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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Dec 19. 2020

아싸

'자발적 아싸' 로 살아갑니다


아싸  

명사 

영어 아웃사이더(outsider)를 줄인 말로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얼마 전 후배가 오래된 친구 때문에 힘들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 친구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가족들이 인정을 해주지 않아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매번 모임에 나올 때마다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후배는 지난 10년 동안 비슷한 내용을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묵묵히 들어주었다. ‘친구니까 이 정도는 들어주어야지’라는 생각에서였다. 몇 주 전에 그 친구를 만났는데 대화 끝에 자신에게 “왜 너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지 않느냐”면서 서운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 말로 인해 그동안 일방적으로 하소연을 들어주어야만 했던 피곤함이 폭발했고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지금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로움을 겪게 만드는데 왜 그 친구를 '좋은' 친구라고 평가를 할까에 대한 궁금증이다. 과거에 자신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관계는 쌍방향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에는 좋은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관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중시하는 편인 나의 관계 맺기를 돌아보면, 나는 '자발적 아싸' 에 가깝다.  이 길을 가는 이유는 내게 남은 시간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해서 한다고 해도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은 그냥 마음에 두지 않으려 한다. 이런 삶의 방식이 나의 성향에도 맞고, 그다지 크게 불편한 점도 없다. 모임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렇다고 친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관심사와 목표는 같지만, 서로의 삶에 대한 개입은 최소로 하는 관계라고나 할까. 그야말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사이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봐도 '인싸'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인싸'가 되려면 타인에 대해 먼저 다가가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런데 나는 관계에 있어서 적당한 거리가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배타적 거리두기라기보다는 나의 의지로 선택해서 유지해나가는 관계맺기 방식에 가깝다.


 요즘 '아싸'인 삶을 돌아보니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싸여서 좋은 점을 나열하자면 꽤 많은데 그 중 한가지를 이야기하자면 독서와 글쓰기를 하기에 상당히 좋은 환경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그다지 없고 불필요한 데에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된다. 그 시간들을 내가 하고 싶은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있다는 게 '아싸'의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싸'의 두 번째 장점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덜 느낀다는 점이다. 관계에 깊이 개입하다보면 내가 원치 않더라도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대면하게 된다. 물론 살다보면 피할 수 없는 순간들도 찾아온다.


 여기까지 읽고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고민이 생기면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냐고? 흔히 썼던 방식은 고민이 생긴 날 만나게 된 분에게 (대체로 독서모임하는 분들인데 독서모임이 여러개이다 보니 어떤 분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고민을 털어놓는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분이니 나도 고민을 이야기할 때 최대한 정리를 해서 이야기하니 덜 감정적이 되어서 좋고, 고민을 들으신 분이 해주시는 조언을 참고하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 코로나로 모임도 여의치 않는 요즘은 그냥 글로 쓴다. 글로 쓰다보면 어느 새 마음이 정리가 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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