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치유의 감동 드라마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

by 책읽는 리나

'힐빌리'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았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제목만 들어서는 내용이 무엇일지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힐빌리'란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의 가난한 백인 계층을 일컫는 말이었다. 원작은 힐빌리 출신인 J.D. 밴슨이 가난과 가정 폭력, 우울과 불안을 딛고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어떻게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들려주는 무척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니 이 책이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론 하워드 감독의 작품이라니..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회고록인 내용을 어떻게 영화화했을까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게다가 실화를 영화로 옮기게 되었을 때의 묵직한 감동이 늘 좋았다. 저자인 J.D밴슨은 처음에는 영화화에 반대했었다고 한다.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가, 어쩌면 드러내기 힘든 치부와도 같은 상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니 가족들에게는 아프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소개되듯이 엄마는 그 후 5년동안 마약을 끊은 채 살아가고 있으며, 가족들 모두가 어느 정도는 치유의 과정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해서 영화화가 되는 걸 허락했다고 한다. 또한 감독 론 하워드가 따뜻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다루겠다는 제작에 임하는 태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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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상당히 사실적이고, 그런 의미에서 또 감동을 자아낸다. 이 영화는 단순히 러스트 벨츠,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이 예일대 로스쿨을 가서 성공하게 된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개인이 성장하고 나아가기 위해서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바로 그 존재가 이 영화에서는 할머니이다. 할머니역을 맡은 글렌 글로즈는 굉장히 복합적 인물을 아주 잘 표현해 내주었다. 이 영화에서 할머니는 거칠고 무뚝뚝하며 막말(?)을 하기도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데 이런 요소를 잘 끄집어 내서 연기하였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실제 주인공의 할머니 사진을 보고 그 비슷함에 정말 놀랐다. 심지어 영화 찍을 때 가족들은 할머니가 살아돌아온 것 같다고 말을 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


엄마역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가 정말 압도적이었다. 제이디가 어렸을 때나 현재 예일대 로스쿨에 다니는 상황에서의 나이든 엄마의 모습도 모두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는 J.D와 차를 타고 가던 엄마가 별 생각없이 했던 말에 불같이 화를 내면서 차에서 아이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다. J.D는 엄마에게 얻어맞다가 가까스로 차에서 도망쳐 인근 주택으로 달려가 도움을 요쳥한다. 이 장면에서 에이미 아담스가 보여주는 모습은 엄마가 가지고 있는 통제 불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책에서는 실제 이 사건으로 엄마는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J.D가 경찰에게 엄마가 자신을 때리지 않았다고 말하여서 체포되지 않고 풀려나게 된다.


영화는 원작에 비해 상당히 극적이며, 몰입감이 높았다. 과거와 현재를 계속 교차시키면서 갈등과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보통 과거와 현재가 계속 교차되면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영화의 시작은 예일대 로스쿨을 다니고 있는 J.D가 누나의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으니 고향인 오하이오로 와달라는 부탁이었다. 최종 인턴 면접을 앞두고 있는 J.D는 10시간이 걸려야 갈 수 있는 고향을 내려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고향으로 가게 된다. 병원에 도착해보니 엄마는 간호사와 큰 소리로 싸우고 있다. 보험이 없고 병원비를 낼 수 없는 엄마에게 병실을 비워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사설 단체를 알아보는데 모두 대기 상태이다. 다행히 이웃의 소개로 가서 상담을 하는데 엄마의 전력을 들며 거절의사를 밝히자 제이디는 말한다. 나는 가족이기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냥 돌아가지는 못한다고. 우리 엄마도 믿어주는한 사람이 있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꺼에요. 라고 말을 한다.


어렵게 병실을 마련하지만 엄마는 이를 거부한다. 결국 J.D는 통제가 안되는 엄마에게 참았던 울분을 터트린다. 엄마에게 폭언을 쏟아붓고 떠나버리고 싶었지만, 가족인 엄마를 버려둘 수는 없다. 누나 린지에게 자신에게 동의해달라고, 엄마는 누나에게 더 심하게 대하지 않느냐고 말을 한다. 하지만 누나는 말한다. 엄마 역시 가정폭력의 상처 속에서 컸으며, 더 큰 고통을 받고 자랐다고. 그래서 엄마를 용서하겠다고. 용서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도 없는 거라고.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가난의 대물림, 가정폭력 속에서 겪었던 심리적 상처와 고통, 엄마에 대한 애증의 감정, 그리고 그 안에서의 용서와 치유를 밀도있게 다루고 있어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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