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by 책읽는 리나

큰 애가 독립을 하면서 2년 전 방이 생겼다. 내 삶에 생긴 큰 변화이다. 방이 있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을 하면서부터 내 방은 없어졌다. 몇 년 후에 서재가 생겼지만, 서재도 나의 공간은 아니었다. 쌍둥이를 낳고 몇 년 동안 서재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잠을 잤다. 초등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는 자신들의 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 후 아이들이 잠이 들면 방에서 매일 밤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방은 여성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만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 두 개의 열쇠는 고정적인 소득(연간 500파운드)과 자기만의 방이다. 그녀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라는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반면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은 자기만의 방에서 글을 쓸 수 없었다. 평생 미혼이었던 오스틴은 공간이 넉넉한 집에서 살지 못했고, 가족들이 얘기를 나누고 같이 지내던 응접실에서 주로 글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스틴은 자기만의 서재나 책상이 없이 응접실 창가에 놓인 이 작은 탁자 위에 아버지가 선물한 글쓰기 상자를 놓고 글을 썼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강조했듯이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도 여성이 정체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온전히 본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한 후,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다. 그녀는 결혼생활을 포기한 이유가 글쓰기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만큼 글쓰기가 중요하였다. 나는 아직까지는 그 정도로 간절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물론 하루의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하고 있다.

도리스 레싱의 소설 「19호실로 가다」에는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을 원하는 여성 수잔이 등장한다. 수전은 결혼을 한 뒤 일을 그만두고 네 명의 아이를 키운다. 하지만 그녀는 점점 희미해져가는 정체성 때문에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수전은 가족에게서 벗어나 혼자이고 싶지만, 집에는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수전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낡은 호텔의 19호실에 매일 가서 시간을 보낸다. 그녀의 절박한 심정이 와 닿는다.

방이 생기면서 삶에 활력이 생겼다. 집에서도 좀 더 계획적으로 시간을 배분해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책읽기와 글쓰기 시간도 즐겁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후에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각자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다. 그 공간은 모두 다를 수 있다. 카페나 도서관이 될 수도 있다. 각자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기쁨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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