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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성철스님 만나고 온 남편

생의 목적을 찾기 위한 여정



남편은 어릴 때부터 수행이란 것을 해왔다.


고등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기적으로 야밤에 산에 들어가서 며칠씩 명상하느라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그때 친구들이랑 연락하면

' 철아~ 넌 지금도 산에 가서 명상하고 오냐? '라는 소리가 핸드폰 통화 너머로 들리곤 한다^^; )




시부모님은 남편 초등학생 시절

- 딱지치기에 쓰기 위해 교과서를 찢어 먹고,

- 고구마 구워 먹을 거라며 남은 교과서 마저 모두 불에 태웠을 때를 빼고는,


단 한 번도 공부 안 하고 논다고 해서 혼을 내신 적이 없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깨운 적이 없어서,

어느 날은 기말 시험일인데도 늦잠 자는 남편이 늦도록 내버려 두셨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보기 드문 부모님 타입이긴 하시다.

(그래서 남편이 이렇게 특이하게 자란 걸까..?)  


그나마 혼을 내실 때는

1. 종일 밥을 입에도 대지 않거나

2. 어른들께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거나

3.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을 때였다.


특히 시아버지는 남자는 바깥세상을 많이 봐야 한다며 남편이 조금이라도 집 있으면 혼을 내셨다.


공부는 안 해도 되지만, 나가서 세상을 많이 보라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셨다.


래서 남편이 방학이든 아니든,

며칠에서 몇 개월씩 집에 안 들어와도 아무도 찾으러 다니지 않았다.


그땐 휴대폰도 없던 시절인데 말이다..ㄷㄷ

(우리 시어머니도 정-말 대단한 분이시!!)


참고로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

아마 이런 이야기들을 드라마로 쓰면 설정이 과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정말 특이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가부좌를 틀어 명상을 하고, 고기와 밥을 잘 먹지 않았던 남편님 ㄷㄷ 특히 종손이다보니 어른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다 중학생 때 집을 나가 우연히 들어간 절에 성철 스님이 계셨는데, 그때 그분께 한 달간 배우고 내려온 적도 있다.


당시 성철 스님이 수행 중이셔서 절에 아무도 오지 못하도록. 또 수행자들도 절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도록 절 주변에 철조망을 두르셨던 시절이다.


(몇 년 전 성철스님 다큐에서 스님의 제자분들이 나와 실제 철조망 얘기를 하신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그걸 남편도 직접 본 것이다! 그것도 중학생  말이다 ㄷㄷ)



그래서 남편이 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철조망 밖에 서서 저기요~ 하고 사람을 불렀는데..


웬 중이 하나 지나가면서 누구냐고!! 당장 집에 가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이 당신은 누군데 왜 나더러 가라마냐라고!! 주지 스님 불러오라며 대꾸하다 그분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때 남편이 스님께 " 어떤 말 "을 탁! 던졌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스님은 사람들을 불러 절 주변의 철조망을 모두 걷으라 말씀하셨고, 어린 남편에게는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남편과 대화를 나눈 분이.


바로. 성철 스님이셨던 것이다..ㄷㄷ 



(이걸 쓰면서도 참.. 대체 이걸 누가 믿을까 싶다. -_- 스마트폰이 있긴커녕 삐삐도 없어 유선 전화를 쓰던 시절이니 허허 참.


당시 함께 화두를 공부했던 스님들이나 보살님이 계시면 기억을 하시려나.. 어른 스님들 사이에 있는 중학생이던 남편이 작고 어려 보살님들도 많이 귀여워하셨다고 한다.)


당시 성철 스님께서는 수행하는 제자들에게 매일 " 화두 "를 주셨고, 남편도 제자분들과 함께 화두를 풀다 혼이 나기도 하고, 칭찬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심하게 혼이 날 때는 보살님들께 아예 저 아이(남편)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불꽃 호령을 내리기도 하셨다 한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릴 때부터 비구니가 꿈이었던지라 중학생 때 산사체험으로 절에 들어가 며칠씩 있다 내려온 적도 있는데, 아무래도 부부가 끼리끼리 만난 것 같다.


물론, 인간계에 걸쳐져 쇼핑 중독 증세를 보였던 나는 남편의 경지와는 감히 비교할 바는 안되지만 말이다.

https://brunch.co.kr/@animalsoul4u/2



그래서인지 남편은 절에 사는 스님들처럼.. 미니멀리스트다.


대외 업무용 물건이나 옷을 제외하면 단 2벌로 살 수 있는 남자란 것을 결혼 11년째 지켜보고 있다.


그런 남편은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나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한 것들이 있다.


결혼은.

수행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초반엔 남편과 사는 게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가끔 그 ' 수행 ' 이란 것을 해야 해서 어렵고 감사할 때가 있다.


초반에 힘들었던 것은

집에 침대와 소파를 치워버리자는 말과 냉장고 없이 살자는 말이었다.


그나마 남편과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던지라 침대와 소파는 지금까지도 없어도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냉장고는 좀.. 어려웠다.


그 이야기는 다음 연재로 만나요~^^



아, 그리고 중학생이던 남편이

성철 스님께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스님은 단단하게 철벽을 친 철조망들도 걷으시고,  남편에게 절에서 다른 스님들과 함께 수행하도록 허락하셨을까요? ^^


하하. 이건 남편 혹은 저에게 좋은 출판사나 공개 강연이나 세미나 등의 인연이 닿는다면 그곳에서 마저 풀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부부는 특정 종교는 없습니다.

결국 진리는 하나로 통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


사실 당시엔 지금보다 종교에 선을 더 많이 긋는 사람들이 많아서, 성철스님과 김수환 추기경의 끈끈한 우정에 반감을 가진 분들이 많으셨다고 해요.


남편의 말에 의하면 성철스님이 크리스마스에 교회에 가셔서 함께 축복과 기도를 하시는 걸 몇몇 스님들은 정말 싫어했다고 합니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의 우정 어린  만남을 이렇게 묘사했지요. 


‘바보’와 ‘무소유’의 만남.


김수환 추기경은 자화상에 ‘바보’라고 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서,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라고 답하셨습니다. 


성철스님의 무소유는 소유를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걸 갖지 않는다는 것으로,


소유하려 들면 생기는 집착과 사물이 갖는 본래 의미를 볼 수 없는 걸 경계하셨다고 합니다.


남편과 저도 이 훌륭한 성인들의 말씀과 지혜를 배워 생의 의미를 찾는데 힘 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 봉사하실 분들은 하단 링크 확인하시면 됩니다~^^


진리는 하나로 통한다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셨던 두 분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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