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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생일을 챙기지 않습니다. 남편과 저는요^^

11년째 365일 부부가 붙어있어도 잘 지내는 비법 2



" 나는 생일 챙기는 거 별로예요. "


결혼 후 남편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왜요? "


제가 물었습니다.



" 생일이 특별해서 챙긴다는 건,

1년 365일 중 생일인 그 하루를 뺀  

364일은 그리 특별한 날이 아니란 뜻이잖아요. "




한때는 어촌으로 시집온 덕분에 결혼 전엔 밥 먹듯 드나들었던 백화점, 영화관을 못 간다고 생각하니 답답했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두 분 다 편찮으셔서 함께 해야 할 때는 때론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들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난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고난이 고난으로 끝나지 않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걸어와 준 남편이 참 고맙기에 어느 순간 굳이 요란하게 생일을 챙기는 것이 의미 없게 느껴졌습니다.


남편의 말처럼, 365일 중 1일만 특별한 인생이 아닌, 365일 모두 특별한 인생을 살고 싶기도 하고요. ^^




반려견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강아지 친구들은 매일 퇴근하는 보호자를 마치 몇 년 만에 만나는 이산가족처럼 반기곤 합니다.


매일 출근하는 가족들이

걱정되고, 따라가고 싶고, 보고 싶은 만큼


매일 퇴근한 가족들과 상봉할 땐

마치 이산가족 만난 것 마냥 리를 헬리콥터처럼 돌리고 디스코를 추는 것이겠지요.


심지어 새벽에 귀가해서 다른 가족들은 다 자고 있어도.. 반려견 친구들만큼은 자다 일어나 퉁퉁 부은 얼굴로 마중 나오기도 하니까요. ^^



저희 남편도 강아지(개) 같은 사람이라,

저랑 함께 하는 매일이 생일처럼 특별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실제 남편은 생일이 아닌 날에도 깜짝 선물을 한다거나,

(특히 신혼 때는 더했는데 지금은..? ㅎㅎ)


- 어릴 적 숨바꼭질 하듯 소소한 선물을 집안 곳곳에 숨겨둔다거나,


- 건강엔 좋지 않단 이유로 제가 케이크 먹는 걸 싫어하지만.. 그래도 정말 가끔씩은 몰래 사 오기도 합니다.


강아지들이 매일 가족들을 반가워하듯,

저희 부부도 미우나 고우나 어렵게 만나서 여러 고난들을 함께 하며 성장한 만큼.. 서로가 큰 사고 없이 보낸 하루하루가 참으로 감사하고 소중하고요.


그러니 저희는 굳이 서로의 생일을 요란스레 챙길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매일 함께 눈 뜨는 것이 기적이고, 아직은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몸이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하니까요.




무언가가 특별하다는 것은.

그것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생일이 특별하다는 말은

생일이 아닌 날은 덜 특별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뜻과도 같겠지요.


저는 1년 365일 중 단 1일만 특별한 인생이 아닌, 365일 모두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제 생일을 챙기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고, 남편은 더더욱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아직 벽에 똥칠하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하니까요. 하하




늘 부정적이고 불평불만이 많았던 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고난과 고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고통을 이겨내도록 지켜보고 도와주신 하나님과 저를 지켜주는 모든 존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에 생일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고마워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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