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모두 다르게 태어난다.

by 책읽는 리나

면요리를 좋아하는 가족들 때문에 일주일에 몇 번씩은 면을 삶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면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잡채를 할 때는 당면을 삶고, 비빔국수를 만들 때는 소면을 삶는다. 파스타를 만들 때는 스파게티면을 삶고 그밖에도 면들은 참으로 많다. 모든 면들을 각자 다 익는 시간이 다르다. 같은 면이라고 할지라도 굵기가 어떠한지, 성분이 무엇인지에 따라 삶는 시간이 달라진다. 라면만 해도 면이 얇은가, 굵은가에 따라 짧게는 2분 30초, 길게는 4분 30초까지 차이가 난다. 스파게티면은 단단한 식감을 좋아하면 7분, 보통 식감은 8분, 푹 익힌 면을 좋아한다면 9분 동안 삶아야 한다.

면을 삶을 때는 불 옆에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순식간에 끓어넘칠 수도 있고, 엉겨붙지 않도록 면을 계속 휘저어 주어야 한다. 면을 뒤적거리며 알맞게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동안 거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인데도 어쩌면 취향, 식성, 성격까지 같은 게 하나가 없다.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었던 걸까 의심해보지만 분명히 태어났을 때는 서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똑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외모도 성격도 많이 다르다. 한 명은 외우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한 명은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한 명은 매일 같은 옷만 고집해서 입고 다니고, 다른 한 명은 매일 다른 옷을 입고 학교에 간다. 한 명은 무서움이 많고 낯선 곳을 싫어하는데, 다른 한 명은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한다. 새삼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란성 쌍둥이 인데도 왜 이렇게 다른걸까 궁금했는데 팀 스펙터 <쌍둥인데 왜 다르지?>를 읽다보니 궁금증을 해결할 단초를 발견한다. 이 책에 따르면 부모가 아이에게 영향을 주기보다 오히려 아이들의 유전자가 부모의 반응에 영향을 준다고 말을 한다.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똑같은 환경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같은 환경을 공유한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특유성을 다루는 장치가 내장되어 있어, 자연이 우리에게 심어놓은 프로그램보다 더 우리 자신을 형제 자매와 차별화하기 위해 평생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이해가 갔다. 우리 말 속담에 우는 아이 떡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듯이, 쌍둥이의 경우에도 끈질기게 끝까지 우는 아이를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더 많이 안아주게 되어있다. 우리는 평생을 각자 자신만의 특유성을 다루는 장치가 내장된 채 삶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재능이 늦게 발현되는 아이도 있고, 일찍 나타나는 아이도 있다. 내버려두어야 더 잘 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옆에서 잘 이끌어주어야 하는 아이도 있다. 칭찬이 필요한 아이도 있고, 칭찬이 독이 되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떠한가? 내 아이를 자세히 관찰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지켜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토드 로즈는 『평균의 종말』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며 평균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발견해 능력을 발휘하도록 가르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환경이 녹록지 않다. 내 생각이 그게 아닌데도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기도 한다.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는 엄친아의 소식은 그 어떤 소식보다 빠르게 전달된다. 하지만 휘둘릴 필요 없다. 나는 내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이끌어주면 된다. 재능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자. 조금, 천천히 가면서 아이가 무엇을 볼 때 눈을 반짝이는지 지켜보자. 분명히 아이가 좋아하는 게 있다. 이제 백세 시대라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한 가지는 평생 가지고 가야할지 않을까. 각자가 자기의 재능을 발현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이 주어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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