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가 1년 365일 밤낮을 함께 한지 무려 11년이 지났지만,
둘 다 진심으로 화를 내어 다퉈 본 적이 없습니다.
(직업과 전공이 같은지라.. 일도 쉼도 함께 하고 지냅니다. 허허)
그래서 아직 서로가 화가 나면
맥시멈으로 얼마나 성질낼 수 있는지를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 같습니다.
심지어 동네 어르신들 중엔 아직도 저를 새댁이라 부르시며 저희가 신혼부부인 줄 착각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
누가 보면 집에 엄청난 재산이 있어 그게 다 제 것이 되고, 남편이 대단한 수입이라도 가져다주는 줄 아실 수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이 모습이 저희가 사는 모습이고, 수입에 다소 변동이 생기더라도 앞으로 살아갈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둘 다 유순하기만 한 성격도 아닙니다.
결혼 전엔 화가 나면 한 성격 하는 걸 친한 친구들은 잘 알고 있는데요,
도대체 성격도 별로 안 좋은 사람 둘이 종일 붙어 사는데^^;
- 어째서 별로 싸우지도 않고 잘 지내는지,
- 천장에서 물이 새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닌 집에 살면서도 알콩달콩 잘 지내는지,
- 아직도 신혼부부냐는 소리를 듣는지 저도 참 신기하네요.
동물행동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남녀 간에 소위 ' 발정기 '라는 시기가 끝나게 되면 남자는 더 이상 그 여자를 공주대접할 필요도 없고, 여자도 더 이상 그 남자에게 잘 보이려 꾸미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게 되는데요.
이때 진짜 본인들의 ' 숨겨진 성격과 밑바닥 '을 드러내며 싸우게 됩니다.
그 전쟁통에 터지는 잔인한 포탄 같은 말과 비언어적 행동들이 서로의 가슴과 기억에 내리꽂아지며 부부는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것이지요.
저희 부모님처럼요.
하지만 저희는 부부간에 굳이 머리끝까지 화를 내며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나이 들어 병들면 마음 편히 의지할 곳은
- 술 같이 마시던 몇 십년지기 친구도 아니고,
- 밥 먹이고, 배설물 치워주며 애지중지 키웠던 자식도 아니고 (물론 보기 드문 효자들은 제외)
- 우리를 키워주신 고마운 부모님도 아닙니다.
미우나 고우나 오직 ' 남편과 부인 '
서로 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결코 물질이 사람보다 귀할 수는 없다는 진리를 실천하려 노력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참 모호할 수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제가 남편에게 하지 않는 게 몇 가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남편의 수입이 많거나 적어도. 결혼 전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편에게 명품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명품으로 휘감고 모임에 나온 친구를 만나도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진심으로요.
오히려 힘줘서 꾸미고 나온 그 친구 기 살려주려고 예쁘다~라는 말을 한 적은 있지만요.
보석도 마찬가지예요.
결혼하고 남편이 보석을 해주려는 걸 시어머니가 동네 금은방에서 해주신 커플반지로 결혼 패물을 대신하자고 했습니다.
명품백과 보석보다 더 귀한 남편과 가족이 생겼으니, 더 바랄 게 없었거든요.
또 어릴 때 고작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에
엄마가 식구들로부터 보석 도둑으로 누명을 쓰고 오랜 시간 괴로워하시는 걸 보고..
도대체 보석이란게 얼마나 대단하길래.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아프게 해도 되는 것인지,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엄마의 다이아몬드 반지 누명 이야기
물론, 저런 걸 갖고 싶어 하는 건
여자로서 당연한 심리고 결혼해서 고생한 대가로 받고 싶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는 저런 게 갖고 싶어지는 날이 온다면 남편에게 말을 할 거예요.
다만 제 개인적인 취향이 편하고 단정한 걸 좋아합니다.
비 오는 날 사람은 비 맞더라도 명품가방엔 우산 씌워줘야 할 만큼.. 잃어버릴까 기스날까 전전긍긍 관리가 귀찮은 물건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저희 남편은 오직 반려자만 쳐다보는 개와 같은 남자라, 제가 원하면 진심으로 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자기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고서라도 저한테 해줄 사람인 걸 아니까요..
남편이 개 같은 이유
https://brunch.co.kr/@animalsoul4u/40
만약 아내가 보석과 명품백을 해달라고 한다면,
혹시 요즘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허할수록
물질로 채우려는 것도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여자분들은 할머니가 되어도 남자의 장미꽃 한 송이에도 설레는 마음을 가지는 존재들입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당신 참 예쁘다는 말 한마디,
작은 꽃 한 송이에 담긴 그 '마음'을 보고자 하는 것이지,
진짜 남편 고생하는 건 안중에도 없이
오직 보석과 명품에만 눈이 먼 사람은 보기 드물어요.
- 넓은 집을 위한 빚을 갚느라,
- 새로 산 차를 위한 빚을 갚느라,
- 동창회에서 자랑할 명품백 할부를 갚느라..
혹시 하루종일, 365일 지쳐사는 바람에
어쩌면 가장 소중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 부부의 추억과 대화의 시간을 놓치고 있진 않으신가요?
모든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된다지요..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
사람은 없습니다.
남편분들은 오늘 퇴근 후 아내의 눈을 한번 바라봐주세요.
바쁘게 퇴근하셨다면 장미꽃 한 송이 따윈 없어도 좋습니다.
그저 진심으로 이렇게 말씀해 보세요.
" 당신, 나 만나서 참 고생이 많지? 미안해. 고마워. 그리고 많이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