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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물이 새는 집에서 산다는 건



개발도상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 것 같았다.

비가 안 와도 물이 새는 천장이라니..

우리 집 천장 상태..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로 천장이 뚫려서

물이 새는 건 태어나서 처음 봤고,

어디서 쥐라도 나오는 건 아닐까 겁도 났다.


다행히 집 주면 길고양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쥐는 없었지만..

(고마워 그간 밥 준 보람이 있구나^^;)


누수 전문가란 분을 모셔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남편이 머릴 써서 물이 새는 건 다행히 막았다.


온갖 풍파를 겪고 나서야

인간이 인간다워진다고 했던가.




지금은 저 모습을 보며 3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

저 천장 친구가 몇십 년간 한자리에서 꿋꿋하게 있어주었다는 것이다.


둘)

그래서 이 집에 이전부터 살아온 사람들과 현재 살고 있는 우리 가족까지 따뜻하고 안전하게 지켜주어 고맙다는 것이다.


셋)

그렇게 우리 대신 비바람을 맞느라 자신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너무 가엾다는 것이다.




내 평생 천장 한번 무너진 적 없는 집에 살아왔단 것이 그간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는 것을 꼭 이렇게 고생을 해봐야지만 깨닫는 어리석은 인간인가보다.


인간은 풍족함 속에서는 배에 기름 채우기 바쁘거나 당연시 여기고 지나치는 것들을,


오히려 무언가 부족하고 모자랄 때.. 고통스러울 때 더 귀한 가치를 배우기도 하는구나.


그래서 수행자들은 고행의 길을 자처하는 것일까.


이제 보니 나는

평생 고생만 하고 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늘 보호받고, 안전하게 지내왔다는 것을 물이 새는 천장 덕분에 알게 되었다.



그간 저를 다치게 하지 않고, 안전하게 지켜주신

모든 사람, 물건, 존재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며느리의 시부모님 간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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