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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 간병일기를 연재하고, 잠시 마무리하는 이유



분명한 건, 지금도 바쁜 일정에 눈도 건조하고 따가운데 

- 한가롭고 글이나 쓰고 싶어서가 아니며, 

- 감히 제 주제에 참한 며느리라고 광고하고 싶어서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시부모님의 입장에선 자식 없는 종갓집 며느리야말로 철천지 원수 같지는 않으실까요..? ㅜㅜ


물론 이게 저만의 입장이 아니기에 옛날처럼 아들 없는 며느리가 집에서 쫓겨난다거나, 씨받이를 들인다는 식의 구시대적 일이 아직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만..


(불과 시부모님 세대만 해도 아들이 없으면 밖에서라도 아들을 가져오라고 하시고, 실제 부인이 남편이 아들 낳아줄 여자와 같이 살 집을 마련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ㄷㄷ) 


또 결혼이 처음인 제가 시댁에서 신혼과 결혼생활을 하며 부족한 점이 어디 한두 가지였을까요. 


시월드가 힘든 건 어디까지나 제 입장이고, 

세대가 다른 며느리와 함께 사는 시부모님도 당연히 힘드셨을 겁니다.


그러니 저는 시부모님 간병일기를 통해 


- 시부모님 간병하는 며느리가 대단하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고, 


-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자기 인생 포기하고 시부모님만 간병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 며느리 간병시킨 시부모님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이 한 가지만 말하고 싶어 그간의 과정을 간략하게 이어온 것뿐입니다. 




바로 '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는 힘 ' 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을 뿐입니다. 


도대체 어떤 힘이길래 

결혼식도 안 하고, 결혼한 제 친구들은 다들 다녀온 해외 신혼여행을 못 간채 시부모님이랑 살아도 괜찮았는지, 


시아버지의 냄새나는 소변통이 고마운 소변통으로 바뀌었는지, 


끝이 안 보이는 고통스러운 병원 생활에서 소소하게나마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진짜 제가 글을 통해 알리고픈 의도랍니다. 




하지만 지난주 아파서 연재를 쉬면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어요. 


과거야 어쨌든 저는 지금은 다시 꿈을 찾아 일을 하는 감사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데.. 

아직도 부모, 자식, 시부모님 간병 혹은 자신의 투병 문제로 힘든 분들께는 어쩌면 글과 간병생활에서 벗어난 이 상황 자체가 어쩌면 그분들께 상처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시부모님이 도저히 존경할만한 분들이 아니신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의 며느리분이 제 글을 보시고 혹시 억지로, 무리해서 시부모님 간병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부담을 느끼거나 오해하실까 봐 우려도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무조건 며느리가 시부모님을 간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미련하게 병원생활하며 피폐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친척분들 말씀대로 요양병원도 당연한 선택 옵션에 넣어봤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 힘든 상황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면 생각지 못하게 좋은 결과가 오기도 하더라. '라는 경험담을 풀어보고 싶었는데.. 


혹여 힘들게 간병하는 분들 중엔 조금이라도 상처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본 글을 연재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여 시아버지의 전신마비 사태가 어찌하여 기적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또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길래 그 지옥에서 벗어난 것인지 그 비법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다시 연재를 이어가는 것을 고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글 조회수는 많은데, 댓글이나 개인적인 피드백이 적어 이 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이 많으신지, 도움받은 분이 많으신지 저는 잘 모르겠거든요..^^; 



모쪼록 혹 제 글이나 제게 주어진 상황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상처받거나 부담을 느낀 분들이 계셨다면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인생 1회 차, 너무도 부족하고 또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공감해 주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 말씀 올립니다. 


그간 며느리의 간병일기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인연이 된다면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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