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을 받게 된 이유
명사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증발시켜 만든 소금. 해수(海水)를 염전의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結晶池)로 차례차례 옮겨서 태양열, 풍력 따위로 수분을 증발ㆍ결정시켜 만든다.
"애들아, 엄마가 1000일 동안이나 매일 빼놓지 않고 글을 썼어. 믿겨져?"
나 스스로도 믿기지 않아 아이들을 붙잡고 한 말이었다.
2017년 11월에 백일동안 날마다 글을 써서 카페에 올리는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우연히 읽게 된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 라는 책을 보고 나서였다. 백일동안 글을 쓴다고? 나도 한 번 해볼까? 함께 독서모임을 하는 분들에게 제안했더니 흔쾌히 몇 분이 참여하셨다. 그때부터 매일 글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당연히 천 일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백 일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했다. 그래서 첫 백 일을 완주하고 나서는 정말 기뻤다. 그러다가 삼백 일, 사백 일이 지나가면서 매일 하는 글쓰기는 완전히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과 같이 때가 되면 글을 썼다.
매일 글을 쓰면서 좋아지는 것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고, 엉클어졌던 마음의 실타래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밤마다 거울을 들여다 보듯이 내 자신을 자주 되돌아보게 되었다. 가끔씩은 글 쓰는 일이 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품게 되었다. 천 개의 기록들을 다시 꺼내 읽은 기쁨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책을 쓰면서 매일의 기록들을 재가공해낼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해본 적이 있던가? 아니,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글을 쓴지 천 일이 되면 함께 한 분들에게 무언가 뜻깊은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안 올린 날에는 벌금을 모아두었는데 이 돈으로 의미있는 선물을 사기로 했다. 뭘 선물하면 좋을까? 문득 천일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 천일을 완주한 분께는 천일염을 선물해줘야겠다. 카톡 선물하기를 찾아보며 과연 천일염이 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있다. 천일염 선물이! 그래, 이거야. 이걸 선물로 보내자.
나를 포함하여 처음으로 천일을 맞이한 네 명에게 천일염 선물을 보냈다. 천일의 글쓰기를 통해 세상의 소금같은 존재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이 천일이 되는 날에는 이천쌀을 보낼 예정이다. 과연 누가 이천쌀을 받을 수 있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