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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만큼 귀한 동물의 생명

자식만큼 귀한 동물의 생명


" 짝!! "


할머니는 5살 남편의 뺨을 호되게 내리치셨다. 



평소엔 박 씨 집안 종손이라

할머니가 금지옥엽으로 키우셨고,

그 누구도 할아버지와 겸상을 하지 못했으나

오직 남편만큼은 예외로 할 만큼 집안 내 서열 1위였으니..


갑자기 할머니에게 뺨을 맞은 5살의 어린 남편은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이유는 너무도 명확했다.




시골집에 힘겹게 둥지를 튼

어미새와 새끼들에게

장난으로 돌을 던져 새끼 한 마리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남들은 어미의 마음으로

자기 자식 귀한 줄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동물 어미의 마음과

여린 새끼들의 생명은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 재미 삼아 죽이는 곤충이나 개구리,


- 여름방학 숙제라며 그 어미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잡아가는 개구리 알,


- 학교 앞에 팔던 100원짜리 병아리나 그 시체를 변기에 버리는 자식을 어리다고 그냥 넘어가는 부모도 보았다.



모두 자기 자식 귀한 줄만 알지


- 남의 자식이야 죽든 말든,

- 새끼가 엄마가 보고 싶어 울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그 마음은.


반드시 그와 그 자식에게

고통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

우주의 법칙임을.

할머니는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5살 아무것도 모르던 남편의 뺨을 사정없이 갈겨서라도, 인과응보의 지옥에 빠지지 않도록 인도하신 셈이다.


집안의 귀하디 귀한 종손이자 보물인 손주라 해도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행동만큼은

- 아무리 어려도.

- 그래서 아무리 몰라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셨다.

덕과 지혜, 미모를 다 갖추신 할머니와 남편

시아버지가 멀리 외국에 나가 동내에서 아비 없는 자식이란 소릴 듣는다며 불쌍하게 여기시기도 했지만 그건 그거고,


힘없고 가여운 동물을

- 함부로 대하는 것도,

- 재미로 잡는 것도

- 배도 고프지 않은데 과하게 잡는 것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남편은 어릴 때부터

한글이나 영어가 아닌..

생명을 대하는 법부터 배워나갔다.




비좁은 초가집에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9남매인 삼촌과 고모,

그리고 시집온 어머니와 어린 남편까지..


남편의 어린 시절은 늘 시끌벅적했다.


거기다 강아지, 고양이에

소, 토끼, 뱀, 새, 닭, 염소 등

온갖 동물들이 함께 살았으니 오죽했을까.


가족들을 위해 외국 나가 일하는 아버지와 밭일 나가시는 어머니와 식구들이 집을 비울 때면, 그 빈자리는 동물 친구들이 채워주었다.


남편이 고기를 잘 먹지 않게 된 이유도..

옛날 시골에선 단백질 공급원이 없어 제삿날이면 키우던 동물을 잡곤 했는데, 그때 트라우마에 걸렸기 때문이다.


어린 남편의 단짝이던 토끼 친구가 어느 날 밥상에 올라온 것을 본 후론 조금만 비린 음식이 있어도 밥을 먹지 않아 시가, 시외가 어른들의 속을 있는 데로 썩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시어머니도 남편 입맛대로 먹으라고 매일 아침 국을 3종류나 끓여놓으셨을까..)

 

그래서 우린 결혼 후 한 번도 소고기를 우리 돈 주고 먹은 적이 없고, 돼지고기도 나이 드니 단백질 공급 차원에서 1년에 3~4번 정도 먹으러 가는 게 전부일뿐이다.


주변에 밥 사준다는 사람이 많아 누가 고기 사준다고 하면 막 반가워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아 그분들께 죄송하기도 하고, 어른일 경우 예의상 참고 먹을 때도 있다.




어쨌든 할머니의 사랑이 넘치는 호된 가르침 덕분에 남편은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잘 배운 셈이다 ^^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욕심부려봐야,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인간들이 열광하는

그 돈과 명예는

단 하나도. 가져갈 수 없다.


맑은 영혼이든, 더럽혀진 영혼이든,

그 영혼을 제외한 나머지는 가져갈 수 없다..


그래서 살면서 꼭 필요한 만큼 이외엔 큰 욕심이 없기에, 큰 함정에도 빠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아니다.

지금도 욕심이 넘쳐 오히려 줄여하 할 지경이다.



또 우리는 알고 있다.

- 돈과 명예,

-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


이 모두를 동시에 가질 수 없는 게 인생의 진리임을..


그래서 굵직한 제안이 와도 심사숙고할 줄 아는 남편이 든든하고, 함부로 덥석 물지 않는 남편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우리 부부가 원하는 삶은

그저 자연을 가까이하며 욕심은 최대한 비우려 노력하고,

두 발 편히 뻗고 잠들 수 있고,

마지막 눈 감을 때 최대한 편한 마음으로 가고 싶은 게 전부이니 말이다.



다만..

욕심도 적당히 부릴 땐 부려야 하는데 너무 없어서 냉장고마저 없애버리자고 했을 땐 좀 힘들었다. 허허


그 이야기는 또 다음 기회에 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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