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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Dec 22. 2020

소확행

나만의 도서관 소확행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小確幸)  




 이제는 거의 일반 명사가 되어버린  ‘소확행’이란 말은 하루키가 자신의 수필에서 처음 쓴 단어이다. ‘작다’와 ‘확실한’이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새로운 느낌의 언어를 만들어냈다.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하면서 나만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도서관에서 누리는 소확행이다. 


 나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했다. 이상하게 도서관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에 책은 많았지만 아동용 책은 별로 없었던 터라 어린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시내에 한 개밖에 없는 시립도서관을 가서 책을 읽어야했다. 집에서 걸어가면 30분 정도가 걸렸는데 방학 때면 매일 도서관에 가곤 했다.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가파르고 높았는데 힘든 줄 모르고 들뜬 마음으로 올라갔다. 대학때는 일명 '중도(중앙도서관)'에서 거의 하루를 보냈다. 수업시간이 되면 강의실에 가서 듣고 나머지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있었다. 특정하게 찾는 책이 없어도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책을 보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참 이상도 하지. 책은 아무리 많이 꽂혀있어도 절망스럽지가 않다. 저 책들을 다 읽어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압박감으로 다가온 적이 없다. 책은 언제나 그 곳에 있고, 나는 골라서 읽기만 하면 된다. 


  최근에는 순전히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간다. 집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도서관이다. 어제 책을 빌리러 집에서 조금 먼 도서관에 갔다. 내가 사는 지역은 한 도서관에서 최대 7권을 빌릴 수 있는데 가까운 도서관에서는 대여 권수가 다 차서 조금 먼 곳으로 간 것이다.  도서관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은 바로 신간코너이다.  어떤 책이 새로 나왔는지 보는데 만약에  읽고 싶었던 책이 보이면 이게 웬 행운인가 싶어 재빨리 꺼낸다. (도서관 소확행 1어제는 신간코너에 아무튼 시리즈 책 2권이 있었다. 열심히 읽지도 않으면서 아무튼 시리즈가 있으면 무조건 빌린다.  얼마전에는 대출을 하려고 대출기계에 갔다가 방금 누군가가 대출 처리한 책이 반납대에 놓여있는 걸 보았다. 앗. 이 책도 읽고 싶었던 책이였는데. (도서관 소확행 2) 얼른 함께 대출 처리를 한다. 


 도서관에서의 가장 큰 소확행은 전혀 사전정보 없이 빌린 책이 (작가나 작품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은 경우이다. (도서관  소확행 3모르는 작가, 작품이니 기대가 크지도 않은 지라 컨텐츠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다른 작품을 찾아 읽은 적도 많다.  이런 식으로 빌려 읽은 책 중에서 기억나는 책들이 있다.  


 배명훈 작가의  <SF 작가입니다> 는 신간코너에서 우연히 보고 (그때까지 배명훈 작가를 몰랐다.)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SF소설작가로서뿐 아니라 그냥 글쓰기와 관련한 여러 조언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 후 <타워>를 읽게 되었다.  

   

SF작가입니다.

오후 작가의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도  신간코너에서 우연히 보았는데 (전혀 모르는 작가, 지금도 모름) 너무 재미있게 잘 써서 신기해하며 읽었던 책이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최종희의 <대구 경북의 사회학>도  신간코너에서 우연히 보고 읽은 책인데 주제가 관심있어서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대구 경북의 사회학


도서관에서의 소확행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도서관이 더 많고 좋아졌으면 한다. 책은 더 많아지고, 자리는 더 쾌적해지고, 밥은 더 저렴해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무엇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지혜를 앞에 두고 침묵 속에서 내면으로 침잠해가는 그들의 용기를 사회가 보호해주었으면 좋겠다. 도서관이 있다는 건 위안이 된다. 세상과 내가 빠르게 변해가는 동안에도 도서관은 변하지 않고 언제나 나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으니. 익숙한 고요와 책 냄새.  p 330     채사장 <열한 계단> 



그리고 세월이 또 어느 정도 흘러 지금으로부터 대략 1만년전 쯤부터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의 양이 새로 만든 두뇌로도 쉽게 보관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진화가 그 다음에 택한 방책은 육체 바깥에다 필요한 정보를 저장해두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유전자나 뇌가 아니라 별도의 공용 저장소를 만들어 그곳에 보관할 줄 아는 종은 지구상에서 인류뿐이라고 한다. 이 '기억의 대형 물류 창고'를 우리는 도서관이라고 부른다. p. 557     칼 세이건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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