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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Dec 21. 2020

혐오표현에 대하여

<말이 칼이 될 때> 

  SNS를 보다보면 혐오표현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혐오표현은  다수자보다는 소수자에 속하는 그룹을 범주화한다. 한 집단을 깍아내리는 단어가 익숙하게 쓰이고 아무렇지 않게 될 때 혐오감정은 더 확산된다. 


 홍성수의 <말이 칼이 될 때> 는 혐오표현이 무엇이고, 왜 확산되는가에 대한 사회적 고찰을 하고 있는 책이다. 혐오표현이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 모욕, 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정도로 정의해볼 수 있다. 혐오표현에 우리가 무감각해지고 무신경해질 때 당사자는  언어의 폭력성에 여과없이 노출되게 된다. 따라서 혐오표현의 문제에 대응하려면 언어의 심각성부터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욕의 정확한 의미를 들려준다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있다. 학생들은 그 욕의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일상적으로 욕을 사용하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 자신의 쓰는 말에 대해 좀 더 자각할 수도 있다. 혐오표현 역시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말이 어떻게 영혼을 죽일 수 있는지에 대해 실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실 혐오표현의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다. 이를 무조건 규제할 수도 없고 또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수도 없다. 혐오표현을 그냥 내버려두면 언어차원에서 행동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회적 차별로 굳어지거나 혐오범죄와 같은 실제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즉, 단순하게 언어만 사용하는 경우에서 더 나아가 대상에 대한 실제 차별로 이어진다면 이는 명백한 사회문제이다. 특히 요즘 혐오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이에 대해 사회구성원들간의 충분한 합의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혐오표현이 없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어릴 적을 떠올려보면, 더 심한 혐오표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최근 혐오표현이 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SNS를 통한 빠른 전파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혐오표현에 대한 조치가 아직까지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혐오표현에 대한 개입은 혐오표현을 ‘금지’하고 ‘처벌’ 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표현이 혐오표현을 격퇴시킬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혐오표현에 대해 대항표현으로 맞설 수 있을까?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여러 책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차별적 언어를 들었을 때 이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저자들은 무시하고 침묵하지 말고 항의를 하라고 말한다. 그동안 항의를 선택했던 사람들이 갔던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가에 대해 보아왔다. 하지만 내가 계속 침묵해왔다면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나는 위해 목소리를 함께 내줄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히틀러가 누구를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을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은 노동운동가를 잡아갔다.


역시 침묵했다. 나는 노동운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가톨릭교도를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가톨릭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터 내 이웃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침묵했다. 그들이 잡혀가는 것은 뭔가 죄가 있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친구들이 잡혀갔다.


그때도 나는 침묵했다. 내 가족들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


내 주위에는 나를 위해 이야기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틴 니뮐러Martin Niemö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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