아도..


초콜릿 하나, 젤리조금 씹고 나면 

다시 기운이 펄펄 솟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날밤 새는 건 무리이고,

적어도 몇 시간은 눈을 붙인 후

입에 밥 한술, 라면 한 그릇이라도 떠 넣어주어야 몸이란 하드웨어가 정상 작동 하네요..




신혼 때야 남편과 치열하게 다투고,

하나의 주제로 낮부터 새벽까지 지긋지긋할 정도로 토론을 벌여도 둘 다 한숨 자고 나면 개운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숨 자고 일어나도

남편과 머리에 내린 서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도

어릴 때처럼 통괘한 마블 액션 영화 같은 게 아닌,

우리 나이대나 다가올 나이대의 영화들을 미리 인생 공부 삼아 보게 되네요.


아래는 그저 시골 할머니가

도시로 와서 자식 키우느라 평생 고생 하시다,

불치병에 걸려 다시 시골가서 역시 나이 들어 병든 친구들을 만나는..


그저 그런 스토리인 줄로만 알고

별 기대 없이 본 영화, ' 소풍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호박 고구마라는 명대사를 남기신 나문희 배우님이 주연이신 영화고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인간이건,

한 평생 못난 줄 알고 살던 인간이건,

부자건 빈자건간에


' 인간 ' 으로 태어난 이상

모든 이들이 반드시. 겪는 일들을

이렇게 영화로 생생하게 시뮬레이션해서 보니 여러 감정의 파도가 밀려옵니다.



아래는 실제 나 배우님이 남편을 잃고 난 후의 이야기를 유퀴즈에서 다룬 내용이고요




인간으로 태어나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여자로 태어나

평생 곱고 예쁜 외모를 지니는 것도 아닌데..



저는 마치 영원히 늙지 않고,

주름이나 흰머리 하나 없이 고울 거란

은근한 기대와 착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참..



이제는 옷도 나이에 맞게 입어야 하고,

말과 행동도 나이에 맞게 해야 하는데.


늙어도 이팔청춘이란 말처럼

아직도 마음은 어린 시절 뽀송이 그대로인 것만 같은데,


이제는 어디가면 아주머니 소리를 듣는 외모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세월 더 흐르면 소풍에 나온 분들처럼

식당 가면 '할머니'라는 소리를 듣게 되겠지요.




그러니 어차피 죽을 때 금은보화 다~ 싸 짊어지고 죽을 것도 아닌데.


살면서 크게 욕심부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습니다.


어차피 죽고 나면 그리워서 눈물 흘릴 사람을 앞에 두고


- 굳이 치약을 뒤에서부터 짜야하니 마니,


- 왜 같은 말도 좀 더 듣기 좋게 할 수 있니 없니,


- 왜 남들은 멀쩡하고 좋은 집에 사는데 우린 천장에서 비 새는 집에 살아야 하니 마니 같은 보잘것없는 이슈들로 낭비할 시간도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우리의 생을


이제는 욕심과 어리석음이 아닌,


어떻게 현명하게 마무리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이렇게 조그만 텃밭을 가꾸며 늙어가는 것도 참 좋겠네요.. ^^


열심히 살아오느라 우리 독자 선생님들도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좀 쉬어가며.. 부디 몸맘 건강도 더 챙기시길 바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